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비종교인 증가의 '사회적 원인'

(5)비종교인 증가의 '사회적 원인'

[ <연중기획>비종교인, 그 절반에 대한 관심 ] 합리화ㆍ산업화가 종교 세속화 촉진, '신뢰 회복' 관건

이원규 교수
2017년 12월 27일(수) 08:47

이원규 교수
감신대 은퇴

한국 종교인들(특히 기독교인)의 종교성은 매우 강하다. 그래서 한국은 매우 종교적인 나라인 것처럼 생각하기 쉽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비종교인 비율이 인구의 50%를 넘는 나라는 세계에서 북한, 에스토니아, 중국, 한국 등 4개국뿐이다. 따라서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비종교적인 나라에 속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2005년 47%였던 비종교인 비율이 2015년에는 56%로 늘어나 10년 사이 9%p(570만 명)나 증가했다는 사실이다. 한국도 이제는 유럽의 국가들처럼 급격하게 세속화되고 있다.

종교적 관심이 줄어들고 종교 인구가 감소되는 것은 종교를 필요로 하는 수요가 그만큼 줄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을 '세속화 이론' 혹은 '수요측 이론'이라고 한다. 종교적 수요가 강하면 종교는 성장하지만, 그 수요가 약하면 종교는 쇠퇴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종교적 수요의 정도를 결정하는 요인은 무엇인가? 첫째는 사회의 합리화 수준이다. 이것은 종교와 같은 전통가치보다는 이성적, 논리적 세계관에 의존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는 특히 교육과 과학의 수준이 중요한데, 이것이 높아지면 사람들은 종교적 가르침이나 설명을 덜 신뢰하게 된다. 

둘째는 산업화의 정도로서 사회가 산업화 될수록 종교적 수요는 약해진다. 왜냐하면 산업화될수록 사람들은 생존 문제에서 배부르고 편한 삶을 누리게 되어 종교 의존도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셋째로, 개인이나 사회의 경제적, 사회적 박탈의 수준이 낮으면 종교 의존도가 낮아지고, 그 수준이 높으면 종교 의존도는 높아진다. 그래서 저개발국으로 국민소득과 사회복지의 수준이 낮은 나라는 거의 예외 없이 종교가 성장하지만, 그것들이 높은 개발국 가운데 종교가 성장하는 나라는 없다. 

넷째로, 경제성장에 따른 가치관의 변화도 비종교 인구 증가와 관계가 있다. 경제적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 전통적인 종교적, 도덕적 가치보다는 공리적, 세속적, 오락적 가치를 더 선호하게 된다. 특히 여가산업의 발달은 종교적 관심을 약화시킨다.

2000년대 이후 한국의 사회적 상황은 종교 쇠퇴의 모든 조건을 충족시키고 있다. 교육과 과학의 수준이 매우 높아지며 합리적 사고를 하면서 비합리적인 종교적 가르침을 받아들이지 못하게 되었다. IT 산업에서 주도권을 잡을 정도로 산업화 수준에서 앞서 있고, 이것은 편리함과 여유를 가져다주었다. 눈부신 경제 성장과 소득 증대는 절대적 박탈감을 크게 해소함으로 사람들이 종교를 통한 보상을 기대하지 않게 되었다. 급격한 가치관의 변화로 종교적인, 도덕적인 삶보다는 즐기고 놀며 살려는 분위기가 조성되었고, 이에 따라 여가산업과 유흥산업이 크게 발달하게 되었다. 이러한 모든 변화는 이미 서구 사회(특히 유럽)에서 나타났고, 지금도 진행 중인 사회와 종교의 세속화 현상의 판박이다.

사회학적으로 보면 한국에서의 비종교인의 증가는 돌이킬 수 없는 하나의 추세라 할 수 있다.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것은 종교에 대한 비종교인의 평가가 혐오에 가까울 정도로 부정적이라는 사실이다. 이것은 비종교인의 종교 개종에 최대 걸림돌이 된다. 

그리고 세속화되는 종교의 모습은 종교인의 탈종교화를 조장한다. 종교 입장에서는 이러한 상황에 대처할 방안은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 하는 것뿐이다. 종교가 본질을 회복하여 영성과 도덕성을 확립하는 일만이 그나마 종교가 오늘날 한국에서 존립할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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