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공보로 인해 맺어진 엄마와 아들

기독공보로 인해 맺어진 엄마와 아들

[ 교계 ]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4년 01월 03일(금) 16:42
'아름다운 세상'에 소개된 김상숙 권사 이야기 읽고 변화
수감생활 변화, 무기수 찾아서 궂은 일 다하는 모범수로 변신
 
   
▲ 아들 디모데를 만나러 광주교도소로 향한 김상숙 권사(왼쪽에서 세번째)와 최병춘 장로, 윤난호 권사, 최병림 집사. 

"기독공보 덕에 사랑하는 아들을 만나게 됐습니다. 이렇게 큰 기쁨을 주는 아들을 만나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아들만 생각하면 마음에 기쁨과 은혜가 가득차 오릅니다."
 
지난 12월 9일 일산 자택에서 아들 디모데를 만나러 광주교도소로 향하는 김상숙 권사의 얼굴은 설레임으로 가득차 있었다. 디모데라는 이름 또한 김 권사가 지어준 이름이다. 새벽 6시부터 홀리네이션스선교회의 일원으로 동역하고 있는 최병춘 장로, 윤난호 권사, 그리고 운전을 담당하는 최병림 집사가 동행했다.
 
김상숙 권사가 광주교도소에서 복역하고 있는 양아들 디모데를 만나게 된 이야기를 하자면 2년전인 지난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그해 본보는 10월 8일자 2820호 '아름다운 세상'에 외국인 근로자들을 헌신적으로 섬기고 있는 김상숙 권사의 이야기를 보도한 바 있다.
 
김 권사의 아름다운 삶의 이야기가 실린 신문이 전국으로 배포되던 그 시각 전라도의 한 운동장에서는 재소자들을 위한 가을운동회가 열리고 있었다. 가을이었지만 한낮의 햇살은 따가웠다. 따가운 햇살을 피하기 위해 운동장에 운집한 수백명의 수감자들은 신문지를 접어 고깔모자를 만들어 햇볕을 가렸다. 그중 한 수감자가 자리를 뜨면서 자리에 남겨둔 고깔모자를 다른 한 수감자가 쓰게 됐고, 우연히 신문지로 만든 고깔모자를 풀러 기사를 읽었던 것이다. 그 수감자가 읽은 기사가 마침 김상숙 권사의 기사가 실린 '한국기독공보' 9면 '아름다운 세상'이었다.
 
삶의 의미를 잃고 극단적인 선택까지 했다가 마지막 삶의 동앗줄로 신앙을 갖게 된 그 수감자는 김 권사의 이야기에 감동을 받고, 김 권사에게 편지를 보내 "권사님의 책을 읽고 싶다"고 요청했다.
 
김 권사는 책을 보내준 후에도 계속해서 편지를 교환했다. 모정(母情)이 그리웠던 그 수감자는 이내 김 권사를 '어머니'라고 부르는 것을 허락해달라고 했다. 새로운 어머니는 과거에서 완전히 벗어나 믿음의 아들이 되어달라는 뜻으로 그에게 '디모데'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그리고 한달 후 어머니는 예고도 없이 불쑥 광주교도소까지 찾아왔다. 이렇게 시작된 두 사람 사이는 이제 뗄레야 뗄 수 없는 모자(母子) 관계가 됐다.
 
전라도 광주로 면회를 가는 도중 김상숙 권사는 아들 디모데에 대한 자랑을 멈출줄 몰랐다.
 
"저는 디모데를 볼 때 마다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 정말 명문가의 자녀 같다니까요. 그리고 은혜받은 사람이 어떻게 변하는지 확인시켜주는 살아있는 증거랍니다. 주변에 마음이 어려운 사람이 있으면 마음의 병을 치유하기 위해 일부러 데려가서 만날 정도라니까요. 비록 아들이 몸은 갇혀있지만 몸의 자유로울지 모르지만 마음이 갇혀있는, 허울뿐인 자유인들을 치유하는거죠."
 
