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 생명체와 함께 살아가는 것"

"힐링, 생명체와 함께 살아가는 것"

[ 힐링 ] 정농회 주형로 회장이 말하는 '생명을 살리는 농사'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5년 01월 27일(화) 14:22
   
 

【충남 홍성=표현모 차장】"저는 최근의 사회문제가 조상들이 대대로 가져왔던 교육이 무너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어릴 적 배움은 일생을 좌우하잖아요. 우리가 학교 다닐 때는 텃밭과 동물농장이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 공간에다가 과학실, 영어회화실 컴퓨터실을 만들었잖아요. 텃밭은 생명의 공간이었어요. 고추를 심더라도 모가 끊기면 화분이 아닌 땅에 심고 물을 많이 주죠. 그리고 잘 살도록 지지모를 심어주고요. 작은 생명 하나 살리는데도 정성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과 글로 가르치지 않아도 알게 되는 거예요."
 
우리나라 유기농을 처음 시작한 정농회. 올해부터 이 정농회의 회장을 맡게 된 주형로 선생은 생명을 키우고, 삶의 과정에서 생명체와 함께 하는 경험이 '힐링'의 가장 중요한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는 "텃밭과 동물농장을 통해 아이들에게 생명과 사랑의 체험을 하게 해야 한다"며 "외국에 가보면 아직도 텃밭과 동물농장이 있는데 우리는 시골학교까지도 이런 공간을 버렸다"고 안타까워 했다.
 
"자연은 혼자 살지 않아요. 작은 것, 큰 것, 구부러진 것이 함께 살죠. 논둑의 풀만 봐도 쑥부쟁이, 미나리, 갈대, 억새 등 여러 식물들이 모두 조화를 이뤄살아요. 자연 상태에서 혼자만 사는 식물은 없어요. 자연이 이렇게 살듯 우리는 조화로운 사회를 만들어야 해요. 잘난 사람, 못난 사람, 부한 자, 가난한 자들이 조화를 이뤄 살아야 해요. 지금 현대사회는 이런 조화가 없으니 사람이 살기 어려운거죠."
 
주 선생는 정농회의 창시자 원경선 선생이 유기농 운동을 시작할 때 풀무농업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었다고 한다. 1977년 정농회의 초청으로 일본 애농회 고다니 준이치 선생이 방문해 강연한 내용을 그는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고다니 준이치 선생이 인사를 한 후 고개를 안드시는거예요. 그러더니 눈물을 뚝뚝 흘리시면서 일제 36년간 너무 많은 죄를 지어 용서를 빌 면목이 없다고 인사를 하더라구요. 그러고 나서 내가 줄 수 있는 것은 화학농업, 다수확농업을 추구하는 일본의 농업을 본받지 말라는 것이라고 하더군요. 그때 저는 기술을 안가르쳐주려고 그러나보네 하고 생각했었죠. 강연에서 고다니 선생님께서는 일본 아와지시마라는 섬의 몽키센터이야기를 들려주셨어요. 그 섬의 원숭이들에게 화학비료와 농약을 친 음식을 먹이면서 3대에 걸친 조사를 했는데 기형아 탄생이 많았어요. 인간에게 외치는거죠. 우리처럼 죽어가지 말라면서요. 그 때 결심했죠. 주식인 쌀만큼은 절대로 농약을 치지 않겠다고요."
 
그는 "정농회의 표어가 '죽이느냐 살리느냐 인류를!'"이라며 "우리는 생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한발 더 나아가서 정말 양심적인 방법으로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창세기에 보면 아담과 이브가 뱀의 간사한 유혹에 빠졌을 때 하나님이 이마에 땀을 흘리지 않고 소출을 못내리라고 하신 뒤 뒤의 성서 구절을 보면 '지극히 사랑하신다'는 구절이 나와요. 이는 지식을 구하면 하나님께서 주신다는 뜻인데 인간은 하나님께 지식을 구하지 않고 제초제 비료를 만들어 사망에 이르고 있죠. 그러나 하나님의 지혜를 구했더니 오리 농법, 우렁이농법, 태평농법 등을 주셨어요. 비료와 거름 없어도 농사를 지을 수 있고, 오히려 더 잘할 수 있어요. 들의 나무를 보세요. 누가 가꾸지 않잖아요. 그래도 우리가 가꾼 것 보다 크고 아름답지 않아요? 이것이 하나님의 원리예요."
 
