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께 내어드릴 작은 공간이 있는가

하나님께 내어드릴 작은 공간이 있는가

[ 목양칼럼 ] 권대현 목사4

권대현 목사
2018년 12월 28일(금) 13:21
필자가 과거 경신중학교 교목일 때의 일이다. 처음 목회를 시작하며 의욕적으로 일하고 있었는데, 학생들에게 예수님의 오심을 깊이있게 심어 줄 방법을 고민하던 중 직접 연극을 준비하기로 마음먹었다. 우리학교는 대학로 부근에 있어서, 참고할만한 연극을 보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또한 연말이라 많은 연극들이 공연되고 있었다. 나는 '빈방 있습니까'라는 연극을 택했고, 연기에 소질 있는 3학년 학생들 몇 명을 선발해 그들과 함께 연극을 보러갔다.

학생들은 공연을 깊고 자세히 보며, 참여적이라고 할 만큼 연극에 심취했다. 우리 취지에 잘 맞는 연극이라는 생각에 연극을 보고 나오며 대본을 구입했다. 이후에 학생들이 한 사람씩 등장인물을 맡았다. 우리는 직접 본 연극을 떠올리며 정말 열심히 연습했다. 학생들이 머릿 속에는 연극 전체의 대사와 사람들의 몸짓, 동선, 감정, 분위기까지 또렷히 담겨 있었다. 연극 연습은 수월하게 진행됐다.

'빈 방 있습니까'라는 연극은 과거에 일어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것이다. 2000년 전 빈 방이 없어 고생하신 예수님을 생각하며 '오늘 우리에게는 예수님을 맞이할 빈 방이 있는가'를 질문하는 연극이다.

그런데 방과 후 연극을 준비하고 있는데, 아내에게 급한 연락이 왔다. 아이가 태어날 것 같다는 것이었다. 아내는 임신 중이었다. 연극을 연습하던 학생들은 필자에게 빨리 가보라며, 자기들끼리 연습을 하겠다고 말했다. 급히 산부인과로 달려갔고, 20대 중반의 아내는 첫 아이의 분만으로 산고를 겪고 있었다.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옆에 머물러주는 것 밖에 없었다.

그렇게 그날 밤 첫째 딸은 태어났다. 12월에 찾아온 축복이었다. 그런데 그날따라 태어난 신생아가 많아 병실이 포화상태라 아내는 분만실에서 밤을 보내야 했다. 방이 없었던 것이다. 이제 막 출산 한 여인이 따뜻한 방이 아니라, 추운 분만실에서 밤을 보내게 된 것이다. 침대는 작고 차디찬 철로 돼 있었다.

예수님의 탄생은 하나님이 직접 우리를 찾아오신 사건이다. 하나님의 직접성, 이것은 인간을 향한 구원의 열정과 그 중요함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하나님의 사랑, 긍휼, 열정을 보여주는 사건인 것이다. 문제는 하나님의 백성들에게 찾아오셨지만, 자기 백성이 하나님에게 방이라는 공간을 열어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런 사실과 역사를 이미 알고 있는 우리가 혹시 지금도 방을 제공하지 않은 역사를 되풀이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보자.

권대현 목사 / 광주제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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