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 '의미'보다' 재미'?

설교, '의미'보다' 재미'?

[ 4인4색칼럼 ]

김기태 교수
2014년 04월 15일(화) 14:02

아무리 유익한 강의라도 재미가 없으면 퇴출을 염려해야하는 세상이다. 재미있는 강의, 재미있는 사람 심지어 재미있는 설교가 주목을 받는다. 세상이 온통 '재미'만을 쫓아 달리는 오락실 같다. 그동안 우리 사회가 '재미'보다는 지나치게 '의미'에 치우쳤던 경직된 권위의식에 대한 반작용으로 이해할 수도 있지만 그 정도가 너무 심하다.

재미는 의미있는 내용을 보다 잘 전달하기 위한 보조 수단으로만 사용되어야 하는데 점차 주객이 바뀌고 있다. 아예 처음부터 재미만을 노린 강의나 설교가 있다. 내용은 없고 농담과 만담 수준의 강의나 설교로 청중을 끌어 모으는 개그맨 같은 강사나 설교자들이 늘고 있다. 가끔 TV강의나 TV설교를 들어보면 내용은 없고 단지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건드리려는 사람들을 만난다. 오직 시청률이 높다는 이유 만으로 출연자를 선정하는 방송의 고질적인 시청률 지상주의가 낳는 악순환이다. 이 시대 꼭 필요한 주제의 강의나 설교인가의 여부 보다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즐겁고 재미있게 시청할 것인지를 유일한 판단 기준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과도한 재미지상주의는 방송 뿐 아니라 교회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교회의 많은 사업이나 프로그램에서도 의미보다는 재미가 우선하는 경우가 많다. 교인들의 관심과 주목을 끌어들여야 한다는 현실적 필요 때문에 재미를 추구하다 보면 나중에는 본래 취지나 의미는 사라지고 여느 일반 사회의 여흥을 위한 모임과 차이가 없는 놀이터와 같을 때도 있다. 이런 재미지상주의는 교회 곳곳에 스며들어 건전하고 건강한 교인들을 병들게 만들고 있다. 교회 학교의 경우 어린이들의 흥미를 끌어야 한다는 이유로 갖가지 재미있는 사업이나 행사를 벌이는데 정작 이를 통해 어린이들이 깨닫거나 얻어야 할 복음적 가치나 메시지가 실종되는 경우가 많다. 이를 기획하고 준비하는 교역자나 교사들 스스로도 어린이들의 흥미를 유도해야 한다는데 몰입하다보면 사업이나 행사의 본래 취지를 잊어버리기 쉽다. 이런 '흥미'에 과도하게 치중하는 경향은 찬송가 곡목 선정을 비롯하여 각종 모임 기획, 심지어는 주일 예배 순서 및 설교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물론 재미있는 강의나 설교는 중요하다. 오늘날처럼 이미 수많은 미디어를 통해 감각적이고 재미있는 강의나 프로그램에 익숙해진 현대인들에게 쉽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거의 필수적인 고려 사항이다. 따라서 모든 강사나 설교자들에게 재미있는 강의와 설교를 하기 위한 노력은 현실적으로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재미지상주의를 경계하는 이유는 교회가 교회답고 설교가 설교답기 위해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기준과 경계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얼마나 재미있게 전달할 것인지 보다 무엇을 왜 전달해야 할 것인지를 먼저 생각하고 그 메시지가 훼손되지 않도록 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설교를 듣는 교인들은 쇼를 보러온 구경꾼들이 아니다. 설교를 통해 하나님의 음성을 들으려 찾아온 진지한 구도자들이다. 되새길수록 말씀이 되살아나고 삶의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살아 움직이는 능력있는 진리의 말씀을 듣는데 기꺼이 동참할 자세를 가지고 나온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교인이라는 확신이 필요하다. 설교가 재미없어 교인들이 외면할까를 걱정하기 보다 말씀 내용이 하나님의 뜻을 제대로 전달하는데 합당한가에 보다 집중할 필요가 있다. 물론 좋은 설교는 좋은 교인들이 만든다. 재미있는 설교보다 의미있는 설교가 필요하다는 마음으로 단순히 듣는게 아니라 설교 안에 구체적으로 들어가 함께하려는 적극적인 경청의 자세가 필요하다. 세상이 온통 재미와 흥미를 쫓는 말초적 쾌락과 유희에 흔들리더라도 교회 만은 경건한 자세로 의미있는 메시지에 주목해야 한다.  

김기태 교수 / 호남대ㆍ한국미디어교육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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