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밤' 캐롤 탄생 200주년

'고요한 밤' 캐롤 탄생 200주년

[ 주간논단 ]

박재윤 장로
2018년 12월 25일(화) 10:00
'고요한 밤' 캐럴 탄생 200주년과 그 탄생지 오베른도르프

2018년은 세계적으로 애창되는 최고의 성탄 찬가(캐럴),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의 탄생 200주년이 되는 해이다. 이 캐럴은 1818년 12월 24일 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시가 북서쪽 교외의 국경(독일과의) 마을, 오베른도르프(Oberndorf)에 있는 성 니콜라스(St. Nikolas) 성당에서 처음 불려지며 탄생했다. 금년이 200주년이므로 지난 9월 초부터 신년 2월 초까지 현지에서 대대적인 기념과 축하의 행사들(이 캐럴의 탄생에 다양한 연고가 있는 잘츠부르크, 티롤, 고지(高地) 오스트리아 등 3개 주 13개 도시에서의 기념관 개관, 특별 전시, 연극 공연, 음악 연주, 기념우표와 20유로 기념주화 발매 등)이 계속되면서 전 세계의 크리스찬들과 이 캐럴의 애호가들을 이 지역으로 끌어모으는 중이다.

200년 전의 성탄절을 한 주쯤 앞둔 어느 날, 성 니콜라스 성당의 보조신부인 요제프 모어(J. Mohr)는 약 2년 전 전임지(마리아파르)에서 시무할 때 써 두었던 6개 절의 성탄 찬송시 한 편을 품에 안고 약 1시간 가량 눈 쌓인 시골길을 걸어 이웃마을 아른스도르프(Arnsdorf)의 초등학교 음악교사이자 양쪽 교회의 공통 음악담당자인 프란츠 그루버(F. Gruber)를 찾아갔다. 그리고 이 가사로 이번 성탄 전야에 부를 곡을 만들어 줄 것을 부탁하였다. 오르간이 고장 났는데 당장 수리가 불가능하니 모어 신부 자신이 연주할 수 있는 기타로 반주할 수 있게 써달라는 부탁까지 덧붙였다. 음악교사 그루버는 요청에 따라 며칠 후 작곡을 완성했고, 성탄 전야 미사 도중에 모어 신부의 기타 반주 아래 모어와 그루버 두 사람이 이중창으로 1절부터 6절까지 부르면서, 매 절의 끝 구절은 합창단이 한 번 더 불러 마무리하는 식으로 하였다. 이것이 이 캐럴의 200년 전 탄생 스토리이다.

그 후 성 니콜라스 성당은 바로 앞에 흐르는 잘차흐(Salzach)강의 범람으로 말미암아 결정적 피해를 입었다. 잘츠부르크 시가의 중심부를 관통한 후 북쪽으로 흘러올라온 이 강은 성당 바로 앞에서 180도 좌회(左廻) 유턴을 하여 남하하기 시작한다. 이 유턴의 회전 곡선을 포함한 강 물길 자체가 독일과의 국경선이며 회전곡선의 안쪽이 강 건너편 독일의 라우펜(Laufen) 마을이요, 바깥쪽이 이편 오스트리아의 오베른도르프이다. 강과 육지 사이에 제방도로가 만들어져 있지만 오스트리아 쪽은 지반이 강바닥보다 훨씬 낮아서 범람에 따른 피해가 걷잡을 수 없었을 것 같다.

결국 성당 측은 1900년 무렵 옛 건물의 수리를 포기하고 철도 역 근처에 새 건물을 지어 이전하였다. 한편 1935년이 되었을 때 캐럴의 탄생 현장의 문화재적 의미를 드높이려는 뜻을 가진 사람들이 자금을 모아서 옛 성당 부지에 얕은 언덕을 돋우고, 그 위에 8각형(거의 원형)의 흰색 외벽과 검은 돔 지붕의 단아한 소형 기념예배당(Kapelle)을 세웠다. 박물관도 열고 카페와 뮤지엄숍 등을 개업했는데 오늘날에는 이 곳이 매년 성탄절 전후에 걸친 기념예배당의 장식 점등과 축하행사 등이 전 세계에 중계 방영되고 연중 순례객을 모으는 중요 포스트가 되었다.

필자도 지난 2016년 가을, 혼자서 비엔나를 며칠 답사하는 기회에 10월 17일 오후 잘츠부르크의 2박 첫 일정으로 이 기념예배당을 순례하는 기쁨과 감동을 누렸다. 실로 평생의 소원을 이룬 반나절이었다. 그리고 꼭 한 달 뒤인 11월 18일에는 대대적 리뉴얼공사를 끝낸 박물관이 새 모습으로 성대한 개관 행사를 하였다는 뉴스를 보았다. 그 후 꼭 2년에 걸친 관계 주와 관련 도시들의 줄기찬 기획과 노력이 모아진 결실이 지금 진행되고 있는 기념행사들이라고 하겠다.

끝으로 이 캐럴의 원 독일어 가사 6개 절은 아기 예수를 향한 우리의 애틋함과 하나님이 우리에게 베푸신 용서와 사랑과 구원의 역사를 잘 표현한 믿음과 고백의 시문인데, 이것이 지금까지 각국에 전파되어 수용되는 사이에 제대로 전승되지 못하고 쉽고 가벼운 방향으로만 탈바꿈되었음이 매우 아쉬운 대목이다.

박재윤 장로(기독교화해중재원 원장, 전 대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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