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 저야 합니까"

"왜 하필 저야 합니까"

[ 교계 ]

송재숙 원장
2013년 12월 30일(월) 14:29

이웃과 함께
 
처음 시작과 겪어왔던 일들을 글로 표현하려고 하니 나도 모르게 눈물부터 흐른다. 현재 '작은자의 집'의 전신인 '노인의 집'을 시작할 때 세 분의 어르신을 모시고 살게 되었다.
 
오씨 할머니는 80세가 다 된 따님과 사시다가 따님이 병으로 먼저 세상을 떠나시고 오갈 데가 없으셔서 가족이 되셨다. 할머니께 101번째 생신 상을 조촐하게 차려 드리니 감격의 눈물을 흘리시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어르신이 '노인의 집'에 오셨을 때는 몸 전체적으로 화상을 입으신 상태로 대소변을 누워서 보셨다. 정신은 있으신데 몸이 말을 듣지 않으신 것이다. 그때 당시엔 요즘처럼 기저귀가 있는 상황도 아니었고, 있더라도 사서 쓸 수 있는 형편이 못 되었다. 하루에 8~10번을 씻겨드리고 치료를 해드려도 화상 때문에 온 몸이 썩어 들어가고 있어서 냄새가 너무 심했다. 병원 치료도 못 받고 왕진해 주신 '주사랑 병원' 원장님의 따뜻한 손길로 하루 한 번 치료를 받고 민간요법을 병행하면서 1년이 넘도록 치료하면서 많이 울기도 했다. "주여! 왜 나에게 이런 일을 하도록 하십니까? 왜 하필이면 저야 합니까? 주여 나를 평화의 도구로 써 주소서"하면서도 힘들 때 마다 도망가고 싶고 회피하려고 했었다.
 
할머니는 화상으로 까맣게 변한 둔부가 물렁물렁하여 삶아 소독된 가위로 잘라보니, 툭하고 뭔가 얼굴과 몸으로 튀겨서 보니 썩은 고름이 터져 나왔다. 냄새가 왜 그리도 고약했던지 그 냄새 때문에 밥을 먹을 수가 없었다. 까맣게 된 둔부를 제거하고 난 후 할머니께서는 엎드려서 식사하시고 물도 드시지 않으셨다. 그 더운 여름 시원한 수박이 얼마나 먹고 싶고, 맛이 있을 텐데도 소변보시고 목욕시켜 주는 게 미안하다시며 거절하셨다. 그러다 보니 큰 일을 일주일에 한 번씩 보시고 힘들어 하셨다. 하루는 넓적하고 까만 돌이 돌아다녀 '왠 돌이 방에 있을까?' 생각하고 집어 버리려고 하는데 고약한 냄새가 났다. 돌처럼 돼버린 변은 변기통에 들어가지도 않아 두들겨 쪼개어 버리기도 하고 종이 싸서 땅에 묻기도 했다. 어르신은 치료가 다 되셨지만 결국 하나님 품으로 가셨다. 그 후에 나는 가슴을 치고 울어야 했다. 좋은 여건에서 치료를 못해드려 울었고, 예쁜 새 옷 한 번 입혀드리지 못해 울었다. 그 후로는 누워계신 어르신께는 더 좋은 옷, 더 깨끗하고 밝은 옷을 입혀드리게 하고 있다. 천국에 가서 만나면 용서를 빌어야지 하는 생각에 흐르는 눈물을 닦는다.
 
강씨 할머니는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걷지 못하고 앞을 못 보시는 분으로, 담배를 많이 태우셨고 늘 한숨을 쉬시며 사셨던 분이시다. 하루는 다리가 아프다고 통곡을 하셔서 병원에 모시고 갔었다. 병원에 모셔다 드리고 간단한 시장을 보고 왔을 땐 기분이 좋아지셨고, 빨리 집으로 가자고 하셨다. 나중에 보니 담배가 떨어져 아프다는 핑계대시고 담배를 사서 가슴 속에 숨겨 오셨던 것이다. 어르신께서는 앞을 잘 못 보시기에 화재 위험도 있고, 당뇨도 심해서 담배를 못 태우게 했었다. 그러나 주일 예배를 다녀오면 이불이나 입고 있는 옷이 담뱃불로 구멍이 나 있었고, 방바닥 이곳 저곳에 불구멍이 나 있어서 얼마나 놀라고 위험했는지 모른다. 담배만 떨어지면 사람을 너무나 힘들게 했다. 하루는 치료를 받으러 여수에 있는 병원에 가시겠다고 하셔서 여천에 있는 따님 집에 모셔다 드렸다. 바로 다음 날 택시에 태워 택시기사가 노인의 집 문 앞에 내려드리고 가셨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치료 받으러 가신 분을 다시 모셔온 것이 이해가 안 되고 속상해서 다시 택시를 타고 여천까지 모셔다 드리고 왔다. 따님이 치료해서 모시고 올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다음날 순천에 있는 요양원 근처에서 시신으로 발견되었다고 했었다. 
 
그 후로는 치매로 아무리 힘들게 해도 집으로 보내드리지 못하고, 모시며 함께 울고 웃고 살고 있다. 너무나 힘들게 하신 어르신들을 보면서 예수님은 나를 시험해 보시려고 저 모습으로 오셨나 보다 생각한다. 또한 천국에 계신 고 황화자 박사님께서 앞에 가신 어르신들께 꼭 물어 보실 것 같다. "작은자의 집 송 선생이 잘 해 주드나!"하면서.

송재숙 원장(호남작은자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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