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스럽지 않은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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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수첩 ] 예장 총회, 성폭력 접수 16건 최다

임성국 기자 limsk@pckworld.com
2019년 01월 14일(월) 09:20
'예장 통합 16건, 예장 합동 14건, 감리회 6건' 예장 총회가 교단 중 1위를 차지했다. 일반 언론들도 앞다투어 소식을 전했다. 하지만 기쁘지 않았다. 누가 봐도 부끄러울 수밖에 없는 불명예 1위이다.

'기독교반성폭력센터'가 2일 발표한 2018년 성폭력과 관련한 사건 및 상담 접수 통계 결과에서 기자가 속한 예장 총회가 성폭력 사건이 가장 많이 접수된 곳으로 드러났다. 통계는 가히 충격적이다. 아닐 거라고, 통계 수집에 실수가 있었을 것이라고 실무자에게 반박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도 없는 형편이다. 덮으면 오히려 사회의 비난은 더 날카로워진다. 받아들여야 한다. 인정해야 했다.

발표된 통계 결과를 한 자 한 자 되짚었다. 2018년 1월부터 12월까지 기독교반성폭력센터에는 총 86건 성폭력 관련 사건이 접수됐다. 그중 목회자(목회자 및 선교단체 리더)가 교인에게 성폭력을 저지른 경우는 51건으로 절반을 넘었다. 51건 중에서도 담임목사가 가해자로 지목된 건 33건에 달했다. 전체 상담 건수의 1/4가량의 피해자는 미성년자로 확인돼 충격이 컸다.

지금껏 장자 교단으로써 신앙의 절개를 지키며 전통을 지켜오면서도 개혁의 속도를 늦추지 않았던 곳이 예장 총회 아니었던가. 취재 현장을 누빌 때마다 자긍심을 가지고 땀 흘릴 수 있었던 이유이다. 하지만 교단과 교회 내 성폭력 대처는 확실히 사회보다 뒤처진 '걸음마 수준'이었다는 점을 인정해야 했다.

늦었지만 총회도 지난 회기부터 교회 내 성폭력 예방을 위한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성폭력 상담 창구를 마련해 피해자를 돕기 위한 행보도 시작했다. 각 노회에서는 격년제로 성폭력 예방교육을 진행하도록 결의했다.한국교회 교단 최초로 진행한 성인지 향상 및 성폭력 예방교육을 위한 강사 교육도 오는 21일 예정돼 있다. 성 문제 이제 덮어만 두지 않겠다는 의미이다.

성윤리에 대한 보다 높은 인식이 전국교회에 확산되어야 한다. 교회와 목회자들의 더 많은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 우리 총회는 자정 능력이 있지 않은가.

임성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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