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같은 우리네 인생 숲에서 치유 받아 볼까?

나무 같은 우리네 인생 숲에서 치유 받아 볼까?

[ 힐링 ] 숲해설가와 떠나는 여행

이경남 기자 knlee@pckworld.com
2015년 04월 21일(화) 14:03
▲ 숲에는 온몸으로 전해주는 생명의 메시지가 가득하다. 서울 상암동에 소재한 하늘공원 초입에 있는 메타세쿼이아 길. /사진 임성국 기자

출근길 아침. 차가운 공기의 상쾌함도 잠시, 담배를 피우며 출근하는 사람들로 인해 독한 연기가 코를 찌른다. 다음은 과속하는 자가용과 오토바이의 불쾌한 매연이 코 뿐만 아니라 온몸을 덮쳐온다. 도심 빌딩숲에서 사는 도시인들에게는 신선한 공기를 맘껏 들이쉬는 일조차 사치에 가깝다.
 

▲ 산수유 나무의 생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숲해설가 유진상 장로.

"자아, 잠시 모든 짐을 땅에 내려놓고 숲이 주는 좋은 것들을 받아들일 준비운동을 해볼까요?" 자신을 숲해설가라고 소개하는 유진상 장로(만나교회)가 '숲체험' 참가자들에게 학습용 돋보기를 하나씩 나눠줬다. 슬며시 들여다본 그의 에코가방 안에는 돋보기 외에도 교육을 위해 가져온 작은 잣나무 열매 하나, 솔방울이 두 어개 들어 있었다.


"오늘 살아있는 숲이 말하는 것을 최대한 많이 통역해드릴 숲 해설가 유진상입니다. 지금 우리 발 밑에 보이는 꽃다지(냉이의 일종)의 이야기를 먼저 해볼까요? 꽃다지는 땅에 납작하게 붙어 있어 찬 바람은 피하고 지열을 의존해 모진 겨울을 온전히 이겨냈습니다. 작은 풀 한포기 꽃 한송이에게서도 살아가는 이유와 노력을 볼 수 있답니다. 창조세계의 신비이죠."
 

'숲'하면 막연히 좋은 공기만 떠올리기 쉬운데 잡초 한 포기도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최선을 다해 힘껏 살아가고 있다니. 왠지 모르게 숙연해진다. 숲해설가 유진상 장로는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란 시를 들려주며 마음을 열고 나무들과 대화해 보기를 권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너도 그렇다….
 

▲ 땅에 납작하게 붙어 자라며 지열을 의존해 추운 겨울을 이겨낸 꽃다지. 냉이의 일종

정보의 홍수 속에서 바쁜 삶을 재촉하는 현대인들에게 풀 한포기, 나뭇잎 하나를 돋보기까지 동원해 자세히 들여다 본다는 것은 매우 어색한 일이다. 그러나 숲해설가가 알려주는 나무들의 이름과 사연을 알게 되니 풀 한포기, 제비꽃 한 송이가 눈을 열고 마음을 사로잡는다. '꽃, 나무, 풀'로만 부르던 식물들에게 각각 고유한 이름이 있고, 그들만의 특징과 개성을 소개받다보니 지루할 틈이 없다. 마치 톱스타를 만난 것처럼 작은 꽃과 풀의 모습을 담는 데 카메라 셔터가 바삐 움직인다. 유 장로는 나무 한 그루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그들의 태고적 이야기부터 지구온난화로 인해 현재 어떤 영향을 받는지까지 마치 나무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듯 그들의 속 사정을 술술 풀어놓았다.
 
"여기 이 은행나무 좀 보세요. 얘는 좀 아파 보이네요. 이끼가 두텁게 끼어 있고 맹아지(새싹)가 많이 돋아난 것을 보면 삶이 녹록치 않은가 봅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렇게 나도 모르는 사이 서서히 죽어가고 있는데 양심을 저버리는 일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든가 외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무감각하게 지나치게 되면 나중에 걷잡을 수 없게 깊이 병들게 되는 것이죠. 나무들의 생리만 봐도 우리의 인생을 엿볼 수 있습니다."
 

▲ 진달래 꽃잎에 주근깨는 수분을 돕는 꿀벌을 유인하는 '허니가이드'.

