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의 안전문화' 이끌어가는 교회 돼라

'공동체의 안전문화' 이끌어가는 교회 돼라

[ 특집 ] 특집-메르스, 그 후

강희철 장로
2015년 07월 23일(목) 10:12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의 소란이 온 나라를 뒤덮었다. 마스크가 필수품이 되었고 기침과 발열은 모든 사람에게 공공의 적이 되어 교회, 학교 등이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이 광풍 이후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과 우리의 준비에 대해 잠깐 생각해 본다.
 
15년 쯤 전 잠깐 미국에서 생활할 때이다. 익숙하지 않은 영어도 공부할 겸 4학년 6학년 두 아들의 미국 적응교육을 위해 우리수라의 구립 시립 도서관 같은 지역 도서관에서 하는 여러 가지 교육을 받기 위해 함께 다녔다. 심폐소생술, 소방교육, 상담하기 등 도서관에서는 다양한 교육이 이루어졌다. 한번은 베이비 시터(집을 지키며 아이를 돌봐주는 사람) 교육을 함께 받으러 갔다. 미국은 13세 이하의 어린이를 혼자 두는 것은 법으로 금지되어 있어 아기 또는 13세 이하의 어린이가 있는 부모가 자녀를 두고 외출을 해야 할 때는 반드시 자녀들을 돌봐줄 베이비 시터와 함께 두는데 초중고등학생이 아르바이트로 베이비 시터를 많이 한다. 이러한 베이비 시터를 하려면 교육을 받고 수료증을 획득하도록 권한다.
 
교육을 받으러 갖더니 우리 아이의 학교 친구들도 몇 명이 함께 참석을 해서 두 아들은 다음 날 학교에 가서 "아버지가 직업을 잃고 새 직장을 구하고 다니느냐"는 농담을 했다는 말도 들었다. 어떻게 어린아이를 돌볼 것이냐 라는 문제를 어떻게 교육하는지 나름대로 흥미를 가지고 참석했다.
 
가장 먼저하고 중요하게 하는 것이 안전이었다. 베이비 시터 아르바이트를 위하여 집을 처음 방문할 때, 방문객이 찾아올 때, 혹시 화재나 기타 문제가 발생할 때 반드시 알아야 할 집안의 구조 파악과 출입문의 위치 등등. 아이와 인사하고 어디에서 어떻게 아이와 지내야 할지 아이의 특성과 주의할 점 등 많은 것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기대와는 다른 교육이 중심이었고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안전문제였다. '맞아, 당연히 이것부터 시작해야지'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그 후 비슷한 경험을 계속하고 있다. 외국 기관에서 병원의 수준을 평가하는 세계적으로 공인된 평가기관(JCI)으로부터 필자가 다니는 병원을 평가 받을 기회가 있었다. 첫 방문단이 예비 방문을 통해 예비평가를 시작했다.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문제'였다. 그제서야 세계보건기구 WHO의 안전문제(Safety Issue) 자료를 다시 찾고 하나하나 재정비를 시작했던 기억이 있다.
 
우리나라의 근대문화는 서양문화의 도입으로 시작되었고 교회는 이러한 사회변화의 가장 앞에 서서 사회를 이끌고 교육시키는 중대한 역할을 해왔다. 광우병, 메르스, 세월호 등 우리 사회를 흔들어 놓은 최근의 큰 이슈들에 대해 의미 있는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교회가 오히려 세상의 색깔 논쟁 등에 매몰되고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끼치기는 커녕 새로운 어려움을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하였다. 이번 메르스 사태를 통해 우리 교회가 갖추어야 할 건강문제 질병예방에 관한 안전문제를 몇 가지 제안해 본다.
 
우선 안전의 가장 중요한 첫걸음은 화재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교회별로 비교적 잘 준비되어 있는 부분으로 보인다. 실제로 함께 시도하고 영상으로 함께 보면서 이야기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 비상구 확인과 탈출 연습 역시 시행돼야 한다.
 
다음은 응급상황 대처와 심폐소생술이다. 갑자기 의식상실 또는 쓰러지는 교인에 대한 기본적인 대처 훈련이고 자동제세동기를 구입하고 비치 위치를 모두 기억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위험물질(폭발물 포함) 또는 유독물질이 생겼을 때 어떻게 해야할 지 교회 내에서 또 외부에 도움을 어떻게 요청하는지를 적어두고 확인해야 한다. 위험인물 또는 아동보호를 위한 의심 상황 대처도 필요하고 폭우, 폭풍, 폭설 등의 자연재해에도 반드시 대처방법을 마련하고 지침을 알려야 한다. 또 적절한 모두가 접근하기 쉬운 곳에 적어두어 모든 교인이 관심을 갖도록 한다.
 
다음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과 위생 문제이다.
 
성실성이 몸에 배어있는 교인들은 목숨이 있는 한 주일에 빠지지 않는 것이 중요한 덕목이었다. 과거는 성적의 우등상과 함께 개근상이 중요했지만 이제는 상황은 많이 바뀐 것 같다. 삼십년 전 필자가 전공의로 근무할 때 "몸이 아파서 죽을 것 같아요. 아침에 늦겠습니다"라고 한 전공의가 새벽에 양해를 구했더니 상급 전공의가 간단하게 지시했다. "와서 죽어라." 억지로 택시를 타고 가면서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요즈음 안과 전공의는 눈병에 걸리면 정중히 양해를 얻고 결근한다.
 
이번 메르스 사태로 인해 몸이 불편한 사람들은 자가 격리가 중요한 이슈가 되고 우리에게는 과거 신종플루나 조류독감 등의 문제가 있을 때 어떻게 할지 교회별로 고민도 하고 대책도 마련했는데 역시 공감대를 만들어 일반 지침을 만드는 것이 좋겠다. 또 자주 광고하여 모두가 인지하도록 해야한다. 교회의 위생과 청소 문제도 공론화 해야 한다. 무엇보다 개인위생이 중요하다. 필자의 교회에서는 메르스 때문에 모두가 힘들었던 주의기간 동안 손세정제 준비와 악수를 생략하도록 하고 이를 자세히 안내하였다.  화장실, 주방 등에는 개인위생을 위해 작은 안내문을 붙이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
 
우리는 경쟁 사회에 살다보니 가장 중요한 문제들을 놓치거나 관심 밖의 일로 둔다. 처음 복음이 소개될 때 교회가 이 시대의 문화를 만들어 나가고 우리 각 사람이 계급 또는 직급에 소속된 것이 아닌 하나님의 형상임을 자각하게 하고 귀하게 여기는 세상의 변화를 만들어 냈다. 이제 새로이 문화를 만들고 즐기는 교회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앞에 언급한 많은 문제를 구체적으로 우리의 과제로 만들기 위해 부서별로 각 문제를 나누어 간단한 동영상을 만들고 온 교인이 함께 볼 수 있다면 이것이 여름성경학교를 앞 둔 모든 교인들이 서로 출연한 부서를 격려하고 교제하는 시간이 될 수 있을 것이고 여름성경학교 기간의 과제로 도입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현대를 사는 우리가 영혼에만 관심을 갖는 것이 아니라 전인적인 인간, 공동체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하나님의 나라 시민으로 모두가 함께 안전문제, 개인의 육체적인 건강을 위한 노력, 공동체의 일원으로 상식을 하나하나 자주 확인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머리를 모아야 할 때이다.

강희철 장로/연대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교수ㆍ의선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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