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인 통해 찬송 전파, 기독교인 한두명 모여

현지인 통해 찬송 전파, 기독교인 한두명 모여

[ 땅끝에서온편지 ] 땅끝에서온편지

권경숙 선교사
2013년 12월 04일(수) 16:32

예배 드리길 희망…13명 모여 금식기도
 

   
▲ 말씀을 배우기 위해 교회학교에 모인 모리타니 어린이들

나는 수도가 아닌 바닷가 쪽에 있는 누아디부에 정착하기로 했다. 그곳에서 나는 방 하나에 부엌이 딸린 집을 월 40불에 얻었다. 중심가라고 해도 성냥갑 같은 판잣집이 잇따라 있는 것에 불과했지만, 명색이 도시라고 집값이 비쌌다. 누아디브에서 가장 싼 집을 구하고는 물만 마시면서 기도에 돌입했다. 서늘해지면 거리로 나가서 나직이 찬송을 불렀다. 그러면 슈즈 메이커라고 불리는 신기료 장수들이 모여들어 관심을 나타냈다. "뮤슈, 그 노래 뭐예요? 영어 노래인가요?" 그들은 키가 작고 딱 벌어진 체격의 동양 여자를 대뜸 무슈(아저씨)라고 불렀다. 특공대처럼 주머니 많은 바지에 짧은 스포츠형 머리를 하고 있어서 더욱 그렇게 보였을지도 몰랐다. "왜 가르쳐줄까?" 이렇게 해서 한 소절 한 소절 가르쳐주면 그들은 거리를 누비면서 찬송을 했다.

낮에는 50도를 오르내리고, 밤에는 낮보다 보통 12~17도 정도 기온이 떨어진다. 모래에 달걀을 깨뜨리면 익을 정도인데도 나는 에어컨 없이도 잘도 버텼다. 외지인이면, 심지어 흑인이더라도 다른 곳에서 왔으면 다 겪는다는 이곳의 풍토병에도 시달리지 않았다. 한국 사람들이 잘 걸리는 일광화상이나 온몸이 부풀어 오르는 태양 알레르기에도 걸리지도 않았고, 선크림을 바르지 않아도 다소 흰 편인 내 피부는 타지도 않았다. 모래에 반사되는 강렬한 태양빛 때문에 눈을 다친다는데, 선글라스를 끼지 않아도 별 탈이 없었다. 한국에서는 늘 병을 달고 살았는데, 누아디부에 오니까 그야말로 특공대처럼 힘이 넘쳤다. 딱 사막에 맞는 특수체질이었던 것이다.

이곳에서 나는 결혼도 했다. 1995년 1월 3일, 카세트 테이프에서는 주례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웨딩드레스 대신 몸빼 바지를 입은 나와 이브닝 슈트 대신 추리닝을 입은 동갑의 신랑이 예물교환을 하고 있었다. 햇살에 얇은 은반지가 순결한 빛을 던지고 있었다. 가난한 결혼식이었지만 풍성함이 흘러넘쳤다. 우리는 결혼식 비용 전액을 교회를 개척하는 데 모두 쓰기로 했다. 신혼 여행은 커녕 몸빼를 벗을 새도 없이 바쁜 나날이었다. 한 달 전, 누아디부에 도착한 뒤에 하나님이 짝을 지어주신 나의 반쪽도 누아디부에 도착했다. 우리는 여느 연인들처럼 영화관에 가고, 여행을 다닐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다. 그는 원양어선을 타기 때문에 늘 바다에 떠 있었고, 나는 늘 땅에 발을 붙이고 있었다. 그는 키가 컸고, 나는 키가 작았다. 그가 있는 곳이 낮이면 내가 있는 곳은 밤이었다. 심지어 날짜가 다르기도 했다. 그런 그와 나 사이를 이어준 것은 마음을 받아 적은 편지와 하나님이었다. 우리는 5년간 편지로 연락을 주고받았다.

교회라고는 어릴 때 집 근처에 있던 감리교회에 두어 번 나간 것이 전부인 그는 편지를 주고 받으면서 하나님을 영접했다. 달디단 말씀을 접하게 된 감격과 도저히 만날 것 같지 않은 사람끼리 짝이 된 기적. 늦은 결혼을 계획하며 우리는 하나님의 사랑을 무엇으로 보답할지 생각했다. "하나님이 가장 기뻐할 만한 일을 합시다.", "선교사로 파송받으면 교회 개척하는 걸 돕겠습니다." 그의 인생은 결혼과 동시에 바뀌었다. 더 이상 배를 타지 않고, 선교사인 나를 위해 헌신하기로 한 것이다. 늦은 나이에 가정을 꾸리는 대가로 그는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하나님 앞에 바쳤다.

이곳에 살면서 몇명에게 가르쳐준 찬양이 거리에서 전해지면서 크리스찬들이 하나, 둘 주변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들 중에는 예배를 드리고 싶어하는 사람도 있었다. "주님, 예배를 드리게 하여 주시옵소서." 드디어 결단의 순간이 다가왔다. 1995년 3월부터 나와 남편, 누아디브에 있는 한국인들과 아프리카인을 합해서 13명이 금식기도에 들어갔다. 우리는 아침 6시부터 12간 동안 물 한모금도 먹지 않은 채 기도에 매달렸다. 저녁 한 끼를 먹기 때문에 한시적인 금식이긴 했지만 50일 동안 기도를 드렸다.

본교단 파송 모리타니 권경숙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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