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사람이 '갑'

기도하는 사람이 '갑'

[ 목양칼럼 ] 목양칼럼

김종익 목사
2014년 04월 17일(목) 10:17

6년쯤 전에 교회 옆 사택을 어르신나눔터(작업장)로 내주고 교회에서 좀 떨어진 지역의 아파트로 이사를 했었다. 교회 인근이 뉴타운 재개발 지역이 되면서 어차피 사택을 옮겨야 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개발 사업은 계속 늦어지고, 전세로 살던 사택은 계속 매매가 되는 통에 2년마다 이사를 다녀야 했다. 이사할 때마다 번거로웠고, 장로님들도 딱하게 여기다가 교회 부근 재건축 아파트를 하나 매입했고, 얼마 전에 그리고 이사를 했다.

사택 구입을 도와주신 분은 재건축 아파트 앞에 자리한 M부동산중개소의 젊은 여사장님이다. 부동산 소개를 하시는 우리교회 집사님을 통해 소개받았는데, 알고 보니 이웃한 교회의 집사님이었다. 그분을 통해 모두 세 집을 둘러보고 그 중 괜찮다 싶은 집으로 결정하고 계약하기로 약속을 했다. 장로님들도 열심히 전도해야 할 새 단지로 담임목사가 이사를 오게 돼서 잘 됐다고들 하며 모든 조건에 흔쾌히 동의해주었다.

그런데 계약하기로 한 전날 밤에 M부동산에서 전화가 왔다. 매도자가 천만 원 더 준다는 다른 부동산중개소와 계약하기로 했다는 얘기였다. 아쉬움과 미안함이 가득한 목소리였다. 자신을 소개한 우리 집사님께 한바탕 역정을 들은 뒤였다. 남편에게도 듣지 않던 야단을 들었다며 주눅이 들어있었다. "그럴 수도 있다. 괜찮다"며 위로를 해주고, 얼른 두 번째로 구경했던 집 주인에게 연락해보라고 했다. 이쪽저쪽으로 몇 번의 전화가 오고간 끝에 결국 계약하기로 한 날에 계약을 했다. 물건과 계약 상대만 달라졌을 뿐이다.

계약하는 자리에서 일이 왜 그렇게 됐는지를 알게 됐다. 매도자는 아파트 건설회사의 젊은 직원인데, 일반분양분 중 하나를 덜컥 받아놓고는 돈을 해결 못해서 결국 팔려고 내놓았던 것이다. 그런데 사자는 사람은 없어, 신앙생활을 하던 젊은이는 부부가 함께 열심히 기도했고, 지방의 부모님들은 새벽 제단까지 쌓으며 간구하기를 5개월 동안 했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우리를 만나 계약을 하게 됐는데, 목사님 사택으로 쓰인다니 '하나님의 응답'이라며 너무나 좋아했다. 결국, 그들의 기도와 하나님의 응답이 일이 그렇게 되어버린 배후였던 것이다.

다음 날, 주일 아침 당회원 기도회 때, 주님의 말씀, "구하라 주실 것이다"(마7:7)를 장로님들과 나누면서 세상의 모든 일은 기도하는 사람을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고 간증을 했다. 모두들 고개를 끄덕이며 사택 구입에 개입하신 하나님께 감사하며 기도했다. 재개발과 관련해서 수년간 기도해왔던 우리 당회로서는 다시 한 번 선한 응답을 소망하여 힘을 낼 수 있는 하나님의 격려를 받은 셈이었다. 벌써 몇 년째 우리 당회는 주일 아침마다 따로 모여 기도하고 있다. 재개발지역에 흡수된 사택들과 부속 건물을 대신할 건축 부지를 얻기 위해, 또한 교회를 포함한 재개발 관계 주체들이 서로 상생할 수 있도록, 그리고 재개발 와중에도 교회는 흔들림이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하며 새로워지도록 기도하고 있었다. 요즘 우리는 부쩍 힘을 내어 기도하게 됐다. 기도하는 사람이 세상사의 흐름에서 '갑'이란 걸 알기 때문이다. 우리가 원하는 대로 응답이 오지 않으면 어떤가. 하나님의 응답이라며 훨씬 더 좋은 일이 되지 않겠는가.

엊그제 M부동산 집사님이 맛있는 떡을 한 상자 들고 인사를 왔다. 부동산 중개과정에서 우리 부부와 교회에 받은 감동이 컸다면서, 일을 하면서 교회를 묻는 고객을 만나면 우리 교회를 소개한다는 말도 했다. 역시, 세상 일은 기도하는 이들을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는가.

김종익 / 목사 ㆍ 염산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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