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교회다움은 나눔이다

교회의 교회다움은 나눔이다

[ 현장칼럼 ] "정부보다 나은 교회가 되어야"

안하원 목사
2018년 12월 24일(월) 10:00
올해는 8명이 돌아가셨다. 부산동구쪽방상담소가 직접 상담을 하면서 보호하는 쪽방주민들이 500여명 정도 된다. 매년 10여 명 내외의 분들이 알콜중독과 각종 질병, 고독사 돌연사로 사망한다. 작년에 12명이었는데 올 해는 4명 줄었다. 5년 내에 5명 이하로 줄이는 것이 상담소 목표다. 쪽방주민들의 평균연령이 61세이다 보니 고령층이 많고 각종 질병과 약물에 중독되어 있는 분이 태반이다. 97%가 홀로 지내고 있고 외부와 거의 단절되어 있다.

상담소가 가장 역점을 두는 사업은 쪽방 주민들이 실질적으로 지역사회에 동화되어 외롭지 않게 지낼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이다. 오랜 세월 노숙과 쪽방 사이를 오가며 힘겹게 살아온 분들이 겨우 2평 이하의 주거를 마련해서 살고 있다. 상담소는 이분들이 여러 요인으로 거리 노숙으로 내 몰리지 않도록 사전에 예방하고 거리 노숙하는 분들을 쪽방으로 유인하여 주거를 마련해 주는 일을 주요 목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2017년 주거실태 조사에 의하면 무주택 가구 인구가 6474만 가구(35.5%)나 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무주택 임차가구가 급속히 늘어난 결과다. 그 중에 37만 가구가 쪽방(고시원, 고시텔, 숙박업소, 판자촌, 비닐하우스 등)에 거주 한다. 과거에는 쪽방하면 그야말로 주거할 곳이 없는 이들이 머무는 공간이었는데 이제는 고시원 고시텔의 경우 일자리를 찾아 이주한 사람들과 청년들, 심지어 외국인들까지 주거하는 보편적 공간이 되었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어려운 취약계층인 쪽방주민들에 대한 사회의 관심은 여전히 냉랭하다. 게으르고 놀고먹는 사람들로 낙인되어 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 보면 잘못 판단하고 있는 측면이 강하다. 쪽방주민들 각자 삶의 이야기는 눈물겨운 경우가 많다. 질병과 장애, 실패의 경험, 처절한 환경에서 살아온 인생사 등. 저들의 삶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지금 이렇게 내가 존재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이 절로 든다.

다행히 올해들어 정부와 시군구에서 쪽방주민, 노숙인에 대한 지원과 긴급구조 사업이 어느 해 보다 나아지고 있음을 느낀다. 혹서기 혹한기에는 주거가 열악한 쪽방주민들에게 어려운 시간들인데 정부가 발빠르게 대처해 주었다. 어느 때 보다 기업(공기업)에서 지원도 잘 되었다. 기업들의 사랑 나눔 의식이 많이 향상 된 듯하다. 하지만 정말 아쉬운 것은 교회의 관심은 오히려 줄었다는 것이다. 요즘 교회마다 어렵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교회가 어렵다는 것은 세상도 어렵다는 의미인데 어려울 때 일수록 나누는 일이 교회의 일이 아닌가 생각해 보면 씁쓸하기만 하다. 정부나 지자체도 어려운 이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정부보다 나은 교회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안하원목사(부산동구쪽방상담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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