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과 성숙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개혁과 성숙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 주간논단 ]

서정오 목사
2019년 01월 08일(화) 10:00
올해는 기미만세운동이 일어난 지 100년이 되는 해이다. 기미독립선언서에 서명한 개신교측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전체 33명 중 평신도 2명을 제외한 14명이 목사와 전도사였다. 당시 한국교회가 사회에 미치는 선한 영향력이 얼마나 막강했는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이를 돌이켜 보면 지금의 한국교회 현실 앞에 망연자실 할 수밖에 없다.

지난 2013년 한국기독교회협의회가 '한국교회 10대 개혁과제'를 발표한 이래 얀 후스 순교 600주년, 마틴 루터 종교개혁 500주년을 거치면서 한국 개신교 각 교단들은 수많은 세미나와 개혁운동, 회개와 기념예배를 드리며 '다시' 바로서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 결과는 참담하다. 도대체 무엇이 달라졌는가? '망연자실', '오리무중'이 오늘의 교회들을 보는 솔직한 심정이다. 어떻게 하면 100여 년 전의 선배들 앞에 부끄럽지 않은 후배들이 될 것인가? 어떻게 하면 100년 후 후배들 앞에 아름다운 교회의 전통을 물려줄 수 있는가?

중세 종교개혁의 발단은 에라스무스의 '에드 폰테스'(본질로 돌아가자)라는 구호에서 시작되었다. 그는 시편 42편 '사슴이 시냇물을 갈급함 같이 내 영혼이 주를 찾기에 갈급하니이다'는 말씀에서 샘물(fontes)을 향한 갈망으로 새로운 세계는 성서의 새로운 해석, 즉 그동안 자리잡고 있었던 라틴어 본문 중심에서 구약은 히브리어로, 신약은 헬라어로 된 원전의 새로운 해석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했다. 이후 성서해석과 인문학적 발흥으로 이어진 르네상스 운동이 종교개혁 지도자들을 등장하게 했고, 그들을 중심으로 하나님의 교회는 새롭게 되었던 것이다.

참된 교회개혁은 운동(movements)으로 될 것이 아니다. 참된 교회개혁은 세미나, 기념예배, 이벤트로 될 것이 아니라 참된 교회의 본질을 이해하는 영적 지도자들이 하나님 말씀에 대한 뜨거운 갈망과 깊은 연구와 해석, 그리고 그에 따른 근본적인 변화와 성숙을 통해서만 온전히 이루어진다. 이런 점에서 참된 한국교회의 개혁은 1~2년에 될 것이 아니다. 천천히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목숨을 걸고 가야 할 십자가의 길이다. 얀 후스가 순교하고도 100년 이상 후에 마틴 루터가 종교개혁의 기치를 걸어야 했던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개혁과 성숙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필자가 속한 서울노회는 마틴루터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교회개혁에 대한 구체적인 실천을 추진해왔다. 2017년 이후 2018년까지 1년여 동안 전 노회원들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혁명'이라 할 만큼의 일들을 추진했다. 노회의 존재목적을 규정한 총회헌법에 따라 모든 기구조직과 재정은 물론 규칙과 규정, 정관을 개정했다. 이런 일들을 위해 전 노회원들은 전권을 위임해 주었고, 1년 안에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이제는 그 개혁의 원칙과 개정된 규칙에 의해서 개혁의 핵심인 노회원 재교육을 구체적으로 실천하기 시작했다.

목사회원은 1년에 2박 3일 의무적으로 영성훈련과 실무 및 재교육을 받아야 한다. 목사후보생 교육과 전입한 회원 오리엔테이션 등을 담당하는 목회자 교육부, 평신도 지도자인 장로 재교육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평신도 교육부를 신설했다. 노회 산하 지교회 소속된 모든 장로들은 반드시 노회가 실시하는 장로 재교육을 받아야 한다. 기존에 해 오던 평신도 지도자 훈련도 혁신해서 진행할 것이다. 이를 위해 노회 산하에 독립기관으로 훈련원을 세웠다. 훈련원장은 3년 임기로 노회원 교육에 전력을 다 하도록 했다.

교회란 무엇인가? '불러냄을 받은 자들의 모임'(에클레시아)이다. 다시 말해서 '사람'이다. 교회 건물도 조직도 심지어 헌법도 규칙도 아니다. 사람이 바뀌지 않으면 헌법을 100만 번 바꿔도 소용없다. 교회가 '불러냄을 받은 사람들'이라는 말은 또 무엇을 의미하는가? 하나님께 소명을 받은 자들로서 하나님의 소명에 충실하지 않고서는 참된 교회 구실을 할 수 없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교회를 교회되게 하기 위해 그 '사람들'을 새롭게 해야 한다. 그것도 다름 아닌 '하나님의 말씀'(에라스무스가 말하는 샘물근원)만으로 새롭게 해야 한다. 구호도 세미나도 기념예배도 아니다. 목사와 장로들이 하나님의 말씀 앞에 겸손히 엎드리는 목 마른 사람들이 되어야 할 때이다.

'목 마른 사람 시냇물을 찾아 헤매이듯이 내 영혼 주를 찾기에 갈급하나이다.'



서정오 목사/동숭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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