주 선생은 정농회 회장이 되면서 기도하며 이런 표어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제 함께가요. '농업'과 '교육'이, '기독교'와 '정농회'가."
 
홍동밀알교회 집사이기도 한 그는 정농회 회장으로서 그동안 특별한 교류가 없었던 교회와 정농회와의 관계를 다시 회복시켜려고 하고 있다. 이는 농업과 교회에 대한 깊은 고민과 사랑에 기반한다. 우리나라의 교회와 농업은 둘 다 위기이지만 둘 다 없어서는 안되는 필수적인 것이기 때문에 서로 도우며 상생의 길을 모색하자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가 생각하는 교회와 정농회간의 협력은 크게 두가지 분야다. 하나는 친환경 먹거리 운동이고, 또 하나는 도농교회 네트워크로 농촌교회와 농민들을 살리는 운동이다.
 
"정농회는 기독교 단체예요. 교회와 함께 가야 합니다. 교회가 생명을 중시하는 곳 아닙니까? 유기농은 생명을 살리는 농업이에요. 제초제와 비료를 써서 간접 살인하는 것도 살인이라고 생각해요. 꼭 생명을 총과 칼로만 죽이는 것이 아니잖아요. 정농회는 올해부터 적극적으로 교회와 스킨십을 해나가려고 합니다. 유기농을 하고자 하는 교회가 있으면 저희가 직접 찾아가 무료로 컨설팅을 해드릴거예요. 또 한가지는 도농교회 네트워크로 저희가 생산한 유기농산물이 안정적인 소비처가 마련되었으면 해요. 이렇게 할 때 텅텅 비어가는 농촌교회도 살릴 수 있고, 도시교회에도 생명운동의 붐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시골교회에 선교헌금 대신 시골의 농산물을 팔아주는 운동을 하게 되면 엄청난 운동이 될 것이라고 확신해요. 이게 삶을 살리고 교회와 농촌을 살리는 진정한 힐링이라고 생각합니다."

 

# 홍성을 유기농 중심지로 가꾼 주형로 회장

정농회 회장 주형로 선생(56)은 홍성의 정신적인 모태 풀무농업고등학교 13회 졸업생으로, 홍순명 교장에게 오리를 통해 제초작업, 병충해 방제를 해결하는 일본의 오리농법을 소개받고 국내최초로 이를 성공시킴으로 문당리의 전설적인 인물이 됐다. 그의 성공과 마을주민들을 위한 헌신적인 섬김 덕분에 그가 살고 있는 홍성 문당리는 우리나라 유기농업의 중심지가 됐다.
 
홍성 문당리가 주목을 받는 것은 전체 토지 중 80%에 이르는 유기농 비율, 그리고 자체적으로 '문당리 발전 백년 계획'이 수립되어 있을 정도로 비전을 갖춘 곳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들이 바로 주형로 선생의 작품이다. 주형로 선생이 마을지도자로 인정받는 이유는 그의 유기농에 대한 열정, 100년을 내다보는 혜안도 있지만 자신의 유익을 추구하지 않고 마을 전체가 함께 잘살 수 있도록 헌신하고 고민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지역센터 마을활력소 공동대표이기도 한 그는 유기농 이외에도 마을공동체 조성을 위해서도 뛰어난 리더십을 발휘해 왔다. 환경농업마을로 각광을 받고 있는 홍성에는 매년 전국과 해외에서 2만여 명이 찾아와 배움을 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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