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교사운동, 학폭법에 회복적 과정 도입 촉구

좋은교사운동, 학폭법에 회복적 과정 도입 촉구

[ 다음세대 ] "가해자, 피해자 모두 소통하는 '회복적 대화모임' 필요"

이수진 기자 sjlee@pckworld.com
2016년 07월 18일(월) 10:51
▲ 지난 7월 13일 국회의원회관 제3간담회실에서 열린 '회복적 과정이 가능한 학폭법 개정 토론회.

2004년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하 학폭법)이 제정ㆍ공포된 이후 현재까지 18번이 개정됐음에도 불구하고 학교는 여전히 안전지대가 아니다. 학폭법 개정 조치로 인해 또다른 문제점들이 발생하고 있고, 학교는 여전히 혼란과 고통의 소용돌이에 처해 있다는 것이 현장 교사들의 주장이다. 처벌중심 법률로 인해 학교 현장의 교육기능이 약화되고 있다는 것.

성경이 말하는 약자에 대한 사랑과 자비가 실현되고, 진정한 '샬롬'을 성취하기 위해 회복적 정의에 대한 관심과 실천이 늘어가는 가운데, 기독교사 모임인 좋은교사운동이 지난 1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회복적 과정이 가능한 학폭법 개정 토론회'를 마련하고, 가해자 처벌 중심인 현행 학폭법이 피해자와 가해자간 갈등해결을 위해 화해와 조정의 기능을 강화하는 회복적 과정이 도입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현행 학교폭력예방법(2012년 3월 개정)의 문제점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를 주제로 발제한 탁경국 변호사(서울특별시 교육청 행정심판위원회 위원)는 현재 학폭법은 △담임 또는 학교장의 재량이 축소되고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이하 학폭위)' 무조건 개최 △가해학생에 대한 선도조치의 의무화 △학교폭력 전력의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가해학생 및 피해학생의 조치에 대한 불복 수단 등이 골자로 이뤄져졌는데, 이로 인해 △폭력의 광범위한 개념과 의무적 조치로 인해 위원회 업무 과중 △ 학생생활기록부 기재로 인한 변칙적 합의 및 소송 급증 등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특히 재심 기관의 이원화로 인한 문제점에 대해 "학교에서 폭력을 가한 고교생이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 따른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로 '8호(전학)'처분을 받았다. 가해학생은 '처벌이 심하다'는 이유로, 피해학생은 '징계가 약하다'는 이유로 재심청구를 하게 된다. 그런데, 가해자의 재심청구는 '징계위원회'로, 피해자의 재심청구는 '지역위원회'로 하게 돼 있고, 두 기관이 다른 판단을 할 수 있으므로 소송은 무한한 순환을 하게 될 수 있다"며 재심기관의 이원화로 인한 문제점을 꼬집었다.

또한 탁 변호사는 "정작 학생들 스스로는 별일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소한 언어폭력 등을 오히려 학부모들이 개입해 감정적으로 대립하면서 소송까지 발전할 수 있는 빌미를 현행법이 제공하고 있다"고 말하며, "'제18조(분쟁조정)에서 말하는 자치위원회는 학교폭력과 관련하여 분쟁이 있는 경우에는 그 분쟁을 조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사문화되어 법제정 취지에 한참 못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소통과 배려, 공감, 인정과 격려가 넘쳐야 하는 학교공동체가 교육적 기능은 약화되고 법적 쟁송의 장이 되고 있다는 것이 현장 교사들의 불만이다. 좋은교사운동의 회복적 생활교육연구회 대표인 박숙영 교사는 "학폭위 결정에 대한 재심청구 건수가 2012년 대비 2015년 현재 피해학생 측은 113.8% 늘고, 가해학생측은 33.8% 늘었으며, 재심건수 뿐만 아니라 행정심판건도 증가하고 있다"고 말하고, "학교폭력에 대한 재심과 행정심판이 늘고 있는 이유를 처리 결과를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는 조치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가해자라는 주홍글씨를 남기는 것은 교육의 공간인 학교에서 오히려 교육의 본질을 훼손하는 일"이라며, 낙인효과의 비교육적 측면을 지적하는 박 대표는 "5년전 193명이었던 학교전담경찰관이 10배 가까운 수치인 1,175명으로 늘었다. 학교가 교육적 기능은 약화되고 경찰력 의존도가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건은 종결됐지만 학생들 간의 관계가 회복되지 않은 이상 학교는 안전하지 않다"고 말하고 "이는 갈등의 평화적 전환 프로세스인 '회복적 대화모임'이 필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현재 학폭법에 의하면 사소한 갈등이라도 학폭위에 따라 처리하지 않으면 학교나 교사가 학교폭력 은폐나 축소 의도로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다. 회복적 과정을 선택하는 것이 위법이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별 교사의 실천이 늘고 있는 이유는 회복적대화모임 진행 경험이 있는 교사와 모임에 참여한 학생 19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나타난다. '오해가 풀렸고 더욱 친밀해졌다(51.43%)', '문제가 잘 해결되었고 상대방과 친하지는 않지만 마음이 편해졌다(45.71%)'고 답변하는 학생들이 97%를 넘고 있으며, 피해자들을 관찰한 교사들의 72.09%도 '가해학생과의 관계가 동등할 뿐 아니라 친밀해졌다'고 답변하고 있다는 것.

이날 토론회 참가자들은 "소통과 대화를 통해 갈등을 해소하고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공동체의 성장에 기여할 수 있다"며, "회복적 과정을 도입하는 것이 형사적 해결이나 사법적 해결보다 학교공동체를 더욱 안전하게 해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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