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뿐 아니라 옷도 디톡스하자!

몸 뿐 아니라 옷도 디톡스하자!

[ 힐링 ] 힐링-천연염색

이경남 기자 knlee@pckworld.com
2015년 10월 20일(화) 09:46
▲ 천염염색 과정을 마친 차렵이불들이 자연 바람을 맞으며 건조되고 있다. <사진제공:약초보감>

가을의 느낌이 깊어진 10월이다. 높고 푸른 하늘, 형형색색 고운 단풍과, 주렁주렁 가지마다 자태를 뽐내는 열매의 빛깔은 아무리 들여다봐도 질리지 않고 보는 것만으로도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든다. 


우리 조상들은 이런 자연의 색을 의복과 생활용품에 물들여 왔다. 계절마다 피는 온갖 꽃들과 지천에 널려 있는 쑥, 도토리, 풋감, 황토, 갯벌, 숯 등은 모두 천연염색 재료가 됐다. 재료가 가진 고유의 색이 충분이 우러나도록 물에 끓여 염액을 만들고, 20여 분 정도 저어주며 옷감에 물을 들이고, 맑은 물로 헹군다. 염색이 원단에 고착되도록 백반, 식초 등으로 매염(코팅) 처리 후, 다시 맑은 물로 헹군다. 원하는 색이 나올 때까지 이 과정을 반복하면 천연염색 과정이 끝난다. 염색 재료에 따라 방수, 방부, 항균, 소취, 자외선 차단 기능도 있다. 한번 염색한 옷은 오래도록 입고 색이 빠지면 재염색해서 입곤 했다.
 
하지만 현대인들에겐 저렴한 옷을 쉽게 사고 유행이 지난 옷은 과감히 버리는 '패스트 패션'이 트랜드로 부상한 지 오래다. 패스트패션 업체들은 소비자의 욕구를 파악해 더 새로운 것, 더 다양한 스타일의 옷을 싼 가격에 대량으로 공급한다. 이로 인해 옷의 소비 주기는 더욱 짧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또 하나의 공해 '패션산업'
 
패션산업은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5번째로 많이 배출한다. 또 가장 흔한 옷감인 폴리에스테르가 자연분해되기까지 약 500년이 걸린다. 뿐만 아니라, 원단을 가공하기까지 각종 농약, 제초제는 물론 엄청난 양의 화학염료가 사용된다. 전 세계에서 환경오염이 가장 큰 산업으로 패션산업이 지목되고 있다.
 
염색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화학 물질은 대기와 하천을 심각하게 오염시켜 선진국에서는 염색공장 설립 규제가 엄격하다. 그래서 우리가 입는 옷을 가공하는 염색공장은 대부분 중국, 인도, 방글라데시 등 후발 개도국(제3세계)으로 옮겨가 OEM 생산방식을 선택한다. 의류업체들은 까다로운 자국의 공해 기준과 비싼 인건비를 피해 해외로 '공해 수출'을 감행하는 것이다. 세계 의류 염색의 약 35%는 중국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그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인도 또한 정부가 섬유산업을 국가 핵심 성장동력으로 지정해 키우면서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다. 유명 글로벌 의류 업체 공장을 대거 영입한 결과 매일 약 1억L의 폐수가 강과 지하수로 흘러들어가 식수마저 심각하게 오염됐다.  
 
흙에서 나와 흙으로 돌아가는 '천연염색'

▲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면에 위치한 약초보감 매장에는 아기용품, 성인 일상생활복, 내복, 이불, 모자 등 다양한 종류의 천연염색제품이 전시되어 있으며 정품외에도 염색과정에서 약간의 오점이 남은 제품들을 할인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 사진제공:약초보감 http://www.obang.net

