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나'

[ 문단열의 축복의 발견 ] 축복의발견

문단열
2013년 12월 06일(금) 14:02
1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2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흑암이 깊음 위에 있고 하나님의 영은 수면 위에 운행하시니라 3 하나님이 이르시되 빛이 있으라 하시니 빛이 있었고 4 빛이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았더라 하나님이 빛과 어둠을 나누사 5 하나님이 빛을 낮이라 부르시고 어둠을 밤이라 부르시니라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 이는 첫째 날이니라(창 1:1~5)
 
사람은 질문하는 존재입니다. 궁금증이 너무 많아서 그렇습니다. 반짝이는 눈으로 "이게 뭐야?"하고 묻는 아기나, 설명을 해 주어도 "왜?"하고 다시 묻는 유치원생들에게 아무도 질문을 가르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언제나 모든 것을 물어 보았고 인류가 우주에 존재하는 한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사춘기엔 인생이 궁금하고 청년기엔 자신의 진로가 궁금하고 중장년기에 자신의 노년이 질문의 소재입니다. 하지만 사람에게 존재하는 모든 질문의 가장 밑바닥에는 그 모든 질문의 씨앗이 되는 질문 세 가지가 있습니다. 사실 다른 질문은 이 세 가지 질문들의 변주나 리메이크에 불과합니다. 그 질문은 '나는 어디서 왔는가?', '나는 어디에 있는가?', 그리고 '나는 어디로 가는가?'입니다.
 
소싯적부터 창세기를 읽으면서 드는 궁금증은 '도대체 이 말씀이 나와 무슨 상관인가?'였습니다. 창세가 수 천년 전이든 수 십억년 전이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인간이 순간에 만들어졌든, 천천히 만들어졌든 그것도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나와 아무 상관이 없다면 말입니다. 인류가 어디서 왔는가 하는 질문도 별로 중요해 보이지 않습니다. '나'와 상관없이 읽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상을 한번 해보십시오. 우주가 생겼습니다. 그리고 공룡들이 나타나 멋진 세계를 꾸립니다. 인류가 나타나 그것을 정복합니다. 그런데 거기에 처음부터 끝까지 '나'는 없습니다.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세계도 우주도 다 '나'와 연결되었을 때 존재합니다. 이 우주에 내가 없는데 천왕성과 명왕성 같은 이름들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지구가 속한 은하계 같은 거대한 존재가 1000억개 있다는 사실이 뭐 그리 중요하냐는 말입니다. 또 세상의 사건들도 다 '나'와 관련된 이벤트의 집합일 뿐입니다.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했다'란 사실도 내가 한글을 쓰지 않는다면 무슨 사건이 되며, '1945년에 대한민국이 일제로부터 해방됐다'는 사건도 지금의 나와 아무 상관이 없다면 그건 아무 일도 아닙니다. 세계가 역사가, 지식이, 사건이 그것 자체로 의미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과 '나'와의 관계에서 의미가 생기는 것입니다.
 
오늘의 말씀은 세계의 기원에 관한 말씀이 아닙니다. 우리가 믿는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그 소중한 성경의 가장 중요한 첫 귀절들은 하나님이 우리 인간보다 결코 더 사랑한다고 할 수 없는 돌덩이와 가스덩어리에 대한 말씀이 아닙니다. 그것들을 보고 '보시기에 좋았다'라고 말씀하셨다고 해서 하나님이 자신의 정원 가꾸기에 열중하고 있었다고 읽으면 안됩니다. 오늘의 말씀은 이렇게 읽어야 합니다.
 
태초에 하나님이 '나'를 창조하시니라.'내'가 혼돈하고 공허하며 흑암이 깊음 위에 있고 하나님의 영은 '나'의 위에 운행하시니라. 하나님이 이르시되 '내'가 있으라 하시니 '내'가 있었고 '내'가 하나님 보시기에 좋았더라.
 
'나'를 주신 것이 나의 아끼는 물건을 주신 것입니다. '나'를 주신 것은 가족을 주신 것입니다. '나'를 주신 것이 세계를 주신 것입니다. '나'를 주신 것이 바로 내게 인류라는 거대한 친구를 주신 것입니다. '나'를 주셨다는 것은 세상의 모든 것을 내게 축복으로 주셨다는 것입니다. '나'를 주셨기에 모든 것이 시작되었습니다. 우리 인생의 첫 번째 질문, '나는 어디서 왔는가?'에 대한 대답이 선포 되는 순간, 모든 것은 감동이 됩니다. 모든 것은 선물이 됩니다.
 
흔히들 이야기 합니다. "모든 것을 잃었을 때도 하나님이 내게 생명 주신 것을 감사하자!" 그 생명조차 담을 '나'를 주신 것입니다. 생명조차 잃어도 남을 '나'를 주신 것입니다. 나를 만드시고 '참 좋다!'라고 하신 하나님의 마음을 느끼길 기도합니다.
 
문단열 / 성신여자대학교 교양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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