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여성의 눈물<상>

이주민여성의 눈물<상>

[ 연중기획 '이웃' ]

이경남 기자 knlee@pckworld.com
2017년 06월 09일(금) 17:51

본보가 2017년 연중기획(상반기) 주제로 '이웃-이방인과 함께, 웃는 한국교회'를 진행하면서 이주여성 '고 윤민주 씨'의 사례를 접하게되고, 윤 씨의 사례를 통해 이주여성에 대한 교회적 관심을 제시하고 있는 글로벌 디아코니아센터가 진행한 윤 씨 고향에 대한 지원 프로그램을 현장 동행 취재를 통해 보도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이주여성이 국내에서 겪는 문제점과 교회적인 관심의 필요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이주여성은 '이주민'과 '여성'이라는 두 가지 불리한 여건으로 인해 폭력, 이혼, 가족갈등을 겪을 때 보다 많은 차별과 피해를 경험하게 된다.
 
2015년 12월, 베트남 여성 윤민주 씨가 딸과 함께 전 남편에게 납치 살해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한국인 남성과 결혼 후 귀화해 한국국적을 갖고 7살 짜리 딸까지 낳아 생활하고 있었지만, 윤민주 씨의 결혼생활은 녹록치 않았다. 전 남편은 경제활동에 적극적이지 않았고, 폭력을 휘둘렀으며, 편집증 증세까지 있어 아내와 딸을 괴롭혔다. 윤 씨는 남편과의 결혼생활을 유지하려고 부단히 노력하고, 시부모와도 좋은 관계를 유지했지만 남편의 반복된 폭력으로 인해 결국 이혼에 이르게 됐다. 그러나 전 남편은 이혼에 앙심을 품고 윤 씨에게 첫번째 살해를 시도했다. 법원에서는 첫 살해시도로 인해 전 남편이 윤 씨에게 100m 이내 접근하지 못하도록 접근금지 명령까지 내렸지만, 전 남편의 집요함을 막아낼 수는 없었다. 생명에 위협을 느낀 윤 씨는 글로벌디아코니아센터가 운영하는 이주민여성쉼터 유니게의 집에서 5개월 가량 생활했다. 그러나 전 남편은 쉼터의 위치까지 알아냈다. 윤 씨는 전 남편을 피해 딸과 함께 서울을 떠나 지방으로 내려갔지만, 전 남편은 자녀면접교섭권을 이용해 끝내 모녀를 만나 납치 살해하고, 자신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한국이주여성인권기관 조사에 의하면 결혼이주여성의 약 70%가 가정폭력을, 여성 외국인 노동자의 10%가 성희롱 또는 성폭력을 경험할 정도로 폭력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 한다. 실제로 관련 기관에서 이주민여성의 상담주제를 살펴보면 이혼과 관련된 상담과 가정폭력과 관련된 상담이 각각 1, 2위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관련 기관의 조사에 의하면 가정폭력이나 이혼 상담의 경우 90%이상이 중개업 알선에 의한 결혼으로 조사됐다.
 
1988년 시작된 한국 남성과 아시아 여성간의 국제결혼은 무분별한 중개업 알선으로 인해 서로를 잘 알지 못한 상태에서 이뤄져 부작용이 많았다. 한해 국민결혼 열 쌍 중 한 쌍을 차지하는 국제결혼은 2015년 기준 여성결혼이민자가 13만명에 달하고 있다. 국적별 분포를 보면 중국 국적자 60%, 베트남 국적자가 27%, 그 외 필리핀, 일본, 태국, 캄보디아, 몽골, 구소련계 등 나라순이다.
 
이렇게 국민결혼 10%가 국제결혼인 추세에 비례하여 국제결혼가정의 이혼도 국민 이혼 10%를 차지하고 있다. 2010년 여성가족부의 가정폭력 실태조사를 살펴보면 선주민의 경우 정서적 폭력이 33%로 높은데 비해 결혼이주여성의 경우 신체적 폭력이 39%로 높았다. 폭력의 경우 중증 폭력이 선주민 보다 3배 가량 높았다. 이렇게 폭력피해에 노출된 결혼이주여성을 위해서 여러가지 정책과 제도가 마련되어 있지만, 위의 윤민주 씨의 사례와 같이 가정문제에 대한 경찰의 적극적인 개입이 미미하고, 가정폭력으로 인한 이혼의 경우에도 예외없이 전 남편에게 자녀면접교섭권이 주어지기 때문에 약자인 이주민여성은 생명의 위협을 감수하고 전 남편을 만날 수밖에 없어 법적 재정비 및 보호가 강화되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글로벌 디아코니아센터 서무이사 김종생 목사(온양제일교회)는 다문화 가정이 결혼을 유지하기 어려운 이유에 대해 여러가지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김 목사는 "이주민 여성은 자신의 문화와 전혀 다른 한국사회 적응이 결코 쉽지 않은 데다가, 남성과 여성의 나이 차도 너무 커서 세대차이까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한국인인 남편과 시부모의 경우 다른 나라에서 온 여성에게 일방적으로 자신들의 문화로 흡수통일되길 바라고 있어 외국인 여성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매우 부족한 편"이라고 진단했다. 덧붙여 "이주민여성들은 한국인 남성과 결혼할 때 결혼 외에 또 다른 기대를 갖고 오다보니 결혼시스템의 폐단들이 있다"고 말했다. 즉, 서로를 이해하고 결혼생활을 잘 해나가기 위한 노력 보다 각자의 목적을 좇다보니 결혼 본연의 의미가 희석된다는 것. 이주민 여성은 결혼을 곧 한국행 열쇠로 인식하고 영주권 확보 및 친정식구 돕기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게 되고 정상적인 결혼생활 유지를 위한 노력은 뒷전일 수 있다. 다문화 인식이 기본적으로 되어 있지 않은체 서로가 바라는 결혼의 목적이 확연이 다르다보니 자국민끼리의 결혼보다 처음부터 훨씬 많은 난관에 부딪히게 되고 결국 이혼으로 귀결되는 사례가 많다. 김 목사는 "언어적 한계로 인한 소통부재는 오해와 스트레스를 쌓게 된다"며, "이주민 결혼여성은 가장 먼저 한국에서 언어습득에 노력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다문화이주민 180만명 시대이다. 이주민들은 점점 늘어나고 우리나라의 심각한 저출산현상과 맞물려 다문화 점유율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우리 스스로가 단일민족, 민족적 우월성, 백인과 흑인 차별을 해소하고 다문화 이주민들의 다양성과 문화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한국교회는 이주민여성이 가족안에서 원활히 소통하는 것을 돕고, 조화로운 가정을 세워나갈 수 있도록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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