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심과 이기심의 부메랑으로 돌아온 살충제계란

탐심과 이기심의 부메랑으로 돌아온 살충제계란

[ 힐링 ]

이경남 기자 knlee@pckworld.com
2017년 09월 15일(금) 17:26
▲ 손주완 목사가 키우는 닭들은 배터리케이지에서 키우는 닭들과 달리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모래목욕을 할 수 있다. 손 목사의 닭들이 낳은 행복란에서는 살충제가 검출되지 않았다.

생태신학으로 본 살충제 계란

벨기에에서 시작된 살충제계란 파행이 현재까지 유럽연합을 포함해 45개국으로 확산됐다. 우리나라 또한 52곳 농장의 계란에서 살충제인 피프로닐, 비벤트린, DDT 등이 검출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의 핵심 원인을 '공장식 축산'으로 꼽았다.
 
공장식 축산에서 사용하는 '배터리 케이지'는 현재 우리나라 산란계 사육방식의 9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다닥다닥 붙은 철제 닭장이 층층이 쌓여 있는 모습이 마치 배터리를 쌓아놓은 것 같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대부분 창문이 없는 큰 창고형 사육장 안에 설치하며, 닭 한마리당 A4용지 크기 한 장도 안되는 공간만이 허락된다. 이런 배터리 케이지를 3~12단까지 쌓아 놓는다. 이곳에서 닭들은 몸에 붙은 이와 진드기를 제거하기 위해 자연에서 자주 행했던 모래목욕은 커녕 날개 한번 제대로 펴보지 못한 채, 윗층에서 떨어지는 배설물을 뒤집어쓰며 알 낳는 기계로 전락한다.
 
살충제가 검출되지 않은 방사유정란을 생산하는 한 농장주는 "공장식 축산 시설에서는 수시로 닭에게 직접 살충제를 뿌려대기 때문에 살충제달걀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라며, "닭진드기는 아주 작은 부분을 알려준 사건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닭뿐만 아니라 이미 소, 돼지, 우유 등이 99% 공장식으로 생산되고 있다"며 씁쓸해했다. 농장주는 "무조건 싸게만 사려는 소비자가 가난한 농부를 만들고, 농부들은 가난해지지 않기 위해 대량 생산을 감행해 공장식 축산을 선택한다"며 좀 더 비싸더라도 동물복지형 계란을 선택하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산란계뿐만 아니라 육계의 문제도 지적했다. 보통 병아리가 닭이 되기까지는 6~7개월이 걸린다. 그러나 시중에서 판매되는 육계는 병아리를 30일 정도 키운 후 출하시킨다. 사료값이 한달에 3000원 정도 들기 때문에 농장주는 단시일에 닭을 빠르게 키워내기 위해 성장제, 항생제, 영양제 등을 남용하고 이렇게 비정상적으로 길러진 닭이 식탁에 올라오는 것이다.

고통과 학대의 공장식 축산
크리스찬들이 앞장서 바꿔나가야

▲ 배터리케이지에서 피부병에 걸린 암닭의 모습. 장윤재 교수는 꼼짝할 수 없는 좁은 공간에 동물을 가두고 알만 낳게 하는 행위는 명확한 동물학대라고 지적한다.

'포스트휴먼신학' 저자인 장윤재 교수(이화여대 기독교학부)는 이번 살충제계란 파동을 "인간중심으로 동물을 마음껏 착취하고 학대한 결과의 대가"라며 "크리스찬들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더 이상 환경 및 생명에 대해 무관심해선 안되며, 세상과 구별되어 기독교 영성으로 환경생태운동에 솔선수범할 것"을 강조했다.
 
장 교수는 "이제껏 기독교인들은 '인간중심주의'와 '종우월주의' 신학사상 안에 갇혀 동물을 인간의 목적을 위해 존재하는 하등한 존재로 여기며 인간 외에 다른 피조물에 대한 학대와 폭력을 침묵해 왔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성경을 다시 읽어 성서의 세계관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성경의 창조 이야기는 동물이 인간의 먹을거리로 지어진 존재가 아님을 명시한다"며 "사람들은 창세기 1장 28절에 "정복하고 다스리라"는 말씀은 기억하면서 이어지는 29절과 30절에 "풀을 먹으라"고 하신 채식명령은 외면한다"고 꼬집었다. 주일 하루만이라도 고기를 먹지 않는 미트프리선데이(meat free sunday)를 50년간 실천할 경우 소나무숲 1250평을 보호하는 효과가 있다.
 
그는 노아의 홍수 이후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육식조차 "피째 먹지 말라"는 조건부 허용이었다며 이는 고기를 먹되 동물을 학대하고 더럽히지 말라는 뜻이라고 정의했다. "동물에게도 권리가 있다. 그것은 하나님 창조주의 권리이며 동물을 마음대로 착취하고 학대하는 것은 하나님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신성모독"이라는 것이다.
 
하나님께서 외로워하는 아담에게 '에제르', 즉 돕는 베필로서 하늘의 새와 짐승을 주셨다는 점도 언급했다. 성경은 '에제르'라는 표현을 하와뿐만 아니라 동물들에게도 사용했다. 이를 근거로 장 교수는 하나님께서는 동물을 인간의 '반려자, 동반자, 거들어 주는 자'로 지어주셨음을 확인할 수 있으며, 하나님 자신을 '이스라엘의 에제르'라고 표현하셨는데, 이것이 성경이 명시하는 동물의 지위라고 설명했다. 성경말씀을 통해 하나님께서 인간뿐만 아니라 동물도 사랑으로 지으신 존재임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살충제계란 사태는 단순히 달걀의 문제가 아니었다. 지갑은 적게 열고 최대한 싸게 많이 먹으려는 소비패턴, 동물을 좁은 공간에 가두고 학대하는 인간중심적인 공장식 축산의 결과였다. 인간의 이기심과 탐심이 살충제계란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이다.


행복한 암탉이 낳은 안전한 계란, 어디서 살 수 있나
 
온생명생활협동조합에서는 장신영농조합 작은예수공동체(대표:손주완)에서 생산하는 행복란과, 들꽃마을공동체(대표:이형균)에서 생산하는 선한이웃 유정란을 판매하고 있다. 모래목욕이 허용된 동물복지형 사육환경에서 자라는 건강한 암탉들은 이번 살충제 검사판정에서 불검출 판정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매년 조류독감도 피해가고 있다.
 
이곳에서 생산된 달걀들은 생산당일 또는 다음날 소비자의 집으로 배송된다. 구입은 www.onlife.or.kr에서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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