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 세속적인 이미지로 '거룩'을 말하다

고흐, 세속적인 이미지로 '거룩'을 말하다

[ 문화 ] 아트미션, '이미지와 비전' 학술세미나 개최 … 이미지 사용에 대한 분별력 다뤄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15년 08월 18일(화) 14:02
   

고갱의 대표적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설교 후의 환상', '황색 그리스도', '황색 그리스도가 있는 자화상',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 가'는 기독교적인 이미지들이 사용되어 '종교화'로 평가받는 반면, 고흐는 고갱에 비해 기독교적 이미지 사용이 적고 한때 성직자가 되기를 거부당한 경험 때문에 교회에 대한 거부감으로 종교적 이미지를 찾기 힘들다는 일부 비평가들의 주장이 있었다.

라영환 교수(총신대)는 '고흐와 고갱의 이미지 사용에 관한 연구' 제하의 논문을 통해 "기독교적인 이미지를 사용하면서도 비기독교적일 수 있고 비기독교적인 이미지를 사용하면서도 기독교적인 메시지를 담아낼 수 있다. 고갱과 고흐의 경우가 대표적인 예"라면서 "기독교적인 이미지를 자주 사용한 고갱의 작품에는 기독교 세계관이 나타나지 않는 반면 기독교적인 이미지를 거의 사용하지 않았던 고흐의 작품에는 기독교적인 세계관이 가득하다"고 주장해 눈길을 끈다.

라 교수는 논문을 통해 고갱에게 있어 종교적인 이미지란 자기를 이야기 하는 수단일 뿐이라고 말한다. "고갱은 기독교적인 이미지를 세속화 시켰다"고 비난한 라 교수는 고갱은 당시 서구 사람들에게 익숙한 기독교적인 이미지를 통해 자신을 변호하거나 화가로서의 좌절과 분노 하나님에 대한 거부 등을 표현했다는 것이다.

실례로 고갱이 그린 '황색 그리스도'와 '황색 그리스도가 있는 자화상'에 대해 라 교수는 "보통 밝은 노랑색은 거룩함과 신성, 믿음을 표현하지만 연한 노랑색은 배신 반역 거짓말을 의미한다"면서 "고갱은 그리스도를 창백한 노랑색으로 채색함으로써 배신당한 그리스도의 고독을 표현했다. 배신당한 그리스도의 모습에서 화가로서의 좌절과 가정의 불화, 그리고 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한 자신의 모습을 대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갱의 그림을 종교적이거나 기독교적인 세계관을 담고 있다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으며, 고갱은 기독교적인 이미지를 자신의 정신적인 욕구를 표현하는 데 사용했다고 말했다.

반면 고흐의 작품에는 종교적인 이미지가 거의 나타나지 않음에도 세속적인 이미지 속에서 거룩을 말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 이유에 대해 "세속적이고 일상적인 이미지를 통해 기독교적인 메시지를 담아냈다. 고흐가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전통적인 기독교 도상학을 현대 회화적으로 재해석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성직자가 되고자 했지만 꿈을 이루지 못했던 고흐는 렘브란트의 그림을 통해 복음을 발견했고, 그림에서 두 번째 소명을 발견했다. '복음 속에 렘브란트가 있고 렘브란트 속에 복음이 있다'는 생전 고흐의 말은 그림에 대한 그의 소명을 잘 보여준다. 라 교수는 "고흐에게 해바라기, 사이프러스 나무, 올리브 나무, 태양, 밀밭 등은 성경의 이미지를 현대적 회화의 이미지로 재해석한 것이다. 고흐는 기독교 메시지를 성경이 아닌 일상적인 것을 통해서 표현해 내고자 했다"면서 "실제로 해바라기는 17세기 네덜란드 성경책에 빛으로 오신 예수를 증거하는 요한복음 1장에 해바라기 삽화가 그려져 있었다. 목사의 아들로 태어난 고흐는 어릴 적부터 이러한 해바라기의 상징적인 이미지에 익숙해져 있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라 교수의 이번 논문은 창립 17주년을 맞는 기독교 미술가들의 모임 '아트미션'(회장:김미옥)이 '이미지와 비전'을 주제로 22일 개최하는 학술세미나에서 '예술과 기독교 세계관' '기독교 세계관으로 조명한 대지예술' '예술 공감의 코드' 등의 주제와 함께 공개된다. 이번 학술세미나는 '예술이 삶 속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예술가는 이 시대에 무엇을 푯대로 삼고 나아가야 하나?'라는 질문을 통해 예술가들이 이미지 사용에 대한 바른 분별력을 갖고 앞으로의 여정에 참된 비전을 모색하고자 마련됐다.

한편 아트미션은 지난 10일부터 오는 30일까지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 횃불기념홀'에서 정기전시회를 진행한다. 아트미션 소속 45명의 작가가 참여해 이미지와 비전을 주제로 한 작품을 선보인다.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