분홍 진달래 꽃을 돋보기로 관찰해보니 꽃잎 안쪽에 사람의 주근깨 같은 무늬가 보인다. 수분을 도와줄 꿀벌이 자신을 잘 볼 수 있도록 유인하는 일종의 길잡이를 하는 '허니 가이드'라는 설명을 들으니 자연의 신비와 창조주의 섭리에 탄성이 나온다.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가로수인 은행나무와 아카시 나무가 천대받고 있습니다. 은행나무가 냄새가 지독하다며 베어내고, 아카시 나무가 목재로서 가치가 없다며 하찮게 여깁니다. 황폐한 도심의 땅에서 매연과 공해물질을 걸러내며 살아가는 나무들은 아무 잘못이 없는데 심을 때는 언제이고 이제와서 마구 잘라버리는 것을 보면 마음이 안 좋습니다. 은행나무와 아카시나무만의 가치가 속속 밝혀지고 있는데 말이죠."
 

속칭 '문제아'라고 일컫는 학생들을 위해 관련 기관이 숲체험 학습을 신청하기도 한다. 유진상 장로는 진한 화장을 하고 무표정한 모습으로 참가한 학생들과도 숲의 언어로 소통한다. 다른 사람의 마음이나 아픔을 공감하지 못하는 이 아이들에게 숲해설을 해줄 때면 반드시 상처가 난 아픈 나무 앞으로 학생들을 데려간다.
 

▲ 누가 만들어 놓은 길일까? 땅밑에 사는 두더지가 지나간 흔적.

"이 나무의 깊은 상처가 보이죠? 나무는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열심히 진액을 뿜어내는데 그 상처에 사슴벌레, 장수말벌, 풍뎅이가 들러붙어 나무의 상처부위를 파헤쳐 더 아프게 하고 있네요. 친구들마다 각각 말 못할 아픈 사연이 있는데 그 부분을 아프게 하는 말을 하면 이 나무처럼 상처가 낫지 않고 계속 덧날거에요." 친구들을 괴롭히지 말라는 직접적인 충고보다 나무의 아픔을 통해 다른 사람의 상처를 함부로 건드려선 안된다는 이야기를 들은 학생들의 눈빛이 조금씩 달라질 때 유 장로는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이어서 유 장로는 "사람이 만물의 영장이기 때문에 자연을 착취하고 함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을 존중하고, 배려하고, 약자의 입장에서 생각해주는 다스림이 에덴동산의 모습일 것입니다"라며 "숲을 잘 알게 될수록 여기에 속한 모든 생명체들을 사랑하게 된다"고 말했다.
 
숲에는 푸르름, 맑은 공기, 음이온, 피톤치드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숲에는 각자 나름대로 존재의 이유를 갖고 열심히 살아가는 창조의 생명들이 가득 차 있다. 그리고 그 생명들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있다. 자신처럼 삶을 더 정직하고, 진지하게 살아보라고.


이들이 온몸으로 전해주는 생명의 메시지가 바로 숲이 주는 힐링이 아닐까?

 

우리 교회와 가까운 숲은 어디?

산림청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www.forest.go.kr)전국 휴양림 및 국립수목원 예약이 가능하다. 특히 산림치유지도사가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시설을 포함하는 전국 7개의 '치유의 숲'이 안내되어 있어 눈길을 끈다.
 
또한 '국립자연휴양림' 앱을 깔면 전국의 지역별 휴양림의 상세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예약까지 가능하다.
 
'100대 명산'앱은 내 위치를 파악해 가까운 거리에 있는 산부터 순서대로 정열해 보여주고 산의 특징과 교통편, 숙식 정보까지 안내해준다.
 
한국숲해설가협회(www.foresto.org) 홈페이지에서는 단체가 원하는 날짜에 유료 숲해설 신청을 할 수 있고, 무료로 진행되는 숲해설 강의도 참가, 신청할 수 있다.

서울시, '천 개의 숲' 조성 중

서울시는 버려진 땅, 자투리 공간에 소규모 숲과 정원을 만드는 '천 개의 숲, 천 개의 정원 조성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멀리 나가지 않아도 동네 작은 숲(도시숲)을 통해 휴식과 치유의 시간을 누릴 때 도시인들의 행복감이 상승하게 된다는 연구 결과를 반영한 것이다.
 
숲에 가면 피톤치드, 음이온, 풍부한 산소로 인해 심신이 쾌적함을 느끼고, 면역력이 올라가게 되어 아토피, 알레르기 비염 등의 질병을 이겨내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시냇물이나 푸른 산림 경관을 바라볼 때 뇌에서 발생하는 알파파가 증가되어 스트레스 호로몬인 아드레날린과 노르아드레날린 수치도 낮아지게 된다. 음이온 또한 마음을 차분하게 하는 심신 안정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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