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비종교인, 교회에 무엇을 바랄까?- '권위주의 지양'

(23)비종교인, 교회에 무엇을 바랄까?- '권위주의 지양'

[ <연중기획>비종교인, 그 절반에 대한 관심 ] "권위, 내려놓을 때 얻게 되는 것"

홍동완 목사
2017년 12월 27일(수) 09:35

홍동완 목사
도심리교회

강원도 홍천에 위치한 도심리라는 작은 산골 마을에 들어온지 15년 됐다. 처음에는 복음전하는 것은 물론 출입까지도 대놓고 반대하던 주민들이 이제는 필자를 마을 반장으로 삼았다. 그렇게 반장 노릇을 한지도 8년이 지났다. 농촌에는 반장이 해야 할 일이 많다. 그 중 중요한 일이 연초에 농사지을 종자를 신청받는 것이다. 우리 마을의 종자신청 중 가장 많은 것은 감자다. 사람들에게 '강원도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을 물어보면 대부분 감자라고 말한다. 감자의 원산지는 남미 안데스 산맥으로 알려져 있다. 16세기 후반 이 지역을 점령한 스페인 사람들이 감자를 스페인에 전파했고, 계속해서 아일랜드, 영국, 독일 유럽 대륙으로 퍼져나갔다. 19세기 초 유럽에서 전 세계로 보급됐는데 이 시기 귀츨라프 선교사는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복음과 함께 감자를 전했다. 그리고 1832년 7월에 충청도 홍주만 고대도에서 귀츨라프 선교사에 의해 처음으로 재배됐다. 그가 여행을 위해 배안에 식량으로 가지고 다니던 감자 한 자루가 충청도에 재배되면서 삼천리 반도 금수강산 구석구석으로 퍼져나갔다. 

현재 강원도의 복음화율은 10% 이하다. 그러나 감자의 보급률은 100%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감자는 순식간에 나라 전체를 점령했지만 복음은 오히려 점점 힘을 잃고 위기에 처해 있다. 필자도 감자농사를 지으면서 사람들이 감자를 왜 좋아할까 생각해 봤다. 

첫째, 매우 친근하게 생겼다. 땅 속에 동글동글하게 생긴 감자는 할아버지부터 손자들까지 꼭 한 가족의 얼굴과도 같다. 둘째, 수확이 많다. 감자 한 박스를 심으면 20배까지 수확이 가능하다. 셋째, 쓰임새가 많다. 구워먹고, 삶아먹고, 튀겨먹고, 볶아먹고, 간혹 썩는다 해도 잘 거르면 감자가루가 되고 그것으로 맛있는 떡을 만들어 먹을 수 있다. 넷째, 감자는 재배가 쉬워 일자무식 촌로(村老)도 키울 수 있다. 감자를 사등분 한 후에 땅에 적당히 심으면 90일이 지나면 수확을 할 수 있다. 다섯째, 오래 보관할 수 있다. 예수님이 말씀하신 '한 알의 밀 예화'를 강원도 버전으로 하면 '한 알의 감자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감자를 맺느니라'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필자도 이곳에서 누구나 좋아하는 한 알의 감자가 되려고 힘쓰고 있다. 권위에 대해서 말하면서 감자에 대해 길게 이야기 한 이유는 감자에게선 위화감을 주는 권위의 어떤 모습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교회에 '미래(未來)'라는 강아지가 있다. 미래는 유독 조 집사님을 싫어한다. 다른 성도들에게는 친근하게 하다가도 조 집사님만 나타나면 슬금슬금 피해서 다른 곳으로 가버린다. 이유는 조 집사님이 엄한 목소리로 자신을 꾸짖거나 막대기로 때리려 했기 때문이다. 엄한 목소리와 막대기가 권위를 만들지 못한다.

매년 추수감사예배는 마을과 함께하는 예배로 드린다. 저마다 추수한 농산물을 가지고 와서 예배를 드린다. 예배를 마치고 문 앞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는데 한 아주머니가 두 팔로 저를 안으시며 인사를 건넸다. "목사님, 사랑해요" 그래서 필자도 "저도 사랑합니다." 인사를 하는데 옆에 남편이 서 있었다. "남편 앞에서 이래도 되는 거예요?" 웃으며 말하자 남편의 말이 나를 유쾌하게 했다. "목사님은 사람이 아닙니다. 목사님은 신(神)입니다."

밭둑에 아무렇게나 앉아 한 숨을 쉬고 있는 농부들, 백번 죽었다 깨어나도 여전할 거라는 절망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들, 진리와 생명마저 걷어차버린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이 목사인 필자의 삶이다. 발에 끌리는 치렁치렁한 인위적 권위라는 옷을 벗어버리고, 한 알의 감자처럼 예수 그리스도의 심장을 가지고 그들 속에 들어가 함께 일하고, 함께 먹고, 함께 울고 웃고 했다. 그랬더니 밤하늘에 밝게 빛나는 별빛 은실로 만든 참 권위의 옷을 그들이 입혀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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