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올 미래의 리더십 ③후임목사의 리더십

다가올 미래의 리더십 ③후임목사의 리더십

[ 특집 ] 후임의 리더십 '조화'가 열쇠

김영철 목사
2018년 03월 13일(화) 08:32

우리가 목회하는 현장은 조선 500년의 유구한 역사와 맞닿아 있는 대한민국이다. 우리는 조선시대의 유교사상과 유교에 기초한 사고방식과 생활양식의 토대 위에서 기독교를 수용했고, 기독교 복음을 만개하였으며, 교회 부흥과 성장을 견인해 와서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예수를 그리스도로 영접하고 고백한 그리스도인이지만 우리 자신도 모르게 우리 의식 구조 속에는 유교적 사고방식이 자리하고 있고, 그것으로부터 우리의 윤리가 형성되어 온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므로 전임자나 후임자 모두 다 목사이지만 우리들의 잠재의식 속에는 유교적 사고가 깊이 뿌리내리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의 현실을 인정하자는 것이다.

주제가 '후임목사들이 가져야 할 리더십'인데, 후임목사는 전임목사인 원로목사를 전제로 하는 표현일 것이다. 필자는 원로목사를 두 가지 측면에서 이해하고자 한다. 

첫째는, 한 교회에서 최소 20년 이상 목회하신 분인데, 이 분들은 대개 한국교회 급성장기에 교회를 개척하여 오늘의 교회를 이루신 분들이거나 아니면 목회를 승계하였지만 교회를 많이 성장시킨 분들이다. 이 분들은 오늘의 교회를 이루기 위해 목사 뿐만 아니라 사모, 심지어 자녀들을 비롯한 형제ㆍ자매 등 범가족들이 함께 하여 교회를 성장시켜 왔다. 그 중에서도 당사자인 목사와 사모는 청춘을 바치고, 본인들의 모든 에너지(경제적인 것 포함)와 열정을 다해 교회를 세워오신 분들이다. 물론 원론적으로는 교회 부흥은 하나님의 은혜이고, 교회는 하나님이 주인이신 주님의 교회이다. 이것을 부정할 목회자가 누가 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는 목회자들의 헌신적 수고 위에 교회가 세워진 것이다. 이것을 현실로 받아들이자는 것, 원로목사의 공로를 인정하자는 것이다.

둘째는, 지금 연세가 70대, 80대 원로목사님 세대는 포스트모던적(post-modern) 사고와 문화는 물론 모던적(modern) 사고와 문화도 이해하기 어렵다. 오히려 철저히 유교적 사고의 틀과 문화 속에 계신 분들이다. 평생을 그렇게 살아왔다. 그러므로 후임목사 세대와는 문화적 차이가 현격하다. 삶의 체험이 많이 다르다. 이것이 현실이다.

그러므로 교회가 평안하여 든든히 서가기 위해서는 이 현실을 직시하고, 현실을 현실대로 인정해야 한다. 원로목사 세대는 합리적인 사고, 합리적 훈련을 하신 분들이 아니다. 이런 분들에게 합리적 사고, 합리적 문화를 요구할 수 없다. 예를 들면 "은퇴하셨으니 교회에 안 나오시면 좋겠다"라고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다. 그래서 현실을 인정하자는 것이다. 그러면 아주 간단하고 아주 쉬워진다. 그렇게 되면 원로목사는 후임목사의 든든한 울타리가 될 수 있고, 영적 멘토가 될 수 있고, 교회의 큰 어른으로서 교회를 더욱 권위있게 하고 교회의 중심을 잘 잡아줄 수 있다.

후임목사가 생각만 바꾸면, 원로목사는 역사의 무대에서 퇴장한 퇴역 배우가 아니라 전임과 후임이 하나되어 굉장한 목회적 에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아름다운 동역의 관계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물론, 원로목사 자신도 상식선에서의 자기 절제, 자기 관리는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후임목사의 리더십을 현실에 대한 직시와 인정을 토대로 '조화'에서 찾아야 한다고 본다. 

필자는 월드비전교회의 2대 목사로 부임하여 고인이 되신 故 안길중 원로목사님과 약 11년 동안 '아름다운 동역의 관계'를 유지해 왔다. 원로목사님은 후임목사를 사랑하고 칭찬하고, 위하여 기도하신 것이 그 분의 일상이었다. 반면에 후임인 필자는 언제나 원로목사님의 입장에서 생각하려고 노력했다. "이 교회를 어려운 시기에 어려운 지역에서 개척해서 혼신의 힘을 다하여 사역하시고, 정년이 되어 후임목사에게 모든 것을 다 이양하셨는데 그 마음이 얼마나 허전하실까?" 늘 이런 생각을 하면서 원로목사님을 대했다. 존경했다. 감사했다. 늘 그 마음을 이해하고자 했다. 필자는 지금도 고인이 되신 목사님을 마음 깊이 존경하고, 감사하는 것은 변함이 없다.

원로목사와 후임목사는 상호 사랑(신뢰)과 존중(이해)으로 조화를 이룬다면 성도들은 은혜를 받고, 감동을 받고, 오히려 목회자를 더욱 신뢰하고 사랑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자연히 원로목사는 후임목사의 든든한 우군이 될 것이고, 좋은 동역자로서 큰 울타리가 될 것이다. 그러므로 후임목사는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 우리는 자주 우리 사회에 원로가 없는 것을 아쉬워하지 않는가? 그러면서 교회에 원로가 존재하는 것은 왜 두려워하는가? 만일 그렇게 생각한다면 우리는 이율배반에 빠질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그럴 필요가 없다. 그러기에 후임목사는 오히려 더욱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목회를 더욱 힘있게 잘 감당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갈 수 있고, 성경과 상식만 벗어나지 않으면 무엇이라도 할 수 있는 여건과 환경이 마련되고, 감당할 힘이 뒷받침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는 "후임목사는 교회에 부임해서 전임자가 하던 것을 하나도 바꾸지 말고, 그대로 하라. 심지어 주보 하나도 바꾸지 말라"는 것이 통념인데 필자는 생각이 다르다. 부임해서 일정한 기간 동사목사로 동역하면서 상호 신뢰와 존중을 전제로 조화를 이루면 ―원로목사의 후원과 양해가 전제되어야 하겠지만 ―부임 초기 1~3년 사이에 변화를 도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변화와 개혁을 이룰 수가 없다. 변화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젊은 세대는 교회에 머무르지 않고 떠나간다. 교회에 유입되지 않는다.

물론 교회가 부흥을 거듭하면 목회자가 꿈꾸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지속적으로 건강한 변화를 도모할 수 있을 것이지만 오늘 우리 시대에 교회 부흥이 말처럼 그렇게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다음세대, 젊은세대가 교회 공동체에서 하나님 나라를 꿈꾸며, 하나님 나라를 건설하는 주역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원로목사와 후임목사의 조화 속에서 후임목사의 리더십이 확보되어야 하고, 그 건강한 리더십을 통하여 교회를 새롭게 하고, 변화시킬 때 다음세대 특히 젊은 세대의 부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며, 기성세대 또한 교회생활, 신앙생활의 만족도를 크게 제고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교회도 생동하는 교회, 질서 속에서 화평한 교회로 든든히 서가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원로목사와 후임목사와의 관계는 상호견제나 단절이 아니라 상호협력의 관계가 되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조화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후임목사는 위축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선한 리더십이 더욱 강화될 것이며, 목회적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게 되며, 행복한 목회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김영철 목사
월드비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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