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로교, 노회를 바로 세우자 (1)장로교의 뿌리 '노회'

장로교, 노회를 바로 세우자 (1)장로교의 뿌리 '노회'

[ 특집 ]

황재범 교수
2017년 06월 02일(금) 09:19

황재범 교수
계명대학교 기독교학과

노회(presbytery)는 장로교회(presybterian church)의 근거가 되는 치리체제(discipline: 정치 및 치리를 함께 의미함)로서 절대적으로 중요한 교회정치기구이다. 이것은 세계장로교회가 치리체제를 복음의 설교 및 성례의 시행과 더불어 교회의 3대 표지로 중요시해왔던 데서 잘 드러난다. 칼뱅은 물론 교회의 2대 표지로서 복음의 설교와 성례 시행을 말한다(기독교강요4.1.9.). 그러나 그는 곧 이어 복음의 설교와 성례의 집행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또한 진리와 비진리가 공존하고 있는 교회에서 진리가 제대로 이행되자면 치리체제가 필요함을 역설했다(강요4.1.12~29). "치리체제를 세우지 않는다면 교회는 효과적으로 운영되지도 않고, 제대로 존재하기조차 어려울 것입니다"(제네바 교회 요리문답, 제373문). 그러므로 '스코틀랜드 신앙고백'(1560) 제18조는 교회의 3대 표지를 복음의 설교, 성례 시행, 치리체제로서 강조한다. 또한 '벨직(네덜란드) 신앙고백'(1561) 제29조(참된 교회의 표지들)는 이를 더욱 분명하게 천명한다: "참된 교회는 복음을 순수하게 설교하는 일에 전력하고, 성례를 그리스도께서 제정하신 바와 같이 순수하게 시행하며, 잘못들을 시정하기 위하여 교회치리를 실시한다."

이와 같은 종교개혁시대 장로교회의 상회 치리체제에 대한 개념은 영국의 청교도들을 통하여 더욱 분명하게 발전되었고, 이는 역사적인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1646) 제31장에 잘 표명되었다. "1. 교회를 보다 잘 지도하고 세우기 위해서는 보통 대회(synod) 혹은 회의(council)라고 불리어 온 바와 같은 그러한 협의체들(assemblies)이 반드시 있어야만 한다." "3. 대회와 회의가 목회적으로 해야 할 일들은 신앙에 관계된 논쟁과 양심의 문제를 심의하는 것이며, 보다 나은 예배형식 및 교회 통치에 대한 규정과 지침을 제정하는 것이며, 잘못된 교회운영에 관한 불평을 듣고서 그것에 대하여 권위 있는 판단을 내리는 것이다."

웨스트민스터 회의에서 결정된 '교회정치지침'(Directory for Church Government, 1645) 역시 노회의 회원자격, 회합 빈도, 과제 등을 비교적 상세하게 다룬다. 여기서는 양심의 문제와 잘못된 교리의 문제를 검토하고 결정하는 것을 중요하게 제시한다. 또한 목회자들의 삶과 교리 문제를 중요하게 다루어야 함을 말한다.

영국의 청교도들은 자신들의 노회 중심의 민주주의적 정치 이념을 신대륙인 미국에 가서 18세기 미국의 건국과 더불어 잘 실현했다. 그들의 후예들 중 상당수가 선교사로 19세기말부터 한국에 와서 그것을 실현하고자 장로교회 정치이념에 따라 교회를 설립하고 확장해나갔다. 그 과정에서 장로교회의 민주주의적인 정치 자체가 봉건적이던 구한말 및 일제시대에 잘 작동했고, 이로 인하여 장로교회는 비약적으로 발전했다고 보겠다.

미국북장로교회, 미국남장로교회, 캐나다장로교회, 호주장로교회에서 파송된 선교사들은 우리나라 장로교회들이 급속하게 발전함에 따라서, 교회가 제대로 뿌리내리고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정치치리기구로서 민주주의적인 노회가 필수적이라고 보았다. 

