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성장도 자격증으로?"

"교회성장도 자격증으로?"

[ 교계 ] 목회자의 교회 성장 심리 악용한 민간 자격증 난발

임성국 기자 limsk@pckworld.com
2015년 10월 26일(월) 16:35

목회자의 교회 성장 심리 악용한 민간 자격증 난발
'방향 없고, 비전없는 자격증 스펙에 불과' 

교회만 성장할 수 있다면 뭐든지 하겠다는 목회자. 이런 열정과 비전을 역이용한 이른바 '자격증 목회'가 전국 교회까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일부 관련 단체들은 "'다문화가정상담사', '가정폭력관련상담원', '방과후지도사' 등 자격증만 따면 교회 성장에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라고 현혹하며 개척교회, 자립대상교회 목회자들의 절박한 심정을 악용하고 있는 것. 

3년 전 수강료 60만원을 지불하고 다문화가정상담사 자격증을 획득한 개척교회 목사 부인 K 씨는 "목회 사역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위기에 휩쓸려 지역 교회 목회자 상당수가 자격증을 취득했다. 또 한 때 자격증 소지 여부가 목회 사역의 스펙처럼 여겨졌지만, 현재 그 자격증은 무용지물이 됐고 활용 방안은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보다 더욱 어렵다"며 후회했다. 

하지만 여전히 자격증 발급 단체들은 경쟁적으로 전국교회 목회자 부부 모시기에 나서 수강료의 파격할인, 자격증 1+1이벤트를 제시하고, 민간자격증 취득 과정을 운영할 교회까지 모집하며 민간 자격증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고 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더욱이 지난 2008년부터는 정부가 민간자격등록제를 도입해 특별한 심사과정 없이 민간자격증 등록을 허용하면서 피해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이 같은 방대한 민간자격증 문제가 지적되면서 문제의 심각성을 제기했다. 

결국 자격증 장사로 사리사욕에 눈이 먼 단체 때문에 정당한 방법으로 자격증을 발행하는 단체들까지 피해를 입고, 재정난에 허덕이던 목회자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한국교회복지사회 조상원 회장은 "2000년 전후로 국가자격인 사회복지사 자격 취득과정에서도 많은 문제가 지적되었지만 이와 유사한 복지, 상담 등과 관련된 부실한 민간자격관리로 인해 피해 사례도 많았다"며 각별한 주위를 당부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수십만원대의 수강료를 지급하고 취득한 자격증이 실제로 목회 현장에서는 실효성이 없다는 데 있다. 관계자들은 목회 사역과 관계없는 민간자격증은 불필요하고, 시간과 재정 낭비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같은 사실은 단체들의 자격증 발급 과정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W민간단체는 지방의 한 교회에서 인근 지역 목회자 및 평신도를 모집하고 자격증 취득 강좌를 진행했다. 하지만 교육에 불참한 목회자와 평신에게도 수강료만 지불하면 자격증을 발급해 왔던 것으로 확인돼 충격을 주고 있다. 

이와 관련 A단체 관계자는 "많은 목회자가 자격증만 취득하면 교회가 자립하고,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하는데 그것은 큰 오산이다"며, "먼저는 자격증이 왜 필요한지,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는 것이 우선적 과제"라고 조언한다. 또한 "자격증 취득은 공인된 단체와 전문가를 통해 자기개발이나 능력향상에 목적을 둬야 한다"고 말한다. 

이 같은 목회자들의 무분별한 자격증 취득과 관련 총회 관계자는 "민간 자격증 취득이 다양한 목회현장의 대비를 위해서 도움은 되겠지만, 사역의 목적과 방향성 없는 자격증 취득은 오히려 스펙쌓기에 불과하고, 선교현장에 어려움을 줄 수 있다"며 "지역 교회와 노회는 사역을 위한 목적과 필요성을 파악하고, 이를 위해 공동체 형태의 교육을 마련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외에도 총회 복지 관계자는 "최근에는 민간단체뿐만 아니라 지방 단체에서도 100% 무료 평생교육과정을 마련해 심리상담사, 아동심리상담사, 독서지도사, 방과후지도사, 스피치지도사 등을 취득하기 위한 무료교육에 이루어 지고 있다"며, "굳이 비싼 수강료를 지불하지 않더라도 자격증을 취득하고, 교육받을 방법이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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