이번 면회는 유난히 설레고 기쁘다. 디모데 씨가 학사고시를 최종합격했다는 소식을 전해들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밖에 졸업하지 못한 아들이 이번에 학사고시 최종합격을 했어요. 정말 천재인 것 같아요. 디모데는 자청해서 재소자들의 허드렛일을 감당해요. 게다가 매일 성경 12장을 읽고 한달에 성경 한장씩 제 앞에서 암송하기도 하거든요. 더군다나 소등시간이 있어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할텐데도 그 짧은 시간안에 그 모든 것을 이루다니 대견할 따름이네요."
 
오전 11시 특별접견실에서 만난 디모데 씨는 40대 중반의 건장한 남성이었다. 얼굴이 얼마나 밝고 환한지 재소자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였다. 어머니와 지인들을 포옹하며 인사를 나눈 뒤 디모데 씨는 성경 한 장을 암송했다. 매 면회마다 이어지는 어머니의 숙제 검사 시간이다.
 
안부와 검정고시 합격 축하 인사가 끝나자 기자는 개인적인 질문들을 던졌다. 김 권사의 첫 인상을 물어봤다.
 
"면회를 오시리라고는 생각도 못했기 때문에 너무 당황했었죠.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를 모를 정도로 긴장하고 당황했었어요. 창 너머로 보이는 어머니의 모습이 너무 인자하고 밝아보이셨어요. 기적과도 같은 순간이었죠."
 
어머니가 된 김상숙 권사가 자신에게 어떤 의미냐고 묻자 그는 "이제 저에게 어머니는 사랑의 다른 이름이자 영적인 스승"이라며, "말로 다할 수 없을 정도로 감사한 분"이라고 말했다.
 
함께 면회를 간 이들은 디모데 씨의 인상이 시간이 갈수록 변했다고 증언한다. 처음에는 눈빛이나 인상이 강렬했는데 이제는 그렇게 편안하고 평화로울 수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디모데 씨는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이들을 위한 교도소측의 배려도 마다하고 일부러 무기수들이 복역하는 곳으로 자원해 그곳에서 설겆이, 화장실 청소 등을 하고 있다. 교도소 내에서도 그는 한참 고참에 속해 편하게 지낼 수도 있지만 무기수들을 자기보다 더 잘 이해하는 사람은 없다는 생각에서 봉사를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
 
그를 잘 모르는 신참들은 그의 밝은 얼굴과 헌신적인 모습을 보고 "저 형님은 출소가 며칠 안남았나보다"라고 이야기 하지만 아직도 형량이 수년이나 남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그는 매일 매일의 삶이 희망과 설렘으로 가득차 있다. 그는 출소 후 신학을 공부해 청소년 교정선교를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아이들이 사랑을 받았다면 자신과 같이 죄수가 되지는 않을 거예요. 부족하지만 더 공부하고 노력해서 주님을 위해서 살고 싶습니다."
 
짧은 면회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김상숙 권사에게 처음 인연을 맺을 때 무섭지는 않았는지,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걱정은 없는지 등등의 질문을 던졌다.
 
"사람은 갇혀있는 죄인이냐, 걸어다니는 죄인이냐만 다를 뿐 다 죄인이에요. 한번도 무섭다는 생각은 해본적이 없어요. 그리고 저도 산전수전 다 겪어봐서 알아요. 사람들이 무엇을 염려하는지. 그러나 저는 반대의 확신을 갖고 있어요. 사람이 변화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사랑이 충분히 채워지지 않아서 그래요. 사람이 변화할 때까지 사랑하면 되는거예요. 디모데를 통해 하나님이 어떤 큰 일을 이뤄나가실지 너무 기대되고 감사할 뿐이죠."
 
면회를 마치고 돌아와 연말 신문제작으로 분주하던 날 한 통의 카드가 도착했다. 디모데 씨가 보낸 것이었다.
 
"너무나 각박하고 메마른 이 세상에 아기 예수님 탄생의 축제를 통하여 사랑과 감사가 가득한 '아름다운 세상'인 사실을 기쁘게 전하시기를 원하고, 위하여 기도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오직 예수! 승리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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