오직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으로

오직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으로

[ 주간논단 ]

서정오 목사
2019년 02월 12일(화) 10:00
오래 전 '하버드 대학의 공부벌레들'이란 드라마를 본 적이 있다. 하버드 로스쿨에서 학생들이 힘겹게 공부하는 모습들을 적나라하게 잘 묘사한 작품이라 생각한다. 그 중에 한 학생이 무슨 길이든지 한 번 읽으면 그대로 암기하는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서도 자퇴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법대에서 법전을 외고, 판례를 기억하는 암기의 능력은 누구나 부러워하는 특기가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암기는 잘 하지만 그 기억된 사건들에서 중요한 결과를 도출해내는 능력이 부족해서 탈락하고 만다는 것이다. 그렇다. 법전을 모두 외우고 판례를 다 기억한다고 해서 좋은 법관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법의 정신, 법 제정의 취지, 법의 마음을 이해하고, 느끼고 그 혼으로 재판하는 사람이야 말로 좋은 법관일 것이다. 참된 시인은 남의 시 수 백, 수 천 편을 암송하는 사람이 아니라, 한 편의 시를 읽으면서도 그 시인의 마음을 느낄 줄 아는 사람이다. 정말 책을 잘 읽는 사람은 책을 쓴 사람의 지식을 내 머릿속에 옮겨 놓는 사람이 아니라, 그 책을 쓴 사람의 마음을 알고 느끼는 사람이다.

오늘날, 우리는 법조문 한 두 구절을 가지고 적법과 불법을 따지며 서로에게 마치 철천지원수가 된 것처럼 다투고 있다. 이쪽 말을 들으면 이 말이 옳고, 저쪽 말을 들으면 또한 저 말이 옳다. 왜 안 그렇겠는가? 모두 다 나름의 논리를 가지고 주장하고 있으니, 어느 누구도 100% 말도 안 되는 주장을 내세우고 싸울 리가 없지 않은가? 나름의 입장에서 보면, 다 그렇게 옳게 보이기 마련이다. 그러다 보니 교회, 노회, 나아가서 총회 안에서도 해결할 수 없어 교회 밖에서 장외투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법이 없어서거나 이론이나 논리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려는 마음이 부족한 것이 아닐까? 이토록 기막힌 추태를 세상 앞에 보이면서도 정작 우리는 문제를 풀어낼 묘수를 찾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 점점 더 세상 사람들의 지탄을 받으며 궁지에 몰리고 있다. '형제가 형제와 더불어 고발할 뿐더러 믿지 아니하는 자들 앞에서 하느냐?… 차라리 불의를 당하는 것이 낫지 아니하며, 차라리 속는 것이 낫지 아니하냐?'(고전 6:6~7) 사도 바울이 다시 한 번 탄식을 할 판국이다.

필자는 '법'을 잘 모른다. 하지만 조문에만 매인 법통(?)들에 대하여 2000년 전 예수께서 정면으로 도전하여 싸우시던 모습들을 복음서 곳곳에서 읽고, 사도 바울 또한 '의문'이라 일컫는 '혼을 잃은 율법'에 대하여 그의 서신 곳곳에서 싸우고 있음을 안다. 또한 그 어떠한 법이든지 그 법의 뿌리는 선한 양심과 건강한 상식이라는 것도 안다. 자기 자신의 개인적 욕망이나 본능, 이기심과 탐욕, 자기중심적 논리를 넘어 하나님께서 아름답게 창조하신 세상과 공동체를 유익되게 하는 윤리, 모두가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상식에 뿌리를 내리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아무리 많은 논리와 해석을 동원하여 변론을 한다 해도, 그것이 어느 한 개인이나 집단만을 위한 주장이나 해석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구차한 변명이나 자기 합리화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요즘은 '법'에 매여 오히려 하나님의 마음을 잃어가던 '율법주의자'들이었던 서기관과 바리새인들을 통렬히 꾸짖으시던 준엄하신 예수님의 얼굴이 자꾸 떠오른다.

이제 제발 법조문 한두 줄을 가지고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부터 중지하자. 그런 모습을 계속 세상 앞에 보이는 한 우리 교회들은 점점 더 사회에 지탄을 받는 몰염치한 이익집단으로 몰리고 말 것이고, 그런 모습에 넌더리가 난 교인들은 계속해서 교회를 떠나고 말 것이다. 이제라도 법을 주신 하나님의 마음을 알기 위해 참으로 교회의 주인이 되시는 예수께서 정말 원하시는 정의가 무엇인지 깨닫기 위해 겸손히 엎드려 자성하는 자세부터 되찾아야 할 것이다. 어차피 인간이 만든 법이 완전할 수는 없다. 조문 하나 하나에 매이지 말고, 그 법의 정신과 마음을 깨닫기 위해 예수님의 마음(빌 2:5)을 품고 우리 믿는 도리의 사도이며 대제사장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향해 원하시는 것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하자. 그분의 마음, 그분의 영이 우리를 인도하실 것이리라 확신한다.



서정오 목사/동숭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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