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짜기에서의 부르심

골짜기에서의 부르심

[ 땅끝편지 ] 주성학 선교사5

주성학 선교사
2019년 01월 01일(화) 15:15
필자의 설교를 듣고 있는 현지교회 교인들.
필자는 신안군에 있는 작은 섬 어의도에서 태어났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낙도에 순교자 문중경 전도사의 영향을 받은 이들이 찾아와 복음을 전했고, 어느집 사랑방에서 시작된 교회는 외딴 섬에서 새로운 세상을 만날 수 있는 통로였다. 부모가 물려준 신앙은 아니었지만 전도자들이 전해준 예수가 좋았고, 예배당에서 십자가를 바라보고 있는 시간이 좋아 세찬 바닷바람과 눈보라를 뚫고 교회를 찾아 다니며 겨자씨같은 믿음이 자라기 시작했다.

필자가 복음을 전하는 일을 소명이라 확신하게 된데는 두 번의 계기가 있었다. 먼저는 고등학교 3학년 때의 회심경험이다. 동네 교회 골방에서 기도하다 하나님의 사랑과 십자가를 통한 죄사함의 은총을 경험했다. 이때부터 새벽예배와 심야기도를 드리고, 학교와 동네에서 복음을 전하기 시작했다. 또래 아이들을 모아 함께 기도하고, 성경을 읽고, 전도하러 다니다 동네 어른들로부터 혼나기도 했지만 복음을 전하는데서 오는 기쁨이 더 컸다.

어느날 기도하는데 '언젠가 저 바다를 건너 해외에서 복음을 전하게 될것이다!'라는 저항할수 없는 확신이 들어왔다. 섬 소년에게 먼 나라에서 복음을 전하는 것이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주여, 저를 복음을 전하는 도구로 사용해 주십시오. 그동안 은혜로 사는 길을 찾았으니, 저도 복음을 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라고 헌신의 기도를 드리고 나니 물리적 환경이 큰 장애물이 되지 못했다.

그리고 복음을 전하는 일에 헌신하게 된 직접적 계기는 광주공항 관제소에서 관제사로 일할 때였다. 1993년 필자가 관제하던 아시아나 항공기가 기상악화로 목포 인근 야산에 추락해 66명의 승객이 사망한 사고가 일어났다. 사고원인은 기상 악화로 인해 착륙절차를 따르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지만, 항공기 추락사고의 트라우마는 실체를 알 수 없는 두려움을 갖게 했다. 회항지시를 내리지 못했다는 자책감은 스스로에 대한 미움을 키웠고, 희생자들에 대한 죄의식은 쉼을 빼앗아 버렸다. 절망에 붙잡혔고 내 인생에 좋은 일은 없을 것처럼 보였다. 길이 보이지 않으니 하나님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고, 의문과 두려움을 넘어서기 위해 예수를 바라보며 은총을 구하기 시작했다.

하나님은 자책감과 두려움에 사로 잡혀 부르짖는 자를 불쌍히 여기셨다. 그리고 '세상에는 하나님의 진노와 심판 앞에서 삶을 돌이키지 못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으니, 그들을 향해 복음을 듣고 하나님께로 돌아오라 외치는 전도자의 삶을 살라'는 불같은 마음을 주셨다.

이후로 필자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은 사람을 살리는 일이고, 선택이 아닌 숙명이 됐다. 하나님이 외딴 섬에서 기도하는 한 소년을 눈여겨 보시고, 어두운 밤에도 잠들지 못하고 자책으로 몸부림 치던 가련한 청년을 긍휼히 여겨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는 전도자로 불러주셨으니, 그분의 선하심과 인자하심을 노래한다.

주성학 목사 / 총회파송 인도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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