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창간 72주년 기획 '성경 속으로 들어가다' <4>

본보 창간 72주년 기획 '성경 속으로 들어가다' <4>

[ 창간 72주년 '성경 속으로 들어가다' ]

신동하 기자 sdh@pckworld.com
2018년 01월 30일(화) 15:20

본보 창간 72주년 기획 '성경 속으로 들어가다' <4>이스라엘 이해를 위한 팁

▲ 헬몬산 정상 민간인통제구역을 넘어가니 이스라엘, 시리아, 레바논이 맞물린 국경과 골란고원이 보인다. 이곳은 수자원 확보를 위한 각축장이다. <사진=신동하 차장>

【이스라엘ㆍ요르단=신동하 차장】 본보는 창간 72주년을 맞아 기획취재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요르단 전역을 이강근 목사(유대학연구소 소장)의 자문과 안내를 받아 12일 간 돌며 성지의 역사와 유물 발굴 현장을 소개했다.
 
황량한 광야 한복판에 장막을 치고 숙식하며 출애굽 백성들의 마음을 헤아려보고, 구약의 유적 발굴 현장을 찾고, 예수그리스도의 흔적이 담긴 장소에서 평화의 의미를 반추하고, 무슬림지역의 기독교성지를 두루 살피면서, 과거의 역사를 되짚으며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어떻게 풀어갈지 기사로 담아냈다.
 
본보 창간 72주년 기획취재 '성경 속으로 들어가다' 이번 마지막 4편에서는 그동안의 일반적인 이스라엘 순례 여정에서는 접할 수 없었던 국경선과 공동체 탐방 등 성서의 땅인 이스라엘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현장을 소개한다.


* 헬몬산을 사수하라!
이스라엘 최북단에 위치한 헬몬산의 겨울은 눈과 추위와 강풍을 동반한다는 정보를 접하고 옷을 잔뜩 껴입었지만 대실패였다. 이상기온으로 훈훈한 날씨를 보여 헬몬산의 그 유명한 만년설 구경은 고사하고 땀을 흘리며 등반했다.
 
헬몬산은 이른바 '물(水) 전쟁'의 핵심인 곳이다. 이스라엘, 시리아, 레바논 등 3개국가의 국경이 맞물려 있다. 종교간 갈등의 현장이기도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물을 확보하기 위한 각축장이다.
 
'왜일까?'라는 궁금증을 안고 헬몬산 정상(해발 2800m)으로 향했다. 다다르니 이스라엘 쪽 국경선 검문소(민간인통제구역)가 나타난다. 검문소에서 군인들에게 취재목적을 설명하고 20분 남짓 지나자, 군당국의 특별허가가 떨어져 철문이 열렸다.
 
다소 떨리는 심정으로 검문소를 지나 레바논과 시리아와 골란고원이 한눈에 보이는 헬몬산 정상 안쪽 깊숙한 곳까지 들어갔다.

▲ 헬몬산 민간인통제구역 검문소에서 이스라엘 군인들이 경계를 서고 있다. <사진=신동하 차장>

'물 전쟁'을 이해하기 위한 성경 구절이 있다. "헐몬의 이슬이 시온의 산들에 내림같도다. 거기서 여호와께서 복을 명하셨나니 곧 영생이로다. (시편 133:3)" 헐몬(헬몬산)의 이슬, 바로 물이다. 물!
 
헬몬산에 내리는 다량의 이슬은 '하나님의 축복'으로 불린다. 헬몬산의 이슬과 눈이 녹은 물이 갈릴리호수로, 요단강으로, 사해로 흘러들어간다.
 
헬몬산 남쪽의 골란고원은 이스라엘 식수의 1/3을 책임지는 바니야스강의 발원지며, 이스라엘 대형 식수가 나오는 갈릴리호수의 물도 1/3 가량 기인하고 있다.
 
이강근 목사는 "이스라엘에서 유일하게 눈을 볼 수 있는 지역이 헬몬산이다. 정상의 낮은 온도는 대기 중의 수분을 급격히 냉각시켜 밤에는 엄청난 양의 이슬이 되어 내린다"며 "바로 이슬이 중요한 수원이 되고 있다. 게다가 이스라엘은 이슬을 축복이자 생명으로 여긴다"고 말했다.
 
