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자연재해를 극복하라 ④ 한국교회의 해외구호 방향

교회, 자연재해를 극복하라 ④ 한국교회의 해외구호 방향

[ 특집 ] "선한 사마리아인의 구호 배우자"

안홍철 목사
2017년 12월 27일(수) 09:51

안홍철 목사
한아봉사회 사무총장

세계에서는 지진, 쓰나미, 태풍, 홍수, 자연 화재, 가뭄, 폭설, 화산폭발 등 자연재해에다 전쟁과 종족분쟁 등으로 인한 인재까지 수많은 재해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정보통신의 발달로 인해 우리는 마음만 먹으면 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재해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거대한 지구 세계가 '지구촌', '지구마을'이 되어버린 이 시대에 우리 교회는 재해를 당해 의지할 데 없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다가갈 수 있을까?

우리 교회는 믿음의 선조들이 보여준 '사랑의 수고'(살전 1:3)를 기억하면서 재해를 당한 지구마을의 이재민들과 함께 해왔다. 2004년 북한 용천 폭발사고, 남아시아 지진해일, 2005년 미국 허리케인 카트리나, 2006년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 지진, 2007년 인도네시아 홍수, 2008년 미얀마 사이클론 나르기스, 중국 쓰촨성 지진, 2009년 필리핀 태풍, 2010년 아이티와 칠레의 대지진, 2011년 동일본 지진해일, 2012년 인도 아쌈주 홍수, 2013년 필리핀 태풍 하이옌, 2014년 필리핀 태풍, 2015년 네팔 지진 등, 해마다 일어나는 대형 재해에 총회는 전국교회의 정성을 모아 최대한 신속하게 재해구호 실무자를 현지에 급파, 선교사회와 현지 교단의 교회들과 협력하여 재해구호를 실시하였다.

해외 재해구호를 더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총회는 2011년(96회기)에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 해외재해구호지침'을 마련하였다. 재해구호 7원칙을 정하여 신속성, 직접성, 형평성, 효율성, 연대성, 주변성, 주체성에 중점을 두면서 나름대로 체계적인 재해구호를 실시하려고 노력해 왔다. 그러나 재해구호 실무자로서 10년을 사역하면서 여전히 우리 교회가 놓쳤던 허점들이 그 자리를 떠나온 지금에는 더 뚜렷하게 보인다. 뒤집어 말하면, 우리에게 부족한 점을 보완한다면 지구마을 이웃들에게 한국교회의 따스한 마음을 더 올곧게 전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우리 교회의 해외 재해구호는 아직도 전문성이 부족하다. 교회가 8000개가 넘고 성도가 300만에 육박하는 우리 교단에 재해구호 전문 인력이 거의 전무하다. 재해구호 실무자가 있지만 여러 가지 분야의 업무를 겸하고 있어서 전문적인 능력을 갖출 여유가 없다. 여러 단체와의 연대적 협력도 보완해야 할 부분이다. 

해외에서 재해가 일어나면 한국의 사회단체와 교단들은 다른 단체들과 협력하거나 연대하지 못하고 개별적으로 구호를 한다. 재해의 특성상 대규모의 피해가 있어서 서로간 역할 분담이 절실하지만 함께 머리를 맞대지 못해 재해 현장에서 불필요한 혼선과 중복지원의 실수를 빚기도 한다. 우리는 어떻게 하면 전국교회의 성도들이 정성을 다하여 보내준 사랑의 헌금을 구호라는 봉사의 형태로 다가가면서 이재민들에게 한국교회의 사랑을 전해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한국교회는 지구마을의 재해를 구호함에 있어 좀 더 힘을 낼 수 있을까?

과학에서 힘이란 어떤 물체의 모양이나 상태를 변하게 하는 원인을 말한다. 힘을 말할 때에는 힘이 작용하는 위치인 힘의 작용점, 얼마만큼의 힘이 작용하는지 보여주는 힘의 크기, 어디로 힘이 향하는가 하는 힘의 방향을 측정하는데, 이를 힘의 3요소라고 한다. 힘의 3요소를 가지고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눅 10:30~37)를 풀어보면서 재해구호의 힘을 어떻게 찾을 수 있는지를 생각해 보자.

