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성서학의 재발견…세계 학자들 주목

한국 성서학의 재발견…세계 학자들 주목

[ 교계 ] 2016 SBL 국제대회 성료, 5일 동안 논문 4백편 쏟아져

이수진 기자 sjlee@pckworld.com
2016년 07월 11일(월) 16:08
▲ 7월 3~7일 연세대학교에서 열린 2016 성서학회(SBL) 국제대회는 전세계 성서학자 600여 명이 참가해 '경계를 넘어서:21세기 다중사회에서의 성서학'을 주제로 열띤 학술 논의를 펼쳤다.

한국적 상황과 성서학의 전통적 영역 사이의 활발한 대화와 교류를 시도했던 2016 SBL(성서학회) 국제대회가 지난 7일, 5일간의 장정을 마무리했다.

세계적인 성서학 대회로 세간의 주목을 끈 이번 대회는 세계 각국의 성서학자 600여 명이 모여 '경계를 넘어서:21세기 다중사회에서의 성서학'을 주제로 400여 편의 다양한 논문발표와 열띤 토론이 이뤄졌으며, 개최지 특성이 고스란히 담긴 일제식민지, 위안부, 남북 분단, 평화 등 한국적 상황을 고려한 주제들이 대거 채택돼 세계 성서학자들의 뜨거운 관심과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지난 3일 연세대에서 오후 개회식을 시작으로 매일 주제별로 10개의 세션이 동시 진행됐으며, 한국적인 상황화 주제가 부각된 성서신학, 구약학 및 신약학 등의 특별 세션들이 참가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특히 김회권 교수(숭실대)가 발표한 '호세아에 기초한 한국의 신자유주의적 물질 숭배 경제에 대항하는 예언자적 비평' 세션과 연세대 신학대학에서 기획한 세션인 '글로벌 성서교육의 재편성:연세 글로벌 신학대학원의 대담한 비전' 등은 국내외 신학자들과 신학도들의 큰 관심을 모았다.

SBL 대표 존 쿠츠코 박사는 "유럽 외에서 개최된 SBL 국제대회가 이렇게 성황리에 성공적으로 개최된 역사가 없었다"며, 주최측에 감사한 마음을 전했으며, 많은 국내외 대회 관계자들은 이번 한국에서 열린 학회를 계기로 한국적 성서학과 상황적 성서신학이라는 담론이 더욱 주목을 받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 장외에서는 세계 각국의 유수한 신학출판사들이 참가하는 소규모의 북박람회가 열려 참가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대회의 기조강연은 미국과 남미를 대표해 페르난도 세고비아 교수(밴더빌트대), 유럽과 유대인ㆍ여성을 대표해 아달랴 브레너 교수(암스테르담대ㆍ텔아비브대), 아프리카를 대표해 제랄드 웨스트 교수(콰줄루나탈대), 디아스포라 한인학자를 대표해 김용환 교수(하트포드신학교) 그리고 한국의 이영미 교수(한신대)가 맡아 '상황 속의 성서학'에 관해 다양한 시각으로 각자의 학술적 견해를 발표했다. 

상황화 성서신학은 성서의 상황과 독자의 상황을 고려해 성서를 총체적으로 해석하고자 하는 성서신학으로 90년대 이후 발전돼 성서학 내에서 최근 큰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세고비아 교수는 "미래의 상황화 성서신학은 각 개별지역의 문제점들을 관통할 수 있는 전지구적인 모델에 기반한 성서신학이 돼야 함"을 강조했으며, 브레너 교수는 "성서와 독자의 상황을 모두 균형있게 다뤄야 할 상황화 성서신학이 때로는 독자의 상황을 타당화시키기 위해 성서를 인용하는 수준에서 이해ㆍ적용되는 현실을 비판"했다.

이어 웨스트 교수는 "신식민주의, HIV 등과 같은 아프리카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런 문제를 동시에 같이 겪고 있는 아시아와의 대화가 필요함"을 역설했으며, 김용환 교수는 "상황화 담론이 개인의 경험을 넘어선 공동체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이영미 교수는 "한국의 성서학이 기존의 동서양의 학문적 전통과 그 경계를 넘어, 실제 한국인들의 의식구조 안에 형성된 일상언어로 고찰하는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단순히 서구의 학문을 국내에 소개하는 것을 넘어 학술적 교류를 통해 한국적 성서학과 상황화 담론이 펼쳐진 이번 대회는 한국 성서학의 위치와 사명을 되새기며 고유 영역과 방향을 설정하는 기폭제가 됐다고 참가자들은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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