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목회의 예술적 실천 (3)실용음악과 문화목회

문화목회의 예술적 실천 (3)실용음악과 문화목회

[ 특집 ] 문화목회를 위한 실용음악적 접근 필요

허림 교수
2017년 09월 27일(수) 10:01

허 림 교수
서울장신대학교

문화의 격동을 일으킨 포스트모던의 바람이 권위적이고 폐쇄적이던 한국교회에도 불고 있다.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 시대 문화를 이해하려는 노력과 이전 종교관습의 선별적 분해의 홍역을 감수하면서까지 문화의 흐름을 놓치지 않으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21세기에 이르러 더욱 빠르게 유영하는 문화는 전통과 권위에서 이탈해 개혁적이고 합리적인 방식을 요구하도록 사회를 부추겼다. 이에 따른 시장의 흐름에 재빨리 편승한 산업사회의 틈에서 이미 추억이 되어버린 탁구대와 문학의 밤의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한국교회는 소외됐다. 

다소 폐쇄적인 종교문화는 경쟁력을 잃었고 한때는 중세시대 음악문화를 주도하기까지 하던 교회음악은 고루함의 표상이 되었다. 네트워크가 중요한 SNS 시대에 소통의 키워드를 놓치지 않기 위한 공간 중심의 문화목회가 활발하다. 교회카페, 공간대여, 도서관, 교양강좌 등 사회와의 다양한 소통은 지치고 쉴 곳이 필요한 현대인들의 필요를 진작에 간파한 산업사회의 시류에 발맞춘 문화목회의 일환이다.
디지털의 홍수 속에서 아날로그 열풍이 불고 있지만, 교회음악에 클래식 바람이 불진 않는다. 실용음악의 바람이 아직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찬양대와 통기타 중심이던 교회음악의 축은 신디사이저, 드럼, 전자기타, 베이스기타 등의 악기가 유입되기 시작한 1990년대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빠른 속도로 한국교회에 악기가 유입되었으나, 연주자들의 실력은 그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고 종교적 신념과 음악적 정서에 따라 성도들의 호불호가 갈리며 내홍을 앓았다. 지금은 많이 변했다.

실용음악 장르가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면서 교회에도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예배팀의 음악적 숙련도가 이전과 비할 바가 아니다. 이에, 문화적으로 앞선 교회는 'Blended Worship'이라 불리는 클래식과 실용음악의 융합을 꾀한 예배음악 형식을 통해 세대 간 틈을 좁히는 노력을 하고 있다. 구세대는 여전히 클래식을 선호하지만, 신세대는 실용음악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실용음악의 열풍은 강렬하다. 대학교 실용음악과의 입시 경쟁률은 수백 대 일까지 치솟기도 하고 최고 경쟁률은 학교마다 실용음악과 차지다. 드럼이 구세대 사이에선 호오가 극명하지만, 신세대는 '비트(Beat)'에 열광한다. 방송국은 저마다 전엔 없던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을 편성했다. 보컬 오디션의 열풍은 다양한 가지를 뻗어내며 지금은 실용음악 전성시대임을 증명하고 있다. 

클래식은 여전히 사랑받고 있지만, 지금은 실용음악의 시대다. 실용음악이 소통의 넓은 문이 될 수 있다. 특히 신세대에게는 더욱 그렇다. 

음악은 시공을 초월할뿐더러 싫어하는 사람을 찾기 힘들다. 시대를 떠나 인류에게 두루 사랑받아온 만국공통어다. 문화목회는 교회에 문화라는 소통의 문을 열어놓는 것이다. 그 문을 통해 구세대와 신세대가 함께 호흡하고 잃어버린 영혼이 부담 없이 교회와 마주할 수 있다면 다양한 문화를 종교적 거룩함으로 녹여내는 문화목회의 시도는 시대적인 당위성을 지닌다. 따라서, 문화목회를 위한 실용음악적인 접근은 접근성과 친숙함 측면에서 부담스럽지 않다. 접근 방법은 문화목회의 향방에 따라 제한이 없다. 대중음악의 색채를 띠어야 하는 순간도 있고 좀 더 종교적 색채를 띠어야 할 때도 있다. 

종교적 진리 수호의 고집은 곧아야 하나 대중에게는 유연함을 보여야 문화소통의 문에 사람이 왕래할 수 있다. 다만, 접근 수준은 신중해야 한다. 대중음악은 CCM이라 불리는 현대 기독교음악의 수준을 훨씬 뛰어넘었다. 길거리에서 통기타 치며 복음송 부를 때 호응해주던 과거와 달리 현대 사람들의 기준은 대중음악에 맞춰 있다. 스마트폰만 열면 잘 만들어진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시대다. 

특히 교회 밖 사람들과 호흡하는 문화목회에 실용음악적 접근을 시도한다면 깔끔한 정연함과 훈련된 예술성에 대한 철학이 확립되어야 한다. 대중문화 흉내인지 기독교 문화의 또 다른 표현을 통한 종교적 메시지 전달인지 불분명하다면 정립되지 않은 가치에서 오는 허무함과 근원적 정체성 혼란이 올 수 있다. 

실용음악 번영의 시대가 갑자기 찾아왔다. 교회가 허둥지둥하는 사이에 세상의 음악 문화는 커다란 진보를 일궈냈으며 중세시대의 찬란하던 교회음악은 어디에 있냐 조롱하는 듯하다. 뒤늦게 실용음악은 현대 예배를 주도하며 빠르게 교회에 흡수되었다. 증폭 장치인 앰프를 사용하기 때문에 음악의 태생적 특질인 자극성이 클래식보다 강하다. 실용음악적인 접근 자체가 결과가 되지 않아야 한다. 

드럼을 배우는 학생은 예배시간에 드럼만, 기타를 배우는 학생은 기타 주법만 쳐다보다가 집에 돌아가기도 한다. 문화를 매개로 한 소통으로 접점을 잇지만 문화목회 역시 잃어버린 영혼을 그리스도께 이끄는 사역이다. 실용음악 전문가와 문화목회를 바라보는 목회자의 협력과 체계적인 연구를 통해 다양한 모델을 개발하고 도전할 필요가 있다. 실용음악은 이 시대가 사랑하는 음악이다. 기독교의 그릇에 잘 담아 복음의 열매를 맺게 하는 신령한 도구로 거룩하게 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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