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소싱, 부분적 학사통합…신학교육의 틀 완전히 바꾸는 큰 그림 그리자"

"아웃소싱, 부분적 학사통합…신학교육의 틀 완전히 바꾸는 큰 그림 그리자"

[ 교단 ] 신학교장기발전연구위원회 102회기 첫모임, 실제적이고 다양한 의견들 쏟아져

이수진 기자 sjlee@pckworld.com
2017년 12월 18일(월) 08:38

정원감소와 재정부족 등으로 위기가 코앞에 닥친 교단 산하 신학교들의 장기발전을 위한 다양한 의견들이 지난 14일 열린 신학교장기발전연구위원회(위원장:곽충환) 첫 모임에서 쏟아졌다.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 신학교육부(부장:서은성) 산하에 구성돼 있는 특별위원회이지만 '신학교 개혁'이라는 총회 수임사안을 안고 있는 위원회라 조직도 방대하다. 제102회기 신학교육부 임원 3인과 실행위원, 97회기부터 101회기 신학교육부장 4인(연임자 포함), 7개 신학대학교 이사장 및 총장 14인, 101회기 정책기획기구개혁위원회 제3분과장 등 총 26인으로 구성돼 있다. 이날 첫 모임에는 21인이 참석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주로 학교측 인사들은 교양과목의 아웃소싱, 제3세계를 자원으로 한 인원 충원, 부분적 학사통합 등 신학교육과 관련된 의견과 학교 재정운영에 있어서도 '모금의 시대'는 마감하고 수익사업을 통한 재정 확충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등의 실제적인 다양한 의견들을 내놓으면서, 각 신학교가 역량을 갖춰 자생해 나갈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한 후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대처방안을 모색하자는 견해를 밝혔다.

교단과 교회의 미래를 위해 '통폐합'이 필요하면 해야겠지만, 최대한 살아남을 수 있는 각자도생의 길을 걷다가 최후의 수단으로 선택돼야 할 문제라는 입장이다.

반면 현장의 목회자들의 소리는 달랐다. 최원주 목사(대구남덕교회)는 "현장교회에서 당장 올해 교회예산의 1억원이 줄었다라는 말을 이곳저곳에서 듣는다. 교회예산이 1억이 줄었다는 것은 교회의 고민만으로 끝나지 않는다"며, "통합을 제일 뒤로 미루고 다른 얘길 하자는 것은 신학교육부 실행위원들의 논점과 너무 다르다"고 짚었다. 전세광 목사(세상의빛교회)도 "조만간 닥쳐올 엄청난 변화를 심각하게 생각하면서 발전적인 방안을 심도있게 연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이사로 활동중인 서울장신대 안주훈 총장은 학교 개혁 방향에 대해 좀더 객관적인 관점에서 말했다.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정원을 안 줄이면 자생하지 못하고, 학교는 살아남을 수가 없다. 또한 교수가 자기전공과목만 가르쳐선 안되는 시대이며 융복합적으로 가르쳐야 한다"며, "2030년엔 교수자원도 줄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먼저 교수연봉제를 실시한 사례를 소개하면서 "서울장신대는 자생적으로 교수들이 연봉을 1억원 이상 받지 않기로 했다. 이 일로 재정의 몇 억을 줄일 수 있었다. 더 이상 모금에 의존해선 안된다. 총장 모금시대는 끝났다"고 단언하며, "학교가 살기 위해서는 재단이 수익사업을 하는 방안이 적극적으로 연구돼야 한다"고 말했다.

장신대 임성빈 총장은 "우리가 원하든 원치 않든 사회가 변하면 교육정책도 변하게 된다"며, "이러한 거시적 변화와 그에 따른 교육정책 변화를 연구하며, 이와 함께 교회가 당면한 과제의 연구, 신학교의 관점에서의 과제 연구 등 세 가지 관점에서의 연구가 필요하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현재 교육부가 종교사학에 대해서는 구조개혁평가(2018년부터 대학기본역량진단)를 안하고 지원도 안하고 있는 상태지만, 계속 방치하지는 않을 거라는 예측이 참석한 위원들에게서 나왔다. 현재 일반대학들은 스스로 몸집을 줄여가며, 이번 달 안에 발표될 '기본 역량 진단 지표'를 맞추기 위해 힘쓰는 중이다. 졸업생 취업률, 유지 취업률 등이 포함된 대학기본역량진단을 교단 산하 신학교가 선뜻 받기는 쉽지 않다.

이런 가운데 부산장신대 김용관 총장은 "지난번 대학구조개혁평가를 교단 산하 신학교로는 유일하게 참가해 B등급을 받았었다. 이 B등급을 계속 지속관리해 나가자는 차원에서 부산장신대는 대학기본역량진단에 참여키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영남신대 오규훈 총장은 "사실 개별 학교가 교육부가 원하는 역량을 모두 갖추기란 쉽지 않다. 일반대학의 경우 강원도의 학교와 충청도의 학교가 함께 묶어 받는 경우도 있었다"고 소개하며, "신학교끼리 함께 묶어서 역량평가를 받을 수 있다면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제안했다.

또한 오 총장은 "미국의 경우 교양과목의 경우는 '무크'를 들으면 인정해주는 문화로 가고 있다"며, "7개 신학교가 교양과목 같은 경우 아웃소싱을 하게되면 교육도 균등하게 할 수 있고, 부분적 학사통합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하고, "일부를 온라인 교육으로 돌리면 교수들은 학생들의 영성과 인성 훈련에 좀더 시간을 할애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 총장은 "이번 기회에 좋은 목회자를 양성하고, 재정적 구조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신학교육의 틀을 완전히 바꾸는 큰 그림이 그려져야 한다"면서 "저마다 자기 학교입장에서 얘기할 수밖에 없는데, '제8의신학교'를 생각하고 이야기 했으면 좋겠다"며, 혁신적인 발언을 해 주목을 끌었다. 20, 30년 후 한국교회를 책임져야 할 신학교육의 방향을 가지고, 교단의 질적인 개혁을 이룰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신학교에 지향점을 두고 논의하자는 뜻이다.

교단의 단골 개혁안인 '하나의 신학대학원' 정책연구안은 법적, 물리적 통합이 불가능 하다는 결론을 이미 2004년 제89회 총회에서도 결론내린 바 있다. 현실적으로 물리적인 통합이 어렵다면, 내부의 소프트웨어의 통합에 대한 집중적인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위원회는 회의에서 나온 얘기들을 포괄해 전문적인 연구를 할 수 있도록 분과를 나눠 연구를 진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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