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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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단열의 축복의 발견 ] 축복의발견

문단열
2013년 12월 11일(수) 17:19
19 다윗이 그 신복들의 서로 수군거리는 것을 보고 그 아이가 죽은 줄을 깨닫고 그 신복들에게 묻되 아이가 죽었느냐 대답하되 죽었나이다 20 다윗이 땅에서 일어나 몸을 씻고 기름을 바르고 의복을 갈아입고 여호와의 전에 들어가서 경배하고 궁으로 돌아와서 명하여 음식을 그 앞에 베풀게 하고 먹은지라(삼하 12:19~20)
 
밧새바의 남편은 전장에서 죽고 다윗은 나단 선지자의 책망으로 자신의 잘못을 옷을 찢으며 회개 합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다윗과 밧새바 사이에 태어난 아이를 치셔서 아이가 병들어 아프게 됩니다. 다윗은 자신의 죄로 아이가 고통받는 것을 견디지 못해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하나님께 아이를 살려 줄 것은 기도합니다. 그런데 결국 아이가 죽었다는 소식을 접하는 장면이 오늘의 본문입니다.
 
다들 아이의 죽은 소식을 감히 왕에게 전하지 못해서 뒤에서 수근 거릴 뿐이었는데 다윗이 그 낌새를 채고 아이가 어찌 됐냐 묻습니다. 그런데 아이의 죽음을 확인한 다윗은 모두의 예상을 뒤엎는 행동을 합니다. 업드려 기도하던 그가 벌떡 일어나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전에 들어가 하나님께 찬양을 드린 다음 잔치를 벌이게 하는 것입니다. 모두들 놀라 어리둥절해진 것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우리는 종교가 있건 없건 항상 복을 구하는 존재들입니다. 밝아 오는 새해를 맞이하러 동해의 해돋이를 보며 두손 모아 올 한 해 복받기를 기도하는 마음에는 믿음이 있고 없고의 차이가 없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을 신뢰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복을 빌고 복이 오면 좋아하는 그 순간에 있지 않습니다. 그 차이는 바로 내가 가진 '복'이 나를 떠나가는 순간을 맞이하는 자세에서 옵니다. 하나님이 없는 사람에게 복은 그저 우연히 '오는' 것이며, 또 이유없이 '떠나가는' 것입니다. 그래서 상실은 언제나 슬프고 괴로우며 원망스럽습니다. 돈이 생기면 좋은 것이고 돈을 잃는 것은 무조건 나쁜 것이 됩니다. 건강해지면 기쁜 일이지만 그 건강이 나를 떠나는 것은 '화'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복'이 무생물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하나님을 신뢰하는 사람에게는, 복이 우리를 떠나가는 순간은 새 희망을 위한 정지작업입니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묵은 희망'을 단 한 톨도 남기지않고 완전히 가져가시는 때가 있습니다. 이전 것은 지나가고 새로운 것이 오는 사이의 그 암흑같아 보이는 찰나를 우리는 '절망'이라고 부릅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려 '엘리 엘리 나마사박다니(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십니까)'라고 외치던 바로 그 찰나 말입니다. 그런데 바로 그 때야말로 완전한 새 희망이 골목을 돌아나오기 직전의 상태인 것입니다. 중국집에서 코스요리를 시키면 새 음식이 나올때 이전 접시는 완전히 수거해 가고 새 접시에 새 요리를 담아 냅니다. 이전에 먹던 음식은 부스러기 조차 남기지 않습니다.
 
하나님이 아기의 생명을 거두는 순간, 다윗은 순간적으로 완전한 절망의 상태로 돌입합니다. 하지만 그는 하나님을 전적으로 신뢰하기에 그것이 완전한 새 소망의 시작으로 이어짐을 직감하고 바로 새 옷으로 갈아입고 하나님께서 새로 주실 희망에 대비합니다. 그것이 잔치입니다. 그것이 기뻐하는 것입니다. 음식이 남은 접시를 거둬가 버리는 것도 길고 긴 산해진미 정식 코스의 일부입니다. 하나님이 음식이 아직 남아 있는 우리의 접시를 싹 거두어 가실 때, 없어진 접시를 슬퍼하며 울고 있다면 식탁의 웃음거리가 될 것입니다. 저만치서 다가오는 새로운 축복, 새로운 희망, 하나님의 요리가 우리의 삶을 다시 풍요하게 해주실 것입니다.
 
문단열 / 성신여자대학교 교양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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