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없는 사회 (3)'나 홀로 족' 교회의 대책은

가정 없는 사회 (3)'나 홀로 족' 교회의 대책은

[ 특집 ]

김승호 교수 echa@pckworld.com
2017년 06월 02일(금) 10:13

김승호 교수
영남신학대학교

가히 '혼족' 열풍이라 불릴 만하다. '미운우리새끼', '나 혼자 산다', '혼술남녀' 같은 TV 프로그램이 폭발적인 인기를 구가하면서 혼족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어느 시대나 '나 홀로 족'은 늘 있었지만,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혼족은 1인 가구의 대표격으로 자리매김했고, 혼족현상은 하나의 중요한 문화로 자리잡았다. 그들 나름의 라이프스타일을 존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대세가 되고 있다.

교회는 어떠한가? 교회 내 싱글들 모두가 혼족은 아니지만, 수많은 '나 홀로 족'이 교회 안에 있다. 그들은 주로 교회의 주변부 즉 사역의 사각지대에서 맴돌고 있다. 혼족에 대한 교회의 이해가 그리 긍정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사별이나 황혼이혼으로 인해 1인 가구가 된 노년층은 교회 돌봄의 주요대상이다. 반면, 젊은층 혼족을 사역의 주요대상으로 여기는 교회는 찾아보기 힘들다. 특히 해마다 가정의 달 5월이 되면, 교회 내의 혼족은 마음이 편치 않다. 가정에 관한 설교에서 혼족을 포함한 1인 가구를 배려하는 설교를 듣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촛불정국에 이어 새 정부 출범으로 급격한 변화 가운데 있다. 가족유형에 대한 인식도 변화 중에 있다. 이제 더 이상 부모와 자녀로 구성된 가정만을 이상적인 가족유형으로 여기지 않는다. 국제결혼을 통한 다문화가정, 배우자의 사망이나 이혼으로 인한 편부모가정, 이보다 넓은 의미에서의 결손가정 등 다양한 가족유형이 확산되고 있다. 

1인 가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혼족 역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로 수용되는 분위기다. 이처럼 다양성 존중이라는 탈근대의 특징이 가족유형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교회 밖에서는 혼족을 대상으로 다양한 상품들이 출시되고 있다. 혼족이 소비시장의 주요고객층으로 부상한 때문이다. 반면, 혼족에 대한 교회의 대응은 찾아보기 힘들다. 여전히 싱글들의 만남을 주선하는 사역과 다문화가정이나 편부모가정을 위한 사역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혼족을 타깃으로 하는 교회사역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교회에서 혼족은 실패자나 낙오자로 낙인찍힌 상태가 아닌가 한다. '나 홀로 인생'을 살겠다는 그들의 인생관이 '가정'과 '교회'라는 '공동체성'에 익숙한 교우들에게는 다분히 부정적인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교회 입장에서는 혼족을 포함하는 1인 가구의 증가가 그리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이미 한국교회는 마이너스 성장에 돌입한 상태이고, 교회 메시지의 영향력이 점점 감소하고 있으며, 교회의 부패에 대한 개혁의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터져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특히 청년층 혼족은 교회 사역에의 적극적인 참여를 원치 않는 경향이 있다. 신앙생활에 있어서도 타인들과의 활발한 교제보다는 하나님과의 개인적인 교제를 훨씬 중시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모습은 '모이기를 폐하는 어떤 사람들의 습관과 같이 하지 말라'는 성경말씀과는 배치되는 듯하다. 그런 점에서 '공동체성'을 표방하는 교회와 '나 홀로 인생'을 지향하는 혼족은 물과 기름의 관계가 아닐까 한다.

그렇다고 교회는 혼족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그대로 유지해야 하는가? 어쩌면 이 시대의 혼족현상은 진정한 공동체성이 파괴된 자리에서 배태된 개인 이기주의가 변형의 과정을 거쳐 나타난 시대적 산물일지 모른다. 혹은, 그들은 사회가 만들어 놓은 틀에 갇혀 타인의 눈치만 보던 삶을 중단하고 '나만의 인생'을 살겠다고 커밍아웃한 용기 있는 이들일지도 모른다. 

현 시대의 혼족현상은 한편으로는 이 시대의 문화현상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진정한 공동체성이 상실된 이 시대를 향한 항거의 표현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의 경제 양극화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은 교회 내에서조차 배경에 따라 사람 차별을 정당화하는 세속적 문화와 상당부분 오버랩 된다. 초대교회의 진정한 공동체성 회복은 언제나 이루어질까? 

혼족이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주목받는 이 시대에, 과연 교회는 어떤 대응을 해야 하는가? 먼저, 혼족에 대한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이는 더 이상 교회가 전통적인 잣대로 혼족을 판단하지 말아야 함을 의미한다. 있는 그대로 그들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그들을 교회의 동정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것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 오히려 주변부에 있는 그들을 불러내어 함께 하나님 나라를 건설해 나갈 주체들로 수용해야 한다. '차별'이 아닌 '다름'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자세를 회복할 필요가 있다.
둘째, 혼족에게 실제적인 돌봄을 제공해야 한다. 청년층이든 노년층이든 환경에 의해 어쩔 수 없이 혼족이 된 이들은 대부분 경제적 정서적 외로움을 동시에 겪고 있다. 자아성취나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스스로 선택한 혼족 역시 외로움을 나눌 친구가 필요하고, 사역에의 니즈가 있다. 그러므로 교회는 이들의 개인적 가치관을 존중하면서도 이들에 대한 경제적 정서적 지원과 이들의 사역참여방안을 구체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

셋째, 진정한 개인성과 진정한 공동체성을 동시에 회복해야 한다. 오늘날 교회는 과도하게 공동체성을 강조하면서도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권리를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다. 공동체성 강조가 본래의 의도를 상실할 때, 그것은 개인에 대한 폭력이 될 수 있다. 마음에서 우러나지 않은 사역에의 강요는 신앙고백적 차원이 결여된 하나의 형식적 종교적 행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차제에 교회는 개인기도실을 배치하거나 교회 카페의 개인석을 늘리는 것부터 혼족에 대한 배려를 시도하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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