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2회기 총회 주제-실천사례 (1)대도시에서의 마을목회

제102회기 총회 주제-실천사례 (1)대도시에서의 마을목회

[ 특집 ] "시민 활동의 장, 교회가 만들어라"

오창우 목사
2017년 10월 18일(수) 11:35

오창우 목사
한남제일교회

대도시에서 마을이라니? 아주 이상한 말이 등장했다. 총회장께서 마을목회를 거론하실 때 총회 총대는 물론 개교회들의 반응은 시큰둥(?)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서울시에서 마을공동체라는 말을 했을 때도 그랬다. 하지만 지금은 지역에서 마을사역은 시민사회의 큰 영역으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시민사회! 이젠 주민들이 스스로 만들어 가는 사회이다. 시민사회의 존재감은 복지적인 측면, 보편복지의 일환이라는 면에서 시대적 트렌드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마을'이란 단어는 상상하지 못할 정도의 많은 의미와 사역들을 담고 있다. 마을을 모르고 어떻게 지역사회에서의 교회의 역할이나 마을목회를 거론할 수 있다는 말인가? 마을목회는 단순히 프로그램이나 봉사와 전도활동이 아니다. 마을목회가 성과 속의 경계에서 고민하는 목회자들이 선택한 일이라는 것을 존중해야 한다. 마치 교회가 정부의 돈이나 탐을 내고 이익을 취하려고 한다는 생각으로 접근하면 마을목회는 불가능하다.
'마을목회'라니…. 필자도 그런 단어를 몰랐다. 그냥 같이 살려고 노력했을 뿐이다. 교회에 먼저 부임해서 한 일은 높은 담장과 커다란 대문을 허는 일이었다. 과감하게 동사무소를 찾아가서 어려운 이웃들을 돕는 일에 도움을 청했다. "교회가 어려운 이웃들을 돕기 위해 쌀 50포대를 준비했습니다!" 동사무소와 교회가 한 마음이 돼서 시작했던 일이 이젠 교회는 동이나 구청에서 지역사회의 사역에 있어 중요한 파트너가 되었다. 교회와 동사무소가 협의하는 단체인 교동협의회를 조직하고, 동네의 일들을 함께 나누고 살아간다. 지금 교회 안에 독거노인들을 위한 도시락봉사가 활발하다. 교동협의회에서 정부의 정책으로 혼자 사는 노인들의 죽음인 '독거사'문제의 대책을 논의하던 중 교회가 독거노인 사역을 할 준비가 됐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처음에는 교회 예산으로 진행하다가 후에는 정부의 지원을 받게 됐고 주민들까지 참여함으로 더 활발하게 진행을 하고 있다. 지금은 더 발전해 동, 교회, 병원, 주민 등 지역민들이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지역의 기업 까지 자금을 출자해 사역의 반경이 더 넓어지고 있다. 

마을목회는 시민사회에의 동참이다. 교회가 시민사회를 만들어 가는 시대적 사명을 깨닫는 일은 선교적 교회로서의 새로운 발돋음으로 볼수 있다. 선교적 교회는 시민사회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시민사회에서 더욱 부각되고 있는 선교적 교회가 되는 길은 모든 교회들에게 열려 있다.

교회가 하고 있는 마을목회는 크게 4가지로 구분된다. 

첫째는 시설 위탁, 둘째는 개방과 공유, 셋째는 지역 사역의 참여, 넷째는 마을에서 아이들 키우기  이다. 교회가 지역 내의 일들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감당함으로서 대도시에서도 마을목회가 이뤄지고 있다.

먼저 시설을 위탁하는 사역에 대해 얘기해 보려 한다. 시민사회에서 정부가 세운 시설들은 거의 주민들에게 위탁을 하게 된다. 우리 교회의 경우 한남구립요양원과 한남어린이집 그리고 방과후교실 등을 위탁받았다. 이외에 복지관까지 운영하기에 지역사회를 책임지고자 하는 교회라는 신뢰를 얻고 있다. 다만 종교적인 색채를 띨 수 없다는 약점이 있지만 이 역시 그리스도의 정신으로 일을 해나가는 데는 큰 무리가 없다.

