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가 걱정하는 교회

사회가 걱정하는 교회

[ 이슈앤이슈 ]

박만서 기자 mspark@pckworld.com
2017년 07월 26일(수) 11:05

얼마 전 한국교회를 부끄럽게 한 재판이 있었다. 한 학교법인의 교비를 도박 자금으로 사용한 P 목사에 대한 항소심 판결에서 있었던 일이다. P 목사에게는 1심에서 받은 형량보다도 3개월이 많은 실형이 선고됐다. 일반적으로 1심에서 선고된 형량보다 적게 선고됨에도 불구하고, 이날 열린 항소심에서는 일반을 뛰어넘어 특별한 결과가 나온 것이다.

얼핏보면 '무슨 이런 재판이 있나'하고 의문을 가질 수도 있는 대목이지만, 이날 형을 선고한 재판부의 설명을 들어보면 충분히 이해가 갈 뿐만 아니라, 더 높은 형량이 선고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한마디 거들 수도 있다.

형량을 선고한 재판부는 도적질 하지 말라는 내용의 십계명을 들먹이며, "P 목사는 십계명을 어긴 것이 아니라 성스러운 재단 앞에 바쳐진 재물에 손을 댄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어서 재판부는 "성직자는 종교를 불문하고 선한 삶의 모범을 보여야 한다"면서 청결한 삶이 성직자의 최우선 과제가 되어야 함을 꼬집었다.

여기에 덧붙여서 재판부는 "인간의 재판은 끝났지만 신과 양심의 법정은 아직 남아 있다"면서 하나님 앞에서 치러야할 죗값에 대해 이야기하며, 회개를 운운하기도 했다.

목회자라면 쥐구멍이라도 찾아 들어가야 할 순간이다. 사실 이러한 내용은 하루 이틀에 이루어 진 것이 아니다. 한국교회의 신뢰도는 바닥을 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원인이 목회자에 있다는 것은 이미 일반화되어 있지 않은가!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발표한 2017년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독교는 가톨릭과 불교에 이어 세번째이다. 설문응답자 10명 중 8명은 한국교회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응답했을 뿐만 아니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교회 재정의 투명성과 타종교에 대한 태도의 변화를 요구한 것과 함께 '교회 지도자의 삶'을 꼽고 있음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한국교회가 왜 이렇게 되었을까? 사회를 걱정해야 할 교회가 오히려 우리 사회의 걱정거리가 되고 있으니 잘못돼도 한참 잘 못된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고 있으니 더욱더 고민이 깊어 진다. 한국교회는 루터의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해 '개혁'을 통해 '거룩성'을 회복할 것을 내세웠다. 모처럼 스스로를 돌아 보고 잘 못된 것을 과감하게 고쳐감으로써 종교개혁의 정신을 이어가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그러나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일을 3개월여 남겨 놓고 있는 가운데 한국교회는 변한 것이 없다. 물론 개혁교회는 하루 아침에 이루어 지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개혁해 나가는 것으로 이해하지만 지금까지의 결과를 보면 기대치에 못미치고 있다는 조급함을 지울 수가 없다.

개혁의 최우선 대상으로 꼽히는 목회자들은 여전히 잘못가고 있는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강단에서 선포되는 말씀과 삶이 철저하게 분리되어 있지 않은가?

오죽하는 재판정에서 목사를 앞에 두고 십계명의 도적질 하지 말라는 내용을 운운하며, 하나님 앞에 회개할 것을 종용했을까? 교회가 사회를 걱정하며 진심을 담아 기도할 수 있을 때를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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