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2회기 총회 주제-실천사례 (2)중형 도시에서의 마을목회

제102회기 총회 주제-실천사례 (2)중형 도시에서의 마을목회

[ 특집 ] "이제 기도도 심방도 '사회적'으로"

이원돈 목사
2017년 10월 18일(수) 11:37

이원돈 목사
부천새롬교회

새롬교회는 30년 전에 부천 약대동에 교회를 개척하며 가장 먼저 맞벌이 부부를 위한 탁아소와 공부방을 만들었다. 이후 IMF시절 주민자치센터 안에 도서관을 마련하며 그 이름을 '신나는 가족도서관'으로 지었다. 왜 약대동의 마을 도서관 이름에 '가족'이란 단어가 들어갔을까? 가족도서관은 경제 위기로 가족이 해체되던 시기에 하나님의 가정을 꿈꾸면서 붙인 이름이다. 그리하여 교회 안의 어린이집, 주민자치센터의 가족도서관, 그리고 그 옆에 마련된 지역아동센터를 통해 주민들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한 마을의 마당이 열리기 시작했다.

부천 약대동의 마을목회와 선교 이야기를 시대별로 구분하면 1986년 교회 개척부터 지역 아동들에게 초점을 맞췄던 1997년대까지를 '지역과 아동의 시기', 경제 위기로 해체되는 가정을 지원하면서 마을 공동체 만들기에 집중했던 1997~2013년 사이를 '가족과 마을의 시기', 2013년 '달나라 토끼 협동조합'이 세워지고 '꼽사리 영화제'라는 마을 영화제가 생기면서 교회의 목회와 선교가 마을 중심으로 전환됐던 '생명과 협동의 시기'로 나눠 볼 수 있다. 

새롬교회가 마을목회와 선교를 하며 중점을 뒀던 것은 마을의 학습, 문화, 복지 생태계를 구성하고, 그 마을 생태계를 기초로 마을의 영적 돌봄망과 생명망을 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목회자들은 마을을 하나의 온 생명적 학습생태계로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작은 교회가 마을의 학습 생태계를 형성하려면 평생학습 시대를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교회학교는 지역 사회의 평생학습 생태계인 동시에 마을의 학교가 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우리 교회는 마을 학습생태계 형성을 위해 매년 여름마다 '마을 전체가 배움터다!'라는 표어 아래 성경학교 대신 마을학교를 연다.

여름 마을학교는 크게 3가지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첫째는 어린이 프로그램으로 마을 성경학교와 가족도서관 방학 프로그램이다. 

두번째는 청소년 프로그램으로 교육 공동체인 '꼽이 텔링 더 스토리'의 활동이 여름 내내 진행되고, 또한 토요일마다 '드루와 쉼터'에선 청소년 인문학 강좌가 열리며, 온 마을이 함께 하는 '꼽이 청소년 영화제'도 개최했다. 

세번째는 마을 세대 통합 프로그램인데, 마을 합창단 '세어림'의 활동이다. 지난해 약대동 주민들은 어린이집, 지역아동센터, 가족도서관, 마을합창단, 그리고 꼽이마을방송국, 꼽이심야식당의 봉사자들, 드루와쉼터의 어르신들이 하나의 마을 학습 생태계를 이루는 새로운 여름을 체험할 수 있었다. 교회를 중심으로 여러 시설들이 하나의 학습 생태계로 이어지고, 마을이 평생 학습 생태계를 구성하면서, 마을 전체가 하나의 배움터라는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와 함께 목회자들은 지역 사회와 힘을 모아 마을의 복지 생태계를 만들어가야 한다. 새롬교회는 설립 당시부터 교회라는 공간을 넘어 마을의 다양한 시설들을 사역 영역에 포함시키기 위해 노력했고, 이처럼 교회가 마을과 지역 사회의 빈 공간을 채우면서, '복지 교육 생태계'라는 그물망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교회와 주민들은 마을에 유용한 생태계를 구성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가 신뢰, 협동, 연대, 참여, 규범, 네트워킹 같은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임을 깨닫게 됐다. 이런 교훈을 발판으로 교회의 제안과 지역 사회의 협력 속에 2013년 마을 협동조합 '달나라 토끼 떡 카페'가 설립됐다. 마을의 협동조합과 사회적 기업을 통해 복지 생태계를 강화해 나가는 단계로 성장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목회자들은 스토리텔링을 통해 마을의 문화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힘써야 한다. 약대동에 다양한 시설들이 생기면서 마을에선 끊임 없이 소통이 일어났고, 이것을 기반으로 '이야기가 있는 마을'이라는 새로운 자긍심이 주민들의 마음에 싹트게 됐다. 그리고 이들의 이야기는 마을 행사와 잔치의 중요한 소재가 됐다. 모든 시설들이 힘을 모으자 작은 마을에선 상상하기 힘든 영화제까지 개최할 수 있게 됐고, 다양한 소통의 장이 펼쳐지면서 주민자치센터 앞마당에는 마을의 생태계를 소개하는 지도까지 등장하게 됐다.

우리 교회는 이제 마을의 교회로서 주민들의 학습, 복지, 문화 등 모든 삶의 영역을 상생의 돌봄망으로 엮는 영적 사명을 감당하려 한다. 교회 안의 신앙 생태계와 교회 밖 마을 생태계를 지역 심방의 개념으로 묶어 영적 돌봄망을 짜려 한다.
이를 위해 교회는 개인과 가족을 초월하는 '사회적 기도 훈련'과 '사회적 심방'이라는 새로운 영성을 훈련에 착수했다. 사회적 돌봄망이 되기 위해 주일예배 때마다 마을을 위해 기도하며, 봄에는 교인들을 심방하고, 가을에는 마을을 심방하는 등 변화에 힘쓰고 있다.

우리는 이런 마을 선교와 목회를 온 마을과 교회가 함께 생명망을 짜는 '온 생명 마을교회'로 부르며, 온 생명 마을 교회가 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원칙을 정해 실천하고 있다.

첫째, 온 생명 마을교회는 어린이, 어르신, 청소년 등 온 세대가 만나는 세대공감의 축제와 만남의 장이다. 둘째, 온 생명 마을 교회는 사회적 경제와 공유 경제 등 이웃들과 함께하는 공동체적 삶을 추구한다. 셋째, 온 생명 마을 교회는 헬 조선, N포 시대, 인구 절벽, 불안 사회에 대안을 제시하며, 정의와 평화를 회복하는 온 생명을 추구하는 마을과 교회이다. 넷째, 공동 육아와 양육, 의식주, 풀뿌리 운동, 바른 먹거리 마을 만들기 등 생명, 평화, 연대, 정의의 가치를 가지고 청년 협동조합과 돌봄 공동체 마을학교를 꿈꾸며 마을을 생명 이야기로 가득 채우는 것이 바로 온 생명 마을 교회다. 

30여 년 전에 새롬교회가 한 알의 작은 겨자씨로 약대동에 떨어졌지만 이제는 온 마을을 하나님 나라의 생명 이야기로 가득 채워 나가길 기도하며, 마을과 교회가 함께 생명망을 짜는 '온 생명 마을교회'로 세워지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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