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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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단열의 축복의 발견 ] 축복의발견

문단열
2013년 11월 20일(수) 17:21
1 그 후에 암몬 자손의 왕이 죽고 그의 아들 하눈이 대신하여 왕이 되니 2 다윗이 이르되 내가 나하스의 아들 하눈에게 은총을 베풀되 그의 아버지가 내게 은총을 베푼 것 같이 하리라 하고 다윗이 그의 신하들을 보내 그의 아버지를 조상하라 하니라 다윗의 신하들이 암몬 자손의 땅에 이르매 3 암몬 자손의 관리들이 그들의 주 하눈에게 말하되 왕은 다윗이 조객을 당신에게 보낸 것이 왕의 아버지를 공경함인 줄로 여기시나이까 다윗이 그의 신하들을 당신에게 보내 이 성을 엿보고 탐지하여 함락시키고자 함이 아니니이까 하니 4 이에 하눈이 다윗의 신하들을 잡아 그들의 수염 절반을 깎고 그들의 의복의 중동볼기까지 자르고 돌려보내매 5 사람들이 이 일을 다윗에게 알리니라 그 사람들이 크게 부끄러워하므로 왕이 그들을 맞으러 보내 이르기를 너희는 수염이 자라기까지 여리고에서 머물다가 돌아오라 하니라(삼하 10:1~5)
 
사람은 평생 자기 자신의 얼굴을 볼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거울이 필요합니다. 거울이 없는 삶을 상상해 보십시오. 얼마나 불편하고 또 얼마나 불안하겠습니까. 자신이 어떤 모습인지 확인이 안 되니 얼굴에 밥풀이라도 붙이고 다니게 되면 금방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될 것입니다. 그런데 거울은 우리의 외모만 비쳐줍니다. 얼굴의 주름은 생생히 보여주지만 마음 속의 주름은 결코 보여주지 못합니다. 외출 전의 예쁜 얼굴은 자세히 볼 수 있지만 내 마음의 아름다움을 소상히 표시하지는 못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거울로는 보지 못하는 우리의 마음 속을 낱낱이 보여주는 마음의 거울이 있습니다. 그것은 '상대방'입니다.
 
하루종일 지하철에서 남의 주머니에 든 지갑을 훔치기 위해 사람들에게 바짝 다가서는 사람이 있다고 합시다. 누군가가 우연히 그에게 바짝 다가 서면 그는 어떻게 행동할까요. 그는 바로 그 사람에게서 움찔하고 물러날 것입니다. 그가 자신의 주머니를 노리고 있다고 그는 본능적으로 느낍니다. 사실이 아닌데도 말이지요. 다가온 그 사람이 자신의 거울이 되는 순간입니다. 일 년 열두 달 사람 속일 궁리만 하는 사기꾼에게 어떤 사업 제안이 들어왔습니다. 사기꾼은 그것을 어떻게 받아 들일까요? '이 놈이 도대체 누굴 속이려고'라고 생각할 확률이 높습니다. 사업제안자가 사기꾼의 거울이기 때문입니다. 선생님을 싫어해서 결석을 자주 했습니다. 그러다가 교실에서 선생님과 눈이 마주 칩니다. 선생님의 눈초리가 예사롭지 않다고 느낍니다. 왜냐하면 선생님이 당신의 거울이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선생님은 당신에게 아무 유감이 없다고 해도 당신은 미워하는 선생님의 얼굴에서 자신을 미워하는 사람을 봅니다. 그가 보고 있는 험상궂은 그는 바로 자기자신인 것을 모릅니다. 도둑이 자기 발이 저리는 이유는 주위의 사람들이 모두 자신의 상태를 정확하게 반사해서 자신에게 보여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서 자기자신을 봅니다. 거울을 봅니다.
 
다윗은 자신의 망명시절에 은혜를 입었던 암몬왕이 죽자 그의 아들인 하눈왕에게 조문 사절을 보냅니다. 하지만 하눈왕은 다윗이 자신의 나라를 침략하기 위해 염탐꾼을 보냈다고 멋대로 오해해 버려 그 조문사절의 주염을 세로로 절반깎아 버리고 바지를 벗겨 쫓아 냅니다. 있을 수 없는 모욕적인 행동이었습니다. 그는 왜 은혜를 원수로 갚는 이런 어리석은 짓을 했을까요. 간단합니다. 그는 다윗이라는 거울에서 호시탐탐 남을 정탐하고 침략을 노리는 자기자신을 정확히 본 것입니다. 다윗이 아무리 친절하고 큰 호의를 베풀었더라고 그의 마음에 탐욕과 침략이 자리잡고 있는 한 그는 다윗에게 언제나 똑같은 대접을 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다윗이 아닌 그 누구에게도 똑같이 악행을 서슴치 않았을 것입니다.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다 나의 거울이 되기 때문입니다.
 
내가 은혜를 베풀었는데 그 은혜를 원수로 갚은 사람이 있습니까? 그를 용서하십시오. 그는 그저 거울에 비친 그 자신을 노려보고 짖고 있는 성질 나쁜 개에 불과합니다. 그는 거울 뒤의 당신을 보지 못합니다. 내가 나쁘게 대했지만 나에게 사랑만을 베푼 사람을 기억하십니까? 그 역시 거울 속의 자기 자신을 보고 있습니다. 평화 가득한 마음으로 사랑이 넘치는 그의 상태를 그는 당신이라는 거울을 통해서 보고 있습니다. 오늘 당신이 보고 있는 수많은 사람 거울에는 무엇이 비치고 있습니까. 의심많은 심술꾼입니까, 아니면 미소짓는 천사입니까? 당신이 보고 있는 그들, 모두 당신 자신입니다.
 
문단열 / 성신여자대학교 교양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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