환경에 영향을 덜 주면서도 자연스러운 멋을 내는 옷은 없는걸까?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에 위치한 천연염색 공장 약초보감을 찾았다. 손이 많이 가는 천연염색 제품을 좀더 저렴하고 다양하게 공급하기 위해 수작업 대신 기계로 대량 생산하는 공장이지만 기계소음도, 코를 찌르는 독한 냄새도 없는 녹색공장이다. 약초보감 공장 한 켠에는 쪽을 심어놓은 화분들이 즐비하고 맞은 편에는 굴껍데기가 한 가득 쌓여 있다. 다양한 색감의 흙들도 곱게 분말화 되어 자루마다 가득하다. 신비한 푸른 빛을 내는 한국 전통 쪽 염료(니람)도 눈에 띈다. 단순히 파랗다고 정의내리기 아쉬운 오묘한 푸른빛이 눈을 사로잡는다. 아기용 양말부터 이부자리, 성인의류까지 다양한 천연염색 제품들이 전시되어 있는 매장에 들어가보니 총천연 파스텔 톤의 고운 색감에 먼저 놀랐다.

▲ 약초보감 정재만대표.

약초보감 정재만 대표(창신교회)는 "천연염색도 현대적인 느낌의 파스텔 톤 등 다양한 색 표현이 가능할 정도록 발전했다"며, 쪽으로 물들인 청바지를 자랑스럽게 보여줬다. 그는 "천연염색의 장점은 염액을 추출 후 남은 재료를 모두 퇴비화해 자연을 오염시키지 않는 것"이라며, 자신이 천연염색을 시작하게 된 이야기를 풀어냈다. 우리나라의 경우 비효율적이라는 이유로 100년 전 천연염색의 맥이 완전히 끊어졌고, 천연염색제품을 찾는 이도 없어 판로가 전무했다. 포기하고 싶은 고비를 만날 때마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자연의 소중함을 지켜갈 수 있는 길이 천연염색뿐이라는 것이 그에게 포기할 수 없는 힘이 되어 주었다. 이러한 그의 노력은 마침내 우연히 알게 된 지인을 통해 유기농 생활협동 조합인 한살림에 제품을 납품하기 시작하면서 희망을 보게됐다.
 
"피부는 늘 숨을 쉬고 있는데 독한 화학염료로 염색된 옷이 건강에 좋을 리 없지요. 최소한 속옷이나 피부에 직접 닿는 이부자리만이라도 안전한 천연염색 제품을 사용하기를 추천합니다." 면역력이 약한 아토피 아기들이 쪽으로 염색한 제품을 사용하고나서 호전되고, 갱년기로 고생하는 주부들이 쑥으로 염색한 속옷을 입고 아랫배가 따뜻해졌다는 후기를 들을 때 정 대표는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현재 캄보디아에서는 약초보감이 위탁해 심겨진 쪽 재배가 한창이다. 그는 "제3국에 천연 염료를 생산하는 기술을 전수해 경제발전에 도움을 주면서 현지 주민들에게 자연스럽게 복음을 전하고 싶다"며, 소비자들이 질 높은 옷을 적게 구입해 오래도록 입는 것이 환경을 보호하는 실천방안이라고 강조했다.
 
환경단체 그린피스에 따르면 전 세계인이 즐겨입는 청바지 1벌을 생산하기 위해선 약 7000L의 물이, 티셔츠 한 장에 2700L의 물이 필요하다. 그린피스는 'Detox my Fashion(옷을 디톡스하라)'는 슬로건으로 의류업체들에게 친환경적인 소재 이용, 유해한 화학물질 사용 배제를 요청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소비자들의 참여를 호소한다.
 
오늘도 거리의 쇼윈도는 최신 유행하는 옷들로 채워져 소비자를 유혹한다. 단순히 가격이나 디자인만을 보고 옷을 구입하기보다, 과연 몇 번이나 입게 될지, 어떻게 만들졌는지, 어떻게 버려질지까지도 생각해보아야 하지 않을까? 지구에 끼치는 영향을 계산해 보면 옷 한벌의 무게가 더 이상 가볍게만 느껴지지 않는다.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