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금량이 문제가 아닌데

모금량이 문제가 아닌데

[ 기자수첩 ] 기자수첩

임성국 기자 limsk@pckworld.com
2013년 12월 02일(월) 13:53
지난달 27일 구세군 자선냄비가 서울광장에서 시종식을 갖고 거리 모금을 시작했다. 시종식과 함께 울리는 구세군의 종소리는 거리 곳곳에서 '사랑과 나눔의 계절'을 알리며 이웃사랑의 실천에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올해 구세군 자선냄비 후원에는 지난해와 달리 유난히 기업의 참여가 높아 보인다. 시종식에서 내놓은 기업의 모금액만 합산해도 올해 목표액인 55억 원은 그다지 어렵지 않으리라고 전망된다. 자선냄비가 지난 5월 독립 법인으로 출범하면서 기업 참여의 문을 활짝 연 결과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날 시종식을 지켜본 기자는 기업들의 적극적인 사랑 나눔 동참에 감사한 마음도 들었지만, 마음 한쪽의 씁쓸함도 감추지 못했다. 시종식에선 예수님, 사랑을 나누는 교회의 진정한 메시지와 의미는 찾아볼 수 없었고, 모금을 내놓은 기업들의 홍보용 사진촬영, 인기 연예인들의 공연만이 행사를 가득 메웠기 때문이다.
 
문득 추운 계절, 이웃사랑에 앞장서는 구세군의 사역이 기업의 홍보전략에 이용되는 도구로 전락한 것 같은 서글픈 생각이 든다. '교회 또한 이 전략을 이용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드는 건 비단 기자의 마음뿐일까? 시종식을 취재하던 한 언론사의 기자 또한 "이건 아닌데"라며 말끝을 흐리며 기자의 생각에 동조한다.
 
1891년 12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처음으로 울렸던 구세군의 종소리, 주방에서 사용하던 볼품없던 큰 쇠 솥을 거리에 내걸며 불우한 이웃을 돕기 위해 땀 흘렸던 이유의 답은 바로 '예수님' 아니었을까?
 
2013년 구세군 사역의 열매가 자선냄비 목표 모금액 달성이 아닌 예수님의 사랑을 거리 곳곳에서 찾는데서 맺혀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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