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외면한 종교, 민족 이끄는 힘 결핍

문화 외면한 종교, 민족 이끄는 힘 결핍

[ 교단 ] 제17회 장신대 국제학술대회 '현대문화 속에서 예배와 교회음악'

이수진 기자 sjlee@pckworld.com
2016년 05월 16일(월) 14:07

급속도로 다변화하는 환경과 문화 속에서 기독교의 예배와 교회음악은 어떻게 정체성을 유지하며 적응해 가야 하는가. "아무런 문화가 없는 '순수' 예배 기원은 없으며 인간의 문화적 요소 없이 기독교예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보스턴대 카렌 터커 교수의 말은 우리의 예배 문화 속에 세속화는 없는지, 한국적인 토착화는 잘 이뤄졌는지 등 한국교회에 예배와 문화의 관계에 대한 숙고가 필요함을 주지시킨다.

지난 10ㆍ11일 양일간 열린 제17회 장신대 국제학술대회에서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목전에 두고 칼뱅의 예배신학을 다시한번 살펴보는가 하면, 생동력 있는 영과 진리가 가득한 예배를 위한 우리의 심성과 적합한 예배를 찾을 필요가 있다는 제언 등 현대 문화 속에서 예배와 교회음악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한 진지한 고민들이 이어지는 자리가 마련됐다.

기조 강연에 나선 정장복 명예교수(장신대)는 자신의 옷을 입지 못하고 있는 한국 기독교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하면서, "자신들의 고유한 문화와 함께하는 종교는 단순한 결속만이 아니라 미래까지를 보장해주는 거대한 힘이 있다. 문화를 외면한 종교는 민족 전체를 이끄는 힘이 결핍되게 된다"며 "예배 예전에 있어 그 문화권 사람들의 심성이 최대한 표현되도록 배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0년에 달하는 기독교 역사를 가진 인도는 1947년 제헌국회가 나라꽃을 양귀비로 정하기 전, 국민 대다수가 연꽃을 나라꽃이라 여겼고, 성전의 십자가 밑에 연꽃이 조각돼 있다. "연꽃을 보며 인도의 기독교는 불교와 함께하는 혼합종교인가라는 생각을 할 수 있지만, 그 기원을 알게되면 그들의 십자가는 기독교를 배타적인 종교가 아니라 인도인의 것으로 숭앙하고 있음을 알게하는 표지와도 같은 것"이라고 말하는 정 명예교수는 "기독교가 한국문화권에 상륙한지 한 세기 반이 되었는데 아직도 우리의 문화와의 연접을 기피하고 서구 기독교의 옷만을 고집해야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장로교의 기본 예배신학이나 본질, 혹은 형태에 상처를 입히지 않고 우리의 옷을 입는 첫걸음으로 예배당 건축, 예배음악의 가락ㆍ고유 악기 사용 등을 제안했다.

한편 그는 예배의 생명력을 북돋기 위해 문화와 예배의 연결고리를 견고하게 묶을 필요성을 강조하는 반면 "연접의 고리가 본연의 역할을 망각하고 과도하게 오용될 때는 복음의 본질까지 상처 입히게 된다"며 지나친 문화의 수용은 혼돈을 가져올 수도 있음을 지적했다.
 

이날 기조강연 외에도 김경진 교수의 '현대문화 속에서의 한국장로교 예배:칼뱅의 예배신학에 대한 현대적 적용', 카렌 B. 웨스터필드 터커 교수(보스턴대)의 '세상에 있으나 세상에 속하지 않은 : 문화와 상황 속의 예배', 데이비드 셔윈 박사(내셔널 루터란 콰이어 음악감독)의 '미래를 향해 뻗은 가지들로 뿌리내리고', 이문승 교수(서울신대)의 '한국교회의 예배와 교회음악:어제와 오늘' 등 네 개의 발제가 이틀간 이어졌다.

김경진 교수는 '오직 성경'과 함께 칼뱅의 예배 개혁의 또다른 원칙인 '아디아포라(부차적인 것들)'에 대해 설명하면서, "칼뱅은 성찬성례전과 말씀을 예배 구심점으로 하고 회중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의식을 갖춤으로써 초대교회의 복음적 예배 의식에 접근했으며, 교회의 전통적 감각을 살리는 예배 예전을 마련하였지만 이러한 칼뱅의 관점은 청교도주의에 의해서 결국 장로교회 안에서 오랫동안 실현되지 못했다"고 말하고, "칼뱅이 '오직 성경'의 모토 아래서 '보이는 하나님의 말씀'과 '선포되는 하나님의 말씀' 사이의 균형을 추구하였다면, 청교도들은 '오직 성경'의 모토를 성경말씀 자체와 그것의 선포에 국한하는 아쉬움을 남겼다"면서, 청교도들이 보이는 말씀인 성례전을 묻어두는 오류를 범했다고 말했다.

예장 합동이 1957년 제42회 총회시 예배당 안에 십자가 부착을 금했던 결의를 지난 해 100회 총회서 재확인한 것과 1999년에 열린 제84회 총회에서 사순절을 교회의 경절로 지키지 말 것을 결의한 것과 관련해 김 교수는 "장로교회의 창시자인 칼뱅의 예배개혁의 원칙들을 세밀하게 분석하는 일은 매우 중요한 과제"라면서 "청교도들에 의해 십자가의 사용이 금지된 적이 있지만 칼뱅에게서 십자가 사용금지에 대한 가르침을 찾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또한 "칼뱅이 문제 삼는 것은 당시 사순절의 타락상이었다. 칼뱅의 예전 개혁의 의도를 정확히 이해한다면 21세기에 교회에서의 사순절이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어떻게 시행되고 있는지를 물어야 한다"며, "우리는 교회 안에 슬그머니 들어와 자리하고 있는 잘못된 예배의 사례들을 찾아내어 신학적으로 검증하고 때로는 과감하게 그것을 폐기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지만, 단순히 칼뱅이 그 당시 폐기하였으므로 무조건 그대로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도리어 고립화를 초래하거나 방향을 잃어버리게 될 수 있음을 마음 속에 새겨야 한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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