이에 위 4개국 장로교회 선교사들과 그들에게 속한 한국교회들이 모두 연합하여 서구장로교회들로부터 독립된 '독립노회'(독노회)를 구성했는데, 그것이 1907년 9월 17일에 창립한 '대한예수교장로회'이다. 한국장로교회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인 독노회 창립은 당시 길선주 목사가 말한 것처럼 '신령하고 큰' 사건으로서 참으로 한국장로교회의 터를 놓은 사건이었다. 이 노회(대한예수교장로회)야말로 현재까지 거의 모든 한국장로교회들이, 사분오열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교단명으로 차용하고 있는 것처럼, 한국장로교회의 모체가 되어왔기 때문이다. 이로써 한국장로교회들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창립노회명을 그 명칭에서부터 사용하고 있지만, 과연 노회의 본래적 가치를 존중하고 실현하고 있는가? 

한국에서 장로교회는 초기의 강력한 노회(특히 1907~1912 기간의 독노회 및 이를 이은 총회)와 더불어 시작하여 노회의 순기능이 적어도 일제시대까지는 잘 작동했다고 본다. 그러나 1960년대부터는 한편으로는 장로교단들이 난립해왔고, 다른 한편으로는 개교회주의가 강력하게 작동하여, 노회는 그저 일과적 교회정치만 담당해오면서 어떤 창조적인 역할은 제대로 하지 못해온 것이 아닌가한다.

역사적 장로교회의 치리체제의 순기능을 한국의 상황에 제대로 이식시키고 발전시키고자 가장 노력했던 분들 중의 한 분은 곽안련 선교사(Rev. Dr. Charles Allen Clark: 1878~1961)였다. 그는 1907년 창립 독노회에서 통과된 헌법의 기초를 놓았는가 하면, 특별히 장로교회 정치에 관하여 1917년에 '교회정치문답조례'라는 책을 편역하여 출판함으로써, 한국장로교회 정치의 토대를 놓았다고 보겠다. 곽 선교사는 이 책 제10장에서 '노회론'을 전개하며 지교회들의 "호상연합(互相聯合)"을 강조하면서 연합의 원칙을 세 가지로 말한다. 첫째, 교회 도리의 진실함을 보전하기 위해 이단의 침투를 막고 그에 대한 방어를 하는 것. 둘째, 지교회가 치리하는 방법을 동일하게 하며 공평하게 하는 것. 셋째, 학식과 신령한 도리를 널리 전하는 것이다.

위에서 제시한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 제31장과 또 곽안련 선교사의 노회 3대 연합원칙에 근거하여 볼 때, 현재 한국의 노회들은, 물론 그 기능이 많이 총회로 이관된 탓도 있지만, 제대로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하다고 본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필자가 현실성 있는 제안 한 가지만 제시하고자 한다. 노회가 너무 작은 단위로 나뉘어져 있는 현실에서 두 개 이상의 노회들이 재연합하여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른 한편으로 현재 중앙집권화보다는 지방자치와 더불어 정부기관의 지방이전이 강조되고 있는 것처럼, 총회의 몇몇 역할은 노회로 되돌리는 것이 시의에도 적절한 것이다. 아무튼 현재 한국에서 노회는 어느 장로교단 소속이나 그 크기가 너무 작아 의미있는 일을 하기가 어려운데, 인구 및 신도의 감소로 인하여 이 상황은 악화될 가능성이 크므로, 노회들의 연합을 통하여 그 규모를 키우는 것이 매우 필요하다.

여러 노회들이 재연합한 상태에서라면 더욱 좋겠지만, 현재 상태에서라도 노회의 능력을 높이는 것은 무엇보다도 신학연구 부문에서 가능하다고 본다. 현재 모든 장로교회들에 있어서 중요한 신학적 및 교리적 논의는 총회에서 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총회 및 산하기구들은 산적한 문제들이 너무 많고 또 사안마다 그에 따른 전문가들에게 맡겨서 문제를 해결해왔다. 이 과정에서 정작 현장에 있는 목회자들은 중요한 신학적 문제들을 직접 다루고 판단을 하는 과정에서 얻게 되는 신학적 성장의 기회를 박탈당해 왔던 것이다. 지역 현장에 있는 목회자들은 자기 지역에서 생기는 신학적 문제들을 자신들이 직접 노회 차원에서 책임을 가지고 다룸으로써 신학적 사고도 발전하고 책임감도 더 갖게 되며, 노회 역시 더 활동적으로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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