이강근 목사는 "헬몬산의 강수량은 연중 1500ml다. 이스라엘에서 가장 많은 편이라 다양한 식물이 자라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강우량이 적어 만성적인 물 부족에 시달려온 3개국가는 헬몬산을 놓칠 수 없다. 잠깐의 우기동안 내리는 빗물에 의한 지하수로는 수자원을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헬몬산과 골란고원에서 나오는 물을 어느쪽으로 끌어갈 것인가가 관건이다. 그래서 물줄기를 통제할 수 있는 이 구역을 중심으로 중동전쟁이 계속돼왔다.


* 이스라엘 농업의 근간 키부츠
함께 사는 것만큼 힘든 것이 없지만, 함께 사는 것만큼 행복한 것도 없다. 인간은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에는 집단 농경 공동체인 키부츠(Kibbutz)와 모샤브(Moshv)가 있다. 농업뿐만 아니라 식품가공과 기계부품제조 등 경공업을 병행한다.
 
키부츠는 사유재산을 인정하지 않고 재산을 주민들이 공유하며, 모샤브는 '내것'이 인정되어 농토를 각자가 경작하지만 농기구나 비싼 기계는 공동소유하는 형태를 띈다. 이 두 공동체가 이스라엘에 260개가 있다.

▲ '에멕 키부츠'에서 목화 생산에 사용하는 농기계. 한대에 20억원인 고가의 농기계다. <사진=신동하 차장>

키부츠는 1909년 최초 탄생해 이스라엘 농업의 주축을 이루고 있다. 기자가 이스라엘의 대표적 키부츠인 '에멕 키부츠'를 찾아갔다. 키부츠를 조성한지 75년 된 곳이다.
 
책임자 보아즈 씨를 만나 인터뷰했다. 그는 창립자의 아들이며, 주민투표로 세워진 '이장'이다.
 
보아즈 씨는 "한때 대한민국에서 키부츠 농장을 체험하는 '워킹홀리데이' 열풍이 분 것을 안다. 그러나 지금은 키부츠들이 그런 벌룬티어를 거의 받지 않는다"며 "농업을 기계화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보아즈 씨는 "우리는 18만평 부지에서 과학화 된 농사를 짓는다. 아몬드와 목화 생산이 주를 이루며, 달걀은 1년에 1000만개를 생산한다"고 설명했다.
 

▲ '에멕 키부츠'의 책임자 보아즈 씨. <사진=신동하 차장>

목화 생산에 쓰이는 기계값이 20억원이라고 한다. '에멕 키부츠'는 자신들이 불편하니 기계를 개발하고, 더 나아가 그 기계를 수출까지 한다. 유대인 특유의 지혜와 상술이 나타난다.
 
보아즈 씨는 "구성원 모두 동일한 권리를 갖고 공동재산을 원칙으로 하며, 국가에 세금을 낸다. 생활비와 집크기가 동일하고, 물건 구비는 각자의 자유에 맡긴다"며 "아무나 구성원이 되는게 아니라 1년을 먼저 살게하고 주민투표로 최종 거주를 결정한다. 자녀들은 30세가 될 때 투표로 회원 여부를 가린다"고 거주 원칙을 설명했다.
 
노동에 있어서는 "총 인구가 1200명이며, 이중 절반이 어른인데 남자는 9시간, 여자는 8시간 각자가 맡은 일을 한다"고 소개했다.
 
각자가 일하고 싶은 분야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일정 룰에 의해 결정되면 그 일만 하면 된다. 세탁, 요리, 설거지, 청소, 농사, 교사 등 일이 세분화되어 있다.
 
이곳의 한 할머니는 "젊어서는 아이들 교사로, 중년에는 미용사로, 노년에는 재봉실에서 일하고 은퇴(70세)했다"며 "내가 원하는 일들을 즐거움을 갖고 했다. 은퇴 후에는 평생 생활비가 나온다"고 말했다.


* 히브리대학교와 탈무드
히브리대학교는 1918년 개교한 이스라엘 최고의 명문대학이다. 노벨상 수상자 8명과 이스라엘 총리 4명을 배출했다.
 
