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연합기관, 희망을 찾다 ①연합기관의 현주소

한국교회 연합기관, 희망을 찾다 ①연합기관의 현주소

[ 특집 ] '그리스도 위한 연합'이 필요하다

탁지일 교수
2017년 11월 14일(화) 14:16

탁지일 교수
부산장신대ㆍ교회사

교회연합운동의 위기와 혼란을 경험할 때 마다 떠오르는 질문이 있다. 과연 그리스도를 위한 연합(聯合)인가, 아니면 사리사욕을 위한 야합(野合)인가? 한 성령 안에 다양한 은사를 기뻐하는 난교(蘭交)인가, 아니면 소수의 제한된 연합 전문가들의 배타적인 난교(亂攪)인가? 연합기관의 이단대처가 목회현장의 혼란을 야기할 때에는, 복음 수호를 위한 성전(聖戰)인지, 아니면 교권 장악을 위한 혼전(混戰)인지 혼돈스러울 때도 있다.

교파주의를 특징으로 하는 한국교회에게, 연합은 선택이 아니라 주어진 운명이었다. 한국교회 연합의 정신은 구한말 선교 초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3개국(미국, 캐나다, 호주) 6개 교파(미국북장로교, 미국남장로교, 미국북감리교, 미국남감리교, 캐나다장로교, 호주장로교)의 선교는 조선복음화를 위한 연합과 협력을 필요로 했다. 상호양해 하에 선교 구역을 나누고, 상호배려 하에 지역에 적합한 효율적인 선교를 진행했다. 비록 선교사들 사이의 이견이 노출되고 서로의 대립과 충돌을 경험하기도 했지만, '전파되는 것은 그리스도'(빌1:18)라고 고백하며 서로를 존중하며 연합했다.

비록 일제강점기의 수난과 해방 이후 신학적 차이 등으로 인한 뼈아픈 교단 분열을 경험했지만, 민족복음화와 당면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차이와 분열'을 넘어 '공감과 연합'의 정신을 꾸준히 공유해 왔다. 특히 1924년 시작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는 군사정권하 민주화를 위한 사회참여를 통해 한국사회의 신뢰와 지지를 폭넓게 얻었다.

하지만 1989년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의 설립과 함께, 교회협의 활동은 그 대표성에 영향을 받게 된다. 한국교회의 양대 연합기관으로 자리매김 한 교회협과 한기총은 한국 개신교 연합운동의 진보수를 각각 상징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정부와 사회를 향한 단일 창구를 형성하는데 있어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비록 두 개의 연합기관이 존재했지만, 교회협의 일부 교단들이 한기총에 중복 가입되어 있었기 때문에, 교회협과 한기총의 협력 활동은 성격차이에도 불구하고 무난하게 진행되었다. 무엇보다도 연합정신을 근간에 둔 본 교단은 교회협과 한기총 모두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감당하면서, 한국교회의 균형 잡힌 연합운동을 이끌게 된다.

하지만 2010년부터 지도부 선출과 이단 문제로 인한 내분을 겪으면서 한기총의 위상과 영향력은 급격히 약화된다. 한기총 대표회장 금권선거 문제와 회원 교단들의 정서를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이단 문제 접근이 문제를 야기한다. 

다양한 회원 교단들의 동의와 공감대 형성을 결여한 채 이단 재심 및 해제를 시도한 것이 이유였다. 결국 이로 인해 주요 교단들의 탈퇴가 본격화되고, 본 교단도 2012년 제97회 총회에서 한기총 탈퇴를 공식 결의하게 된다.

배려는 '내가 주고 싶은 것'이 아니라 '상대방에게 필요한 것'을 세밀하게 살피고 감싸주는 행동이다. 설날이나 추석 명절에 고향을 찾아온 가족들이 한 상에 둘러앉아 맛있는 음식을 나누는 모습과 다르지 않다. 서로 사는 곳도 다르고, 형편도 다르고, 생각도 다르지만, 함께 음식을 나누고, 함께 해온 지난날들을 회상하며, 이미 하나님 곁으로 떠난 믿음의 선진들이 남겨준 공동의 유산을 생각해보는 시간이다. 때로는 의견 충돌이나 다툼도 있지만, 매년 다시 고향을 찾는 이유는 '한 가족'이기 때문이다.

연합과 협력도 이와 다르지 않다. 서로의 교리와 직제에는 차이가 있지만 동일한 신앙고백의 전통과 뿌리를 확인하는 자리이며, 교회와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공동의 문제를 해결해 나아가기 위해 '갈등과 충돌'보다는 '배려와 공감'의 폭을 넓혀 나아가는 '성도의 교제'이다. 각 교단이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선물을 가지고 나와, 서로 나누며 기뻐하고 배우는 자리가 연합과 협력의 본질인 것이다. 

한국교회는 연합과 협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본교단도, 한기총 탈퇴 이후 한국교회연합(한교연)과 한국기독교연합(한기연) 설립과 활동에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면서, 교회적으로는 사분오열된 연합과 협력의 힘을 하나로 모으는 한편, 사회적으로는 한국교회의 위상을 다시 회복을 위해 노력해 오고 있다. 

다종교 한국사회에서 광주, 부산, 제주는 국내 다른 지역에 비해 교회연합운동이 활발한 곳이다. 

기독교 교세가 강한 지역에서는 연합과 협력의 필요성이 그다지 절실하지 않을 수 있지만, 차별화된 역사적 경험을 공유하는 광주와 제주 그리고 불교의 땅에서의 고립적 상황에 처한 부산에서는 연합활동의 불가피성이 존재한다. 실제로 이들 지역들에서는 거의 모든 교단들이 연합에 참여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부흥과 풍요 속에 교회는 분열을 경험하고, 고난과 위기 가운데 연합을 이루어낸 사실을 교회사는 증언한다. 교회의 다툼과 분열은 사회의 냉소적인 비판을 초래했고, 연합과 협력은 교회의 순기능을 강화시켜 왔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특히 연합활동이 '그리스도를 위한 연합'이 아니라, '사리사욕을 위한 야합'으로 변질되는 것을 민감하게 경계해야 한다. 지역교계와 주변사회의 필요와 요구에 부응하는 연합활동이 아니라, 특정 정파와 개인 중심의 불균형하고 불공평한 연합활동은 크고 작은 균열을 야기하기 때문이다. '연합'과 '야합' 사이의 간격이 그리 넓지 않다는 사실을 한국교회의 교파주의역사는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다.

사리사욕을 위한 야합이 아니라, 그리스도를 위한 연합이 절실하다. 각자의 모습 속에 나타나는 다양한 하나님의 선물을 인정(recognition)하고, 한 성령 안에서 함께 공유하는 신앙고백에 기초해 서로를 배려하고 받아드리며(reception), 교회와 사회의 치유와 회복(restoration)을 위해 노력하는 그리스도교 가족공동체의 연합과 협력이 필요하다.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