어떤 사람이 예루살렘에서 여리고로 내려가다가 강도를 만났는데 강도들이 그 사람을 때려 거의 죽은 것을 버리고 도망갔다. 제사장은 그를 보고 피하여 지나가고 레위인도 그를 보고 피하여 지나갔는데 사마리아 사람은 불쌍히 여겨 강도 만난 사람을 도왔다. 사마리아 사람의 사랑의 힘이 역사한 그 작용점은 강도 만난 사람의 고통에 대한 감수성이었다. 사마리아 사람은 가까이 가서 기름과 포도주를 그 상처에 붓고 싸매고 자기 짐승에 조심조심 태웠다. 포도주는 소독제 역할을 했고 기름은 진통제와 상처 완화제 역할을 했다. 강도 만난 사람의 뼈가 부러졌다면 주위의 잔가지를 구해 부목이라도 해줬을 것이다. 신속한 응급처치를 가능하게 했던 힘의 크기는 전문성이었다. 사마리아 사람은 당황하지 않고 전문적인 손길로 신속하게 한 사람의 고통에 응대하였다. 

응급처치를 한 후에 사마리아 사람은 그를 주막으로 데리고 가서 돌보아 주었다. 주막은 방이 있어 쉴 수 있고 음식으로 기력을 회복할 수 있는 쉼터 같은 곳이다. 그 이튿날 사마리아 사람은 길을 떠나야 했기에 주막 주인에게 그 사람을 계속 돌봐주기를 부탁하고 비용을 지불하였다. 더 머물러 돌볼 수 없는 자기의 한계를 인정하고 다른 사람들과 협력하여 강도 만난 사람을 도운 연대성이 그가 추구한 힘의 방향성이다. 사마리아 사람이 강도 만난 사람의 고통과 재해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었던 힘의 3요소는 고통에 대한 감수성, 응급처치와 치료의 전문성, 재해 대응의 연대성이었다.

이 세 가지 힘을 우리 교회의 지구마을 재해구호에 접목하면 어떻게 될까? 먼저, 힘의 작용점으로 우리가 지금 있는 이 자리에서 지구마을의 고통에 대한 감수성을 길러야 할 것이다. "하나님이 이처럼 사랑하신 세상"(요 3:16)인 지구마을의 재난과 고통에 대한 감수성을 가지고 세계의 신음에 귀 기울여야 한다. 그런 점에서 매주 월요일마다 '세기모'(세계를 위한 기도회 모임)를 25년 동안 700회를 모여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재해의 소식들을 나누고 함께 기도하는 모임을 진행해온 한 작은 단체의 감수성은 본받을 만 하다.

둘째, 얼마만큼의 힘이 작용하는지 보여주는 힘의 크기로는 재해구호의 전문성을 확보하는 일이 될 것이다. 재해구호 전문 인력을 꾸준히 양성하기 위해 국내외에서 진행되는 재해구호 역량강화 교육에 참여하거나 자체적으로 재해구호 전문 인력 양성교육을 실시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재해구호 전문 인력 양성교육을 다음세대의 청년들을 중심으로 교육, 진행된다면 청년들의 주체적 지도력 강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셋째, 어디로 힘이 향하는가 하는 힘의 방향은 연대성 강화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어차피 재해의 규모는 우리 교회가 다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크고 광범위하기에 현지의 교단이나 시민단체와의 협력과 연대가 필수적이다. 연대성 강화를 위해 유엔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에서 운영하는 세계 각국 정부 및 구호단체 등을 위한 정보공유 마당(www.reliefweb.int)을 활용하면 좋을 것이다. 

어떤 시인은 "하늘 가득 먹구름으로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는 건 당신의 일이지만 그 빗방울에 젖는 어린 화분을 처마 밑으로 옮기는 것은 나의 일"이라 갈파한다. 
지구 곳곳의 자연재해는 피할 수 없는 일이지만 전 지구적 재해 앞에서 너의 고통을 나의 고통으로 받아들이며 함께 극복해 나가는 우리의 대응이 지구마을의 좀 더 가까운 이웃이 되도록 한다. 어쩌면 지구마을의 온갖 재해는 우리 모두가 서로가 서로에게 연결되어 있음을 뼈아프지만 한편으로는 가슴 시리도록 보여주는 표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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