성지 기획취재 중 이곳을 잠시 방문할 기회가 생겼다. 입구에서부터 낯선 상황이 펼쳐진다. 2002년 교내에서 잔혹한 테러가 일어나 재학생도 정문에서 신분증과 가방 내용물을 확인하고 검색대까지 통과해야 한다.

▲ 이스라엘 최고의 명문 히브리대학교는 교내 테러의 여파로 출입 시 검문검색이 철저하다. 재학생도 매일 신분확인을 거쳐야 한다. <사진=신동하 차장>

성지 취재일정에 쫓겨 구석구석 돌아볼 순 없었지만 강의실을 거쳐 도서관에 들렀다. 유대인의 정신적 유산인 탈무드를 보고 싶었다. 도서관에 가보니 한 영역이 다양한 언어 번역판의 탈무드로 가득채워져 있다.
 
도서관 관계자는 "우리 학교는 탈무드 교육방식에서 유래된 자유로운 토론방식으로 창조적인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며 "특히 도서관에는 방대한 유대인 연구자료를 소장하고 있다"고 안내했다.

▲ 히브리대학교 도서관. 각종 문헌과 방대한 양의 유대인 자료는 물론 이스라엘의 정신적 유산인 탈무드가 다양한 언어판으로 구비돼 있다. <사진=신동하 차장>

히브리대학교에서 정치학박사 학위를 받은 이강근 목사에게 탈무드에 대한 설명과 유대인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물었다.
 
이강근 목사는 "탈무드는 곧 토라(모세오경)이다. 쓰여진 토라와 구전 토라가 있다. 쓰여진 토라에 관한 주석을 '미드라쉬'라하고, 유대인의 구전율법에 관한 주석을 '미쉬나'라 한다. '미쉬나'에 관한 주석을 '게마라'라고 한다"며 "탈무드는 바로 구전율법인 '미쉬나'와 이를 설명한 '게마라'를 합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강근 목사는 "총 20권으로 1만2000페이지에 250만단어로 구성된 탈무드의 중심주제는 결국 하나님이다. 주전 500년부터 주후 500년까지 1000년간 집대성된 방대한 유대문헌"이라며 "유대인의 사상, 철학, 문학, 역사, 과학, 법률 등 유대인 생활 전반에 걸친 내용들이다"라고 설명했다.


* 세계유일 성막 1:1 크기 재현
이스라엘 네게브 광야의 팀나 국립공원 안에는 이스라엘 학자들이 구약의 성막을 1:1 크기로 재현한 모형이 있다. 크기가 같은건 세계에서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애굽 이스라엘 백성들의 이동 성전이었던 성막을 찾아가니 번제단이 앞에 놓여 있다. 희생제물을 잡아 불태워 그 향기를 하나님께 올려드린 제단이다. 네 귀퉁이 뿔이 인상적이다.

▲ 이스라엘 네게브 광야 팀나 국립공원 안에는 구약의 성막을 1:1로 재현시킨 모형이 있다. 순례객들이 은혜체험으로 가볼만 한 곳이다. <사진=신동하 차장>

그 다음 물두멍이 있다. 제사장이 성소에 들어가기 전 손과 발을 씻고 몸을 정결하게 한 놋대야다.
 
드디어 하나님께 예배드리는 성막 전체인 성소가 나왔다. 들어가보니 성막 내부를 밝혔던 금촛대와 진설병, 향을 피워 올리는 분향단이 있다.
 
그리고 제사장과 대제사장 인형이 서있다. 구별된 레위 지파 사람들이다.
 
당시에는 아무나 들어갈 수 없었던 거룩한 지성소를 들어가봤다. 법궤가 있고, 그 안을 보니 십계명 두 돌판과 만나를 담은 항아리, 아론의 싹난 지팡이가 있다.

▲ 지성소 법궤 안에 놓인 십계명 두 돌판과 만나를 담은 항아리, 아론의 싹난 지팡이. <사진=신동하 차장>

이스라엘 백성이 광야에서 하나님을 만난 성막의 시대는 지나갔다. 이제는 편안한 환경에서 예배를 드린다. 그럼에도 경건하지 못한 모습으로 예배를 드리지 않는지 반성하게 된다.
 
이강근 목사는 "순례객들에게 한가지 당부하고 싶은게 있다. 성지는 눈으로 보는 것도 좋지만, 자기의 고백이 담긴 기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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