다음으로 개방하고 공유하는 사역은 지역 마을 공동체에게 가장 필요한 일로 생각된다. 교회는 가진 시설을 주민들과 공유함으로써 주민들이 활발하게 시민사회를 이뤄가도록 도울 수 있다. 개방의 목적은 공유 자체가 돼야 하는데, 교회 시설이 하나님의 것이지 우리의 것이 아니라는 청지기적 신앙으로 임해야 한다. 필자의 교회는 교육관을 개방해 마을모임 등의 장소로, 교육관 정원은 마을의 정원으로 주민들이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커뮤니티 활동과 공동육아 활성화 지원사업 공간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교회를 중심으로 많은 마을공동체사업이 생겨나고 있다. 현재 부모 커뮤니티 4개, 동네 오케스트라, 공동육아, 마을미디어, 한꿈봉사단 등의 모임 장소를 제공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마을공동체에 참여하는 사역이 이뤄져야 한다. 시민사회, 보편복지시대에 교회의 역할은 독자적인 사역 이외에 지역사회와 함께 그리고 더불어 하는 일에 참여하는 것이다. 

서울시의 경우 매달 마지막주 수요일로 정해져 있는 서울시민이 함께 청소하는 날에 교회가 새벽기도회를 마친 후 담임목사를 선두로 참석하면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다. 마을공동체에의 참여는 시민사회, 보편복지의 중심이 되고 있다. 

아기학교의 등록이 줄자 지역 주민인 교인들을 중심으로 여성 가족부 공동육아를 시작했다. 교회가 유치부 시설을 제공함으로써, 어머니 3명, 아동 3명으로 시작한 모임이 지금은 어머니 16명, 아이 19명, 총 35명 규모의 활동으로 성장했다. 

또한 노인복지후원회의 효도잔치, 체육회의 체육대회, 통장협의회의 윷놀이 대회 등 지역 유관단체들이 진행하는 사역에 재정지원은 물론 참여함으로써 지역에서 교회도 마을의 일원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마지막으로 마을에서 아이들 키우는 사역도 빼놓을 수 없다. 아이들은 마을에서 자란다. 우리 교회 아이들도 마을에서 자라고 있다. 어떻게 하면 교회가 도울 수 있을까를 생각하다가 크게 두 가지 일을 시작했다. 하나는 학교가 해주지 못하는 일인 봉사점수 제공이고, 다른 하나는 부모가 해주지 못하는 체험이다. 교회에서 봉사단을 조직해 1년에 120시간을 목표로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교회는 부모를 대신해 여행을 경험하게 한다. 동네청소, 요양원방문봉사활동, 녹색장터운영 등의 봉사활동에는 지역의 청소년들이 참여하고 있고 봉사점수로 장학금 수혜, 대학 진학, 봉사상 수상 등의 좋은 결과를 얻고 있다. 

이젠 어디에나 마을목회가 필요하다. 대도시에선 아직 '마을'이라는 단어가 어색하기에 '마을목회'라는 말도 어색할 것이다. 그러나 이제 교회목회와 마을목회를 구분하지 말자. 이제는 마을에서 교회와 마을을 돌보는 목회를 해야 한다. 마을주민들과 소통하고 지역의 어려움을 함께 해결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지역사회에 꼭 필요한 교회가 돼야 하지 않겠는가! 마을목회의 정신은 지리적 주소가 중요한 교회가 아니라 지역주민들의 정서 속에 자리잡고 있는 필요한 교회이다. 우리 총회가 마을목회를 지향할 때에는 잃어버렸던 목회현장을 되찾고 지역사회를 구원할 교회로서의 위상을 새롭게 하자는 취지일 것이다. 예수님의 공생애 사역지가 마을이었던 것처럼 우리도 마을을 무대로 멋진 마을목회를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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