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독일의 비종교인 증가

(14)독일의 비종교인 증가

[ <연중기획>비종교인, 그 절반에 대한 관심 ] "현대인, 소속 없는 '정신적 노숙' 선호"

이성춘 목사
2017년 12월 27일(수) 09:20

이성춘 목사
총회파송 독일선교사

독일의 이전 세대 목회자들은 기독교 국가의 구조 속에 사회적 특권을 누리며 교회 건물도 더 크게 확장시켰지만, 현세대 목회자들은 세속화된 사회에서 믿음을 변호하는 일과 교회를 통폐합하고 건물이나 활동 영역을 축소하는 일을 감당하고 있다. 이들은 폐쇄되는 교회 성도들의 원망과 지탄을 온 몸으로 받고 있으며, 빈 그물을 내리는 어부가 되어가고 있다.  

필자는 서구 교회가 존재 가치와 대사회 영향력을 상실하게 된 이유로 근대성 및 계몽주의의 이상과의 야합을 꼽는다. 신학자 존 드레인 교수는 "근대성은 지난 2000년간 교회를 황폐하게 한 어떤 적이나 박해자보다 더 큰 파괴력을 교회에 행사했다"고 지적한다. 선교사 뉴비긴도 선교학적 저술들이 토착화의 문제를 탐구하려고 애쓴 반면, 현대 문화 가운데 가장 널리 펴져 있으며 가장 강력하고 설득력있는 문화, 근대서구 문화, 복음에 대해 저항이 심각한 문화를 무시했음을 지적했다.

독일교회의 크리스토프 마인스 총회장은 "소속감이 안정성을 제공하던 사회적 환경이 변화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정당, 조합, 클럽, 심지어 교회들로부터 떠나고 있다"고 말한다. 독일교회는 '교회의 축소가 믿음의 축소가 아닌 급변하는 사회 구조의 변화'로 치부하는 것처럼 보인다. 과거엔 지역, 문화, 사회 등 어딘가 소속돼 있어야 했지만, 이제는 신분이나 소속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1970년대에는 독일 국민의 60% 이상이 소속을 중시했지만 지금은 그 비율이 40%대로 낮아졌다. 이런 상황을 종교사회학자 피터 버거는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는 정신적 노숙 상태'라고 지적한다. 

요즘은 교회에 소속된 교인들도 전혀 믿음의 생활을 하지 않거나, 교회 등록을 철회하거나, 교회를 떠나 소그룹 활동으로 이동하고 있다. 기독교인의 경건과 정체성은 주일 예배 출석으로 드러나는데, 독일교회협의회의에서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개신교인 중 정기적 예배 출석자는 80만 8000명이고, 가톨릭은 240만 명이다. 개신교에서 추수감사주일은 보통때 보다 두 배의 인원이 출석하며, 성탄절에는 비기독교인을 포함해 840만 명이 교회를 찾고 있다. 독일 개신교 교회가 주관하는 12만 8000여 개의 그룹활동에 참여하는 사람이 150만 명인 것을 보면, 사람들은 예배보다 취미활동 같은 그룹별 모임을 더 좋아하는 것으로 보인다. 독일세계관연구소(Forschungsgruppe Weltanschauungen in Deutschland)의 종교분포도에 의하면, 해마다 기독교 인구는 감소하고 비종교인은 증가한다. 독일 국민 8280만 명 중에서 가톨릭이 2016년 28.5%(2015년 28.9%)이고, 개신교가 26.5%(2015년 27.1%)이며, 무신론자는 36.2%(2015년 36%)로 파악됐으며, 2015년 4,4%였던 무슬림은 1년 만에 4.9%로 상승했다. 2015년 이후 72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난민신청을 했는데, 그 중 54만여 명이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온 무슬림으로 알려져 있다. 기존의 무슬림 세력과 새로 유입된 무슬림으로 인해, 유럽과 독일 사회에서 기독교와 무슬림의 대화는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독일은 교회에서의 세례교육과 성인식이 전통이기에 청소년들은 1년 동안 교회를 출석하지만, 더 이상의 신앙생활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교회에 등록된 많은 사람들은 교회에서 활동을 하지 않지만 교회 양식의 결혼식과 장례식을 위해 관계만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신앙고백, 곧 죽은 자의 부활이나 인격적인 하나님에 대한 신뢰 등을 믿지 않고 있다. 그들은 결코 기독교인이 아니지만, 기독교인으로 계수되고 있다. 

개신교에서는 매년 30~40만 명씩 교회와의 법적관계를 단절하는 사람들이 발생하는데, 고령으로 사망해 교적부에서 삭제되는 사람들의 수도 이와 비슷하다고 한다. 교회가 운영하는 기관인 유치원, 병원, 요양원 등의 복지단체에도 100만 명 이상의 직원이 있는데, 이들은 기독교인으로 분류돼 있지만 신앙적인 활동을 하지 않는 직업인일 뿐이다. 

이렇듯 교회가 축소되는 현상은 유럽이 다민족, 다문화, 다종교 사회가 되면서, 기독교 중심의 사회 구조를 상실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기독교가 아닌 관용이 유럽의 중심 사상이 돼야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으며, 공적 영역 전반에 퍼져 있던 종교가 사적인 영역으로 축소돼 버렸다. 관공서, 학교, 법원, 병원 등에서도 십자가를 치워 기독교와의 관련성을 배제하는 등 타종교에 대한 배려를 우선시하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기독교는 이제 유럽 사회의 중심부에서 주변부로, 다수의 신앙에서 소수의 것으로 자리를 옮겨가고 있다. 지금 독일 교회는 광야 앞에서 영적인 노숙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교회가 진정한 변화를 시도해야 할 곳이 바로 유럽이다. 이제는 기독교 왕국의 특권을 내려놓고, 비종교인들의 생활 속으로 들어가 다시 하나님의 일을 시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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