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본의 비종교 인구 변화

(17)일본의 비종교 인구 변화

[ <연중기획>비종교인, 그 절반에 대한 관심 ] "종교인 30% 수준, 기독교인은 1% 미만"

낙운해 교수
2017년 12월 27일(수) 09:25

낙운해 교수
장로회신학대학교ㆍ일본기독교단 파송

일본의 비종교인의 인구변화를 분석, 평가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것은 한국을 비롯한 다른 선진국들처럼 일본에서도 최근 몇 년 사이 비종교인의 인구가 명확히 줄어들었다면 모르지만, 상황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기 때문이다. 

통계수리연구소가 5년 마다 실시해 온 여론조사를 보면 1958년부터 현재까지 일본의 비종교인 비율은 약간 증가한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분명히 비종교인이 증가했다'고 말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면 1958년에 65%였던 비종교인 비율은 2013년에는 72%가 되었다. 이것은 결과적으로 '과거 5년 동안 7%의 비종교인이 증가했다'고 판단하는 근거가 되지만, 그 사이 비종교인 비중이 감소한 시기도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더 자세히 확인해 보면, 일본의 비종교인의 비율은 1958년부터 1973년까지 5년마다 65%, 69%, 70%, 75%로 늘어서 15년간에 10% 증가했지만, 1978년에는 68%로 단번에 9% 하락해 1958년과 같은 상황으로 되돌아 갔다. 그 이후 1978년부터 1988년까지 66%, 68%, 69%로 조금씩 증가했는데 1993년에 다시 67%로 감소, 1998년 이후 2013년까지는 71%, 70%, 73%, 72%로, 70% 부근에 머무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결국 과거 60년 간만 보면, 일본의 비종교인 비율은 70% 전후로 증감을 반복해 온 것이다. 시대와 사회 상황이 격변해도 종교에 대한 국민 의식엔 큰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 것이 일본 종교 현황의 특수성이라 여겨진다.

그런데 문부과학성의 종교통계조사에 의하면 2005년부터 2015년까지 10년 사이에 일본 종교인은 2억 884만 5429명에서 1억 8889만 2506명으로 크게 감소했다. 그런데 신자수가 일본의 전체 인구인 약 1억 2700만 명보다 훨씬 많은 상황이다. 이것은 한 사람이 복수의 종교에 속해 있다는 의미다. 이 배경에는 한 사람이 불교나 신도 등 여러 종교의 예식을 치르는 것이 매우 일반적인 일본인들의 삶이 있다. 800만의 신이 있다는 일본에서는 예수도 석가모니도 많은 신들 중 하나로 여기는 다원주의적 신관이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통계수리연구소의 조사에 의하면 '종교를 믿는 마음을 소중하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소중하다'고 답한 일본인은 1983년부터 2013년까지 80~66%의 폭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믿는 종교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있다'고 대답한 사람은 2000년 시점에서 9.5%(종합사회조사;JGSS)로 10%도 되지 않았다. 여기에서 보이는 것은, 현대의 많은 일본인들이 막연히 종교를 믿는 마음을 소중하다고 생각하고는 있지만, 어느 특정한 종교를 믿는 종교인으로서의 자각을 갖고 있지 않은 현실이다.

왜 이렇게 됐는가. 그 이유 중 하나는 '개인으로서의 믿음'은 없어도 '가족의 종교'는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데에 기인할 것이다. 일본에서는 '가족의 종교'가 지역의 문화, 종교와 밀접한 관계가 있고, 그 영향은 인간 관계와 개인의 정신성에까지 미치고 있다. 실은 이 현실이 천황제도를 기반으로 한 국가 전체의 정신성과 연결돼 있는 것이 문제이다. 물론 핵가족화의 진전으로 '가족이나 집'의 개념이 크게 변화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 문화와 연결된 '가족의 종교'를 소중하게 생각하려는 정신성이 일본인 사이에서 유지되고 있는 것은 경시할 수 없다. 이것이야말로 일본에서의 기독교 전도에 큰 장애물이 되는 것이다. 

이런 사회 문화적 상황 속에서 일본 개신교회는 오랫동안 고전해 왔다. 그러나 그 싸움의 역사는 기독교가 사회에서 인정받고 살아남기 위해 일본의 정신성과의 타협하는 역사이기도 했다. 많은 일본교회가 적극적으로 전도하는 것보다 지역에서 위험한 종교가 되지 않도록 그리고 신뢰를 얻도록 노력해 온 것이 하나의 증거이다. 2년 후 개신교 선교 160주년을 맞이하는 일본은 기독교인 인구가 아직도 1%에 달하지 않으며, 주일에 교회에 나가는 교인 비율은 0.25%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교회는 고령화가 심각하고 아이들과 청소년은 매우 감소했다. 일본교회 역시 신앙계승에 실패한 것이다.

이상의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선 일본교회에도 근본적인 개혁이 요구된다. 그러면 일본교회의 과제는 무엇일까. 그것은 시대에 맞는 어떤 지혜로운 처방을 찾아내는 것보다, 교회가 하나님을 정말로 믿고 우직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즉 하나님 나라와 하나님의 의를 우직하게 구하고, 하나님 나라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몸으로 살며, 스스로의 삶을 통해 복음을 세상에 전하고 사랑으로 하나님과 세상을 우직하게 섬기는 일이 아닐까 한다. 일본 교회를 넘어서 세상의 모든 교회의 과제가 거기에 수렴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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