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로교, 노회를 바로 세우자 (2)노회가 흔들리고 있다

장로교, 노회를 바로 세우자 (2)노회가 흔들리고 있다

[ 특집 ]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17년 06월 02일(금) 09:28

장로교의 뿌리인 노회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 헌법에는 노회의 속뜻을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에 여러 지교회가 있으므로 서로 협력해 교회를 보존하고 행정과 권징을 위해 노회가 있다." 이러한 헌법에 의하면, 노회는 서로 협의하고 교리를 수호하며 권징과 행정의 역할을 감당하게 된다. 물론 당회와 총회가 있지만 결국 장로교의 입법과 사법 행정의 중심은 노회라는 의미다.

노회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장로교회 뿌리인 노회가 흔들리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중의 하나는 노회가 제역할을 하지 못하게 만드는 '개교회주의'다. 여기서 말하는 개교회주의란 교회 전체보다는 개교회의 사역과 성장을 중시할 뿐 아니라 다른 교회와 경쟁적인 관계에 있는 것을 뜻한다. 

목회자가 생계를 유지하기도 힘든 교회가 있는 반면 냉방장치와 주차장 확보를 위해 더 많은 헌금을 유도하는 교회도 있다. 10여 명의 교인들이 매주일 눈물로 예배를 드리는 교회가 있는 반면 대형 버스가 지역 구석구석을 다니며 교인들을 실어나르는 교회도 있다. 한국교회의 50%가 출석교인 100명 미만의 교회임을 감안할 때, 빈익빈 부익부 현상으로 보여지는 개교회주의는 결국 노회의 위기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장로교의 정체성에서 보면, 개교회가 연합해서 노회를 구성하기 때문에 개교회는 노회의 지교회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노회만이 지교회를 설립하고 목사를 파송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 물론 일부 교인들이 모여 지교회를 설립할 수 있고 지교회에서 이탈한 교인들이 모여 지교회를 세우기도 하지만 지교회를 설립할 때는 반드시 노회 허락을 받아야 한다.

노회 역할과 관련해 장로교 신학자인 찰스 핫지는 "장로회 정치에서 교회를 세우는 일은 노회가 행할 일이요, 목사라도 개인의 자유로는 행할 수 없다"고 서술한 바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헌법 제2편 정치에도 지교회 설립과 분리 합병 폐지 등은 반드시 노회 허락을 받도록 명시돼 있다. 문제는 노회가 지교회 설립을 관장하는 중요한 위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는 그 역할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노회가 지교회 설립과 목사를 파송하는 등 중요한 역할을 감당하지만 지교회는 오히려 노회가 간섭만 하는 상급 치리회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개교회주의를 지향하는 지교회는 노회에 고마운 마음도 없고 심지어 노회를 섬기는 일에도 소홀할 때가 많다. 노회가 지교회를 설립할 때부터 주도적으로 역할을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폐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개교회주의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은 노회가 제역할을 감당하는 일이다.

오늘날 노회가 흔들리는 또 하나의 이유를 찾는다면 '노회의 정치화'다. 매년 봄과 가을 두 차례에 걸쳐 하루 또는 이틀 일정으로 개최되는 노회는 목사안수식과 지교회 설립 분립 폐지 등 대부분 행정처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봄노회는 총회 총대 선출에, 가을노회는 노회장으로 자동 승계될 부노회장 선출에 노회원의 모든 역량을 쏟아붓는다.

임원 선거가 원만하게 이뤄지지 못할 경우, 노회는 노회원간의 심각한 갈등과 분열에 휩싸일 때가 많다. 서울의 한 노회는 장로노회장 선출을 두고 목사회원과 장로회원들이 서로 갈등하면서 한동안 노회가 개최되지 못하는 등 파행을 겪기도 했다. 심지어 노회 임원 선거로 인해 소송으로 번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노회 임원 선거가 무효라며 소송을 제기했던 또 다른 한 노회는 총회 재판국과 재심재판국을 거쳐 총회 특별재심 청원으로 이어졌다가 마지막에는 사회 소송을 제기하는 등 오랫동안 노회가 진통을 겪었다. 노회 임원 선거로 불거진 갈등은 결국 노회가 분립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노회 내 갈등의 대부분은 노회 임원선거로 인해 촉발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봄노회 때마다 재연되는 총회 총대 선출도 노회를 어렵게 만드는 원인 가운데 하나다. 대부분 총회 총대는 노회원 중에 다수를 차지하는 대형 교회들이 독식하는 경우가 많다. 총회 총대를 선출하는 투표 결과가 대형 교회를 중심으로 집중되기 때문에 작은 교회 노회원들은 총회 총대로 가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심지어 어떤 노회는 작은 교회들이 정치세력화해 총회 총대를 선출하는데 상당한 영향력을 끼치는 경우도 있어 매년 봄노회에서 실시되는 총회 총대 선출은 노회 관심사 중의 하나다.

노회 내의 학연과 지연도 노회를 흔드는 이유로 손꼽힌다. 서울에서 지방으로 목회지를 옮긴 한 목사는 "지역 신학교 출신 목회자들이 노회를 좌지우지하고 있어 좀처럼 그 그룹에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면서 "학연과 지연이 노회를 갈라놓는 또 하나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노회를 어렵게 만드는 학연과 지연은 지역에만 있는 일이 아니다. 서울의 한 노회는 신학교 출신에 따라 그룹이 형성돼 있어 노회 임원 선출이나 총회 총대 선출 때만 되면 서로 영향력을 끼치려고 한다고 한 노회원은 지적한다. 어느 노회는 이북 영남 호남 충청 등 출신 지역에 따라 조직이 있어 노회에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나 노회가 흔들리는 요인으로 언급되고 있다.

최근 들어 노회들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로 목사와 장로간의 보이지 않는 갈등을 언급하는 경우가 많다. 목사와 장로간의 갈등은 목사 노회원과 장로 노회원 수를 동일하게 하자는 주장에서 그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장로들의 입장에서 강하게 제기하고 있는 목사 장로 동수 주장은 이미 헌의안으로 상정돼 총회 차원에서 본격적인 논의를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 

장로 노회장의 목사 안수 참여 문제도 노회 내 목사와 장로간의 갈등으로 빚어진 바 있다. 서울의 한 노회는 장로노회장의 목사 안수 참여 여부를 놓고 목사와 장로간에 갈등으로 이어져 결국 노회가 제대로 열리지 않는 결과를 초래했다.

장로교의 뿌리이며 근간인 노회는 지교회를 위해 존재한다. 지교회가 없으면 노회도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회는 정치적인 조직에서 벗어나 지교회가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돕고 섬길 때, 노회가 제역할을 감당하게 된다. <특별기획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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