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어 두었던 달란트를 꺼내며

묻어 두었던 달란트를 꺼내며

[ 주간논단 ]

신광주 장로
2019년 01월 15일(화) 10:00
요즈음 경제, 환경, 교육을 바라보며 사람들이 걱정을 많이 한다. 평범한 일자리, 좋은 공기, 어린이들의 수가 급격히 귀해졌기 때문이다. 흔했던 것이 없어지니 걱정을 한다. 교회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교회의 미래인 청년과 청소년들이 교회를 향한 발걸음을 거두고 있다. 또 어린이들이 없어 100년을 이어온 교회학교가 없어지고, 목회자를 꿈꾸는 이들도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물론 10여 년 전부터 이를 예측하고 대책을 강구하고 준비 해왔지만, 우려했던 현실은 너무도 빨리 강력한 충격과 함께 찾아왔다. 그리고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한다. "큰일이다. 해법이 없다!"라고.

'있을 때 잘해 후회하지 말고…'라는 노래가사가 있다. 흔히들 웃으며 하는 이야기이지만 '일상'이라는 이유로 소중한 가치를 잊기 쉬운 우리의 '무지함'을 일깨우기도 한다. 얼마 전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의 졸업 시상으로 성경책을 준 일이 있다. 그런데 상으로 받은 꽤나 좋은 성경책을 그냥 학교에 두고 가는 학생에게 "왜 두고 가느냐"라고 물었다. 그 학생은 웃으며 "성경은 집에도 많고, 교회에 항상 있는데요!"라고 말했다.

하나님 말씀 성경이 너무나도 흔한가 보다. 가정에도, 교회에도, TV에도, 인터넷과 손안의 스마트폰에도 성경 말씀이 있는 우리의 삶에서 말씀은 흔해졌다. 말씀이 일상이 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그 소중함과 가치를 잃어버린 현실은 가슴 아프다. 그리고 자문해보았다. '어떻게 하면 다시금 성경의, 말씀의 소중한 가치를 찾을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당연한 것이 아무 것도 없었다. 그 때는 그 소중함을 몰랐었다. 주일이면 교회를 가득 메운 어린이들의 발걸음을, 문학의 밤과 성탄 연극을 준비하던 청소년들의 웃음을, 찬양대 모든 파트의 앞줄을 가득 채웠던 청년들의 모습을, 교회에서 주무시며 새벽제단 지키시던 할머니 권사님들의 기도하는 뒷모습을, 모든 힘든 일을 손수 해결하시던 장로님의 놀라운 손길을, 그리고 '믿음 생활은 참 좋은 것인데, 게을러서 교회에 아직 못 간다'는 전도할 때 듣던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를. 이 모두가 지금은 너무도 귀한 것이 되었다.

세상은 변한다. 흔했던 것이 귀하게 되고, 또 특별했던 것이 평범해 질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의 가치는 잃어버려서도 그리고 잊어서도 안 된다. 너무도 소중한 것이며 귀한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필자에게 있는 것들이 생각난다. 섬기는 교회, 품어주는 가정, 함께 하는 교우들, 교회의 청년들과 청소년들, 책상 앞의 성경, 필자를 위해 기도하시는 목사님, 일하는 기독교학교. 아직 가진 것이 많다. 이 모든 것들의 가치를 알고 감사하며, 지키기 위해 기도하는 모습을 하나님이 찾으신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 사람들은 후회하고, 포기하고 또 서로를 비난하겠지만 우리는 그 모든 것들이 있었음을, 우리가 누려왔음을, 그리고 그 소중함과 가치를 지금 이라도 알았음을 감사한다. 그리고 만약 다시 주신다면 꼭 지키고 더욱 풍성케 하리라 다짐도 해본다.

마태복음 25장에서 예수님은 마지막 때에 관한 비유의 말씀을 주셨다. '착하고 충성된 종아 네가 적은 일에 충성하였으매 내가 많은 것을 네게 맡기리니 네 주인의 즐거움에 참여할 지어다.' 이 말씀은 열심히 일해서 열매를 남긴 종에게 하신 칭찬의 말씀이다. 한 달란트를 받아 그것을 땅에 묻어둔 종은 야단을 맞았지만, 다섯 달란트를 받아 열심히 일해 다섯 달란트를 남긴 종에게 주신 큰 칭찬이다. 그런데 말씀을 자세히 보면 두 달란트를 받고 두 달란트를 남긴 종에게도 주님은 칭찬을 하시는데 다섯 달란트를 받은 종에게 하신 칭찬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 이것이 하나님의 마음이다. 비록 가진 것이 적더라도 그것의 소중함을 알고 열심히 사랑할 때 착하다고 칭찬하시는 예수님의 말씀이 참 감사하다. 그리고 '더 많은 것을 맡기리라'는 예수님의 말씀에서 우리가 잃었던 소망을 찾는다.

그렇다! 걱정하고 불평하고 후회하면서 내가 실수로 묻어 두었던 나의 달란트를 빨리 꺼내야겠다. 그리고 그것으로 열심히 일해서 작은 무엇인가라도 남겨야겠다. 주인이 오시기 전에, 그리고 더 늦기 전에.



신광주 장로/경신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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