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 에큐메니칼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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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양칼럼 ] 목양칼럼

김종익 목사
2014년 04월 21일(월) 16:46

한 동네에서 하나님의 백성으로 살고자 하는 교회들이 부활절 새벽예배를 함께 모여 드리기로 했다. 교단을 초월해서 몇몇 교회 목회자들이 설렁탕집에 모여 조찬을 함께 하며 의논했다. 좀 규모 있는 교회 목사가 예배순서를 맡자는 안과, 돌아가면서 고르게 맡자는 안을 놓고 잠시 논쟁을 했다. 결국엔 돌아가면서 하는 걸로 하고, 설교는 좌장을 맡은 ㅅ교회의 원로목사가 맡기로 했다. 대표기도도 한 사람만 하기로 했다. 교단별로 구색을 맞추려고 기도 담당자를 여럿 두던 관습을 과감히 철폐한 것이다. 그 다음 논쟁거리는 선거를 앞두고 참석할 게 뻔한 지방선거 출마자들을 인사시키는 문제였다. 소속 정당은 말하지 말고 그냥 인사만 시켜주자는 안과 부활절 예배는 순수하게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만 선포하고 주님께만 경배하자는 안이 잠시 동안 대립했지만, 부활절예배는 그답게 하자는 안이 우세했고 그 또한 그리하기로 했다. 우리 동네 참 좋은 동네란 생각을 했고, 존경스러운 목회자들의 설렁탕 값을 내면서 정말 뿌듯했다.

사실 조찬모임에 참석하러 가면서는 선거를 앞두고 누군가 다른 목적이 있어서 연합예배를 제안하는 걸로 생각하고, 우리 교회는 빠지겠다는 말을 하기 위해 갔었다. 밥만 사고 올 생각이었다. 지난번 지방선거 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선거 때마다, 꼭 그 때만 교회를 찾아오는 이들이 있지 않던가. 또 그 때만 판을 벌이고 싶어 하는 이들도 있지 않던가. 이번엔 이용되지 말아야지 하고 늘 다짐하지만, 교회 안에도 이리저리 얽힌 이들이 있고 얽힌 일들도 있다 보니, 그런 다짐을 지키는 것도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기초의회 의원선거만이라도 당적 없이 출마하도록 했으면 좋겠다. 될듯하더니 결국 안 되고 말았지만. 한다고 약속하고 안 하는 것도 이상하지만, 약속을 지켜보자고 말하는 이들이 더 비난받는 세태는 더욱 이상하기만 하다.

아무튼 우리 동네 교회들은 해냈다. 오직 살아계신 주님께만 예배하기 위해 연합하기로 한 것이다. WCC 부산총회에 참여했던 교단의 교회들과 반대했던 교단의 교회들이 함께 모여서 말이다. 풀뿌리 에큐메니칼운동 아닌가! 지금은 교회마다 같은 크기 같은 문구의 현수막이 붙어있다. "예수 부활하셨네!"라고. 얼마나 귀한가. 다음 달에도 나가서 밥값 계산을 한 번 더 해야겠다.

예배를 예배답게 하고 기도만 기도답게 해도 교회는 훨씬 더 건강해질 것이고, 건강한 교회는 세상을 치유하고 회복시키는 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다. 우루과이의 한 성당 담벼락에 쓰여 있다는 기도문에 새삼 도전을 받는 계절이다.

'하늘에 계신'이라 하지 말라. 세상 일에만 빠져 있으면서 / '우리'라 하지 말라. 너 혼자만 생각하며 살아가면서 / '아버지여'라 하지 말라. 아들딸로서 살지도 않으면서 /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라 하지 말라. 자기 이름만 빛내려 안간힘을 쓰면서 / '나라에 임하옵시고'라 하지 말라. 물질 만능의 나라를 원하면서 / '뜻이 하늘에서 이룬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라고 하지 말라. 자기들 뜻대로 되기를 기도하면서 / '오늘날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옵시고' 하지 말라. 가난한 이들을 본체만체하지 않느냐 / '우리가 우리에게 죄 지은 자를 사하여 준 것 같이 우리 죄를 사하여 주옵시고' 하지 말라. 누구에겐가 아직도 앙심을 품고 있으면서 /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시고' 하지 말라. 죄 지을 기회만 찾아다니지 않느냐 / '다만 악에서 구하옵소서' 하지 말라. 악을 보고도 아무런 양심의 소리를 듣지 않으면서 / '아멘' 하지 말라. 주님의 기도를 진정 나의 기도로 바치지도 않으면서.

주님이 가르쳐주신 기도만이라도 제대로 따라하며 살고 싶다.

김종익 / 목사 ㆍ 염산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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