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늘어나는 '가나안 성도'

(8)늘어나는 '가나안 성도'

[ <연중기획>비종교인, 그 절반에 대한 관심 ] 교회 떠난 교인, 저절로 돌아오지 않아

이경남 기자 knlee@pckworld.com
2017년 12월 27일(수) 08:53

종교를 갖지 않은 비종교인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다시말해 과거에 종교를 가지고 있다가 현재 비종교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 중에는 종교활동을 중단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종교에 대한 미련이 있는 사람들도 있다. 기독교계에서는 이들을 '가나안성도'라고 부른다. 이 가나안성도에 대해 분석함으로써 비종교인의 현상을 들여다 볼 수 있을 것이다. 

60대 남성인 L씨는 더 이상 교회에 나가지 않는다. 그는 30대 초 아내의 손에 이끌려 반강제적으로 교회생활을 시작했다. 신앙생활을 시작하며 구원의 확신을 갖게 됐고, 30년이 넘는 세월을 교회 안에서 교인들과 동고동락해왔다. 안수집사로서 다양한 부서를 섬긴 것은 물론, 내 교회라는 생각에 교회 일이라면 만사를 제치고 우선적으로 뛰어들었다. 문제가 불거진 것은 최근 3년 전의 일이었다. 당시 교회는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수익을 위해 정원수를 훨씬 초과해 운영하고 있었다. L씨는 문제를 제기했지만, 시무장로들은 L씨의 지적에 수긍하면서도 담임목사에게 적극적으로 시정을 요구하지 않았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담임목사가 이사를 가면서 이사비용으로 교회공금을 빌려간 후 오랫동안 갚지 않는 것이 불합리하게 느껴져 항의했지만, 이번에도 L씨는 벽에 대고 말하는 느낌이었다. 목회자의 반복된 재정비리문제로 L씨는 6~7명의 집사들과 교회를 나와 뿔뿔히 흩어졌다. 성경공부에 열심을 내고, 성경을 읽는 것이 중요한 일과였던 그는 이제 교회에 출석하지 않을뿐만 아니라 성경읽기도 뜸해졌다고 말했다.

30대 중반의 K씨는 얼마 전부터 교회에 발길을 끊었다. 모태신앙인 그녀는 기존에 다니던 교회보다 '좋은 교회'를 찾다가 한 교회에 정착해 만족했다. 그러나 교회에 대한 실망감은 곧 찾아왔다. 국정농단 사태에 분노하고 있던 K씨는 담임목사가 설교 시간에 "국가의 일에는 눈감고 하나님 나라만 생각하라"는 말에 몹시 실망했다. 어떻게 교회가 세상의 문제에 무관심하고, 개혁할 의지를 보이지 않는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결국 K씨는 세상 문제에 관심없는 이 교회를 등졌다.

가나안성도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교회를 떠난 이유에 대해 2위가 목회자에 대한 불만때문이었다(24.3%). 또한, 다시 교회에 나간다면 어떤 교회에 나가고 싶은가를 물었을 때, 올바른 목회자가 있는 교회(16.6%)라고 답한 비율이 가장 높았다. 목회자 때문만이 아니라 이런저런 다양한 이유로 교회에 실망해 이탈한 가나안성도(교회에 출석하지는 않지만 기독교인의 정체성을 갖고 있는 사람들)가 100만 명을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도도 어렵지만, 기존의 교인들을 지키는 것이 더 힘들어진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가나안성도들이 지금은 기독교인으로서의 정체성이 뚜렷할지라도 지속적인 신앙생활이나 신앙적인 돌봄 없이 기독교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아 이들에 대한 대안 마련이 절실하다고 지적한다.

청어람 아카데미 양희송 대표는 가나안성도들이 교회 밖으로 나간 형태로는 장기간으로 볼때 신앙 유지 동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스스로 적극적으로 탐색해 교회밖에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들을 잘 찾아내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한 교회는 가나안 성도에 대한 인식을 정확히 정립해야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가나안 성도를 단순히 잃어버린 양으로 여겨 언젠가는 돌아올 것이라는 안이한 태도를 가져선 안된다"고 말한다. 가나안 성도가 느끼는 교회의 문제점을 확실히 해결하지 않는다면 가나안성도는 교회로 절대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정재영 교수(실천신대)는 가나안 성도를 줄이기 위해선 무엇보다 교회가 건강한 공동체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한다. 건강한 공동체성을 회복할 때 구성원들이 기독교인으로서의 정체성과 교회에 대한 소속감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선 △민주적이고 평등한 구조 △교회의 도덕적인 공동체성이 교회 밖에서도 구현되는 것을 전제했다. 즉, 한국교회가 다양한 생각을 가진 개인들을 존중하고 포용하며 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공동체성을 회복함으로써 진정한 공동체로 거듭날 수 있으며, 이러한 공동체는 가나안성도들도 기꺼이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또한 "한국 교회가 우리사회에서 올바른 역할을 감당하기 위해선 현실에 영합하지 않고 성경의 가르침에 근거해 현실 사회를 비판할 수 있는 예언자적인 모습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시대 교회는 제도화된 종교, 권위적인 리더십, 융통성 없는 집단으로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 종교에 대한 관심이 점점 줄어드는 현실에서 교회는 성도가 교회를 떠나는 이유를 깊이 새기고 개혁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교회를 빠져나간 양들을 영원히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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