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필리핀의 비종교 인구

(16)필리핀의 비종교 인구

[ <연중기획>비종교인, 그 절반에 대한 관심 ] "종교 가지려면, 가난 먼저 극복해야"

임장순 목사
2017년 12월 27일(수) 09:23

임장순 목사
총회파송 필리핀선교사

필리핀은 매우 독특한 종교적 구조의 틀을 가지고 있다. 가톨릭이 80%. 기독교가 11%. 이슬람이 5% 등 메이저 종교 3곳이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하나의 특징이고, 또 다른 하나는 무종교인의 숫자가 매우 적다는 것이다. 특별히 이슬람이 민다나오 지역에 집중돼 있는 것을 제외하면 거의 전국에서 가톨릭과 개신교인이 주민의 90%를 넘어선다. 이만하면 필리핀 사람들의 종교에 대한 관심과 열정은 아마도 세계 최고 수준일 것이다.

그렇다면 정말 필리핀 사람들은 그만큼 활동적으로 종교생활에 임하고 있을까? 그렇다고 말할 수 밖에 없는 정황들이 많다. 

첫째, 수도 마닐라를 비롯한 주요 도시들에선 매일 교통전쟁이 일어난다. 하지만 아무리 복잡한 지역이라고 하더라도 주일 아침에는 교통 체증이 거의 없어 짧은 시간 안에 이동이 가능해 진다. 주일 아침에는 많은 사람들이 집 주변 교회나 성당을 찾아 예배를 드리기 때문이다.

둘째, 필리핀은 연중 기온이 높아 종교 모임의 형태가 한국처럼 건물 중심적이지 않은데, 가톨릭의 미사는 큰 쇼핑몰이나 마을 회관에서, 개신교의 예배는 특별한 시설이 필요치 않는 나무 아래 혹은 동네에서 제일 넓은 가정집 창고에서 드려지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물론 종교시설로 지어진 성당이나 교회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모임을 갖고 예배를 드리는데, 문제는 상대적으로 시설이 부족한 지방에서 빈민 계층, 젊은이들이 종교 활동에 참여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지방의 경우 종교시설이 흔하지 않은데 형편상 교통시설을 이용해 멀리 갈 수도 없기에, 종교인이라고 답해도 실제로는 종교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이 지방 또는 빈곤 지역으로 갈수록 많아진다. 
도시빈민의 경우 필자가 주안대학원대학교 리서치팀의 도움을 받아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도시지역이라 할지라도 지역에 따라서 교회에 못 나가는 이유에 대해 '주변에 교회가 없어서'라고 답한 사람이 많았고, 그들 중 상당수는 '집 주변에 교회가 세워진다면 출석을 하겠다'고 답했다.

필리핀인들은 대단히 종교적이어서 기회가 주어진다면 종교적 행동에 동참하기를 원한다. 하지만 다른 개발도상국들처럼 지리적, 경제적 여건이 종교 활동에 큰 장애물로 작용하고, 특히 청년과 청소년 등 경제력이 없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비종교인이 증가하는 추세다. 

설문조사 혹은 인구조사에서 종교인이라고 답은 하지만 현실의 삶과 종교 생활이 동떨어져 있는 경우도 많은데, 특히 포스트모더니즘적 사고로 인한 개인주의 및 자기중심적 사고가 이러한 행태를 더욱 확산시키고 있다고 생각한다.

과학이 발달하고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하면서 절대자를 의지하기보다는 자신의 판단과 지식에 근거해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려 하면서, 종교에 냉담한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 필리핀 교회들은 교회와 사람들의 접근성을 강화하며, 동시에 젊은이들이 교회로부터 비전과 진로를 세우는 데 도움을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아직은 비종교적 사고가 극히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해당되지만, 이런 현상이 사회적 현상으로 발전하지 않도록 다양한 노력을 강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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