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이 살아야 청년이 산다

지역이 살아야 청년이 산다

[ 현장칼럼 ]

김광식 간사
2019년 01월 14일(월) 09:53
시대마다 20대의 삶을 보면 어떤 사회인지 진단할 수 있다. 2007년에는 청년들이 취직에 성공해도 비정규직으로 월평균 88만원만 버는 '88만원 세대'가 있었다. 오늘날에는 더욱 살기 힘들어진 세태를 반영하듯 더 많은 신조어가 등장했다.

연애, 결혼, 내집마련, 꿈 등 모든 것을 포기한다는 'N포세대'를 비롯해 '인구론'(인문계 90%가 논다), '청년실신'(청년실업과 신용불량자를 합친 말), '알부자족'(알바로 부족한 학자금을 충당하는 청년) 등이 있다. 끝없이 경쟁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사회에서 청년들이 졸업 후 직장을 구하고 사회구성원으로 나아가는 과정은 더 이상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다.

모든 자원이 서울로 집중된 '서울공화국'에서 지역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청년들은 먹고살기 위해 지역을 떠나고 있다. 지역을 떠난 청년들은 불안정한 주거문제로 메뚜기처럼 이곳저곳을 옮겨 다닌다. 지역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지자체 곳곳에서 청년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보여주기식이거나 다른 지역의 정책을 베껴오는 것에 그치고 있다. 이렇게 청년들에게 지역은 정착하여 관계와 소속감을 주는 곳이 아닌 잠시 머무는 자리에 불과하다.

청년의 탈지역 현상은 지역교회에도 영향을 미친다. 정착하지 못한 청년들은 지역교회 공동체 안에서 건강한 연대를 이루기 어렵다. 정작 교회는 청년들을 둘러싼 사회구조적 문제에 관심을 가지기보다 지역과 단절된 채 교회 안의 사역에만 몰두하곤 한다. 심지어는 신앙의 이름으로 일방적인 헌신을 요구하며 모임을 강요하는 경우도 많다. 그렇다보니 그마저 있던 청년들도 지역교회에 등을 돌리게 된다.

교회가 청년과 진정으로 함께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가. 성경 속 예수는 잃어버린 자를 찾아 다닌다. 가장 낮은 곳, 고통 받는 자들의 곁으로 다가가 먹고 마시며 함께 했다. 교회는 지역과 교회가 잃어버린 청년들을 찾아나서야 한다. 그들이 겪고 있을 고통에 함께 울며 그들 곁으로 가까이 다가가 그들의 삶을 함께 살고, 청년의 목소리를 듣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

지역에 살고자 하는 청년들이나 지역에 잠시 머무르거나 스쳐지나가는 청년일지라도 교회 안에서 건강한 공동체를 경험할 수 있어야 한다. 적자생존, 각자도생이 아닌 함께 살아가는 삶의 방식을 배울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진정으로 청년들이 겪고 있는 삶을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다.

교회는 신앙고백을 넘어 예수의 복음을 삶의 실천으로 이어갈 수 있도록 지역사회가 제대로 기능하도록 사회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세상과 교회는 분리될 수 없다. 교회는 더이상 청년이 겪는 문제를 덮어두지 말아야 한다. 교회 공간을 내어주고 청년과 공감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교회는 청년 문제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 지역을 살리는 일이 교회 청년을 살리는 일이다.



김광식 간사/청주YWCA 일·참·청(일하고 참여하는 청년의집)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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