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아니라 뿌리를 보세요

꽃이 아니라 뿌리를 보세요

[ 교회와 함께 만드는 學暴 없는 세상 ] 학폭없는세상

문재진 목사
2013년 11월 13일(수) 15:03

"목사님. 철수(가명)라는 아이가 교회에 왔다면서요?" "네. 지난 주에 등록했어요." "그 아이 누군지 아세요? 그 애 때문에 우리 집 영석(가명)이 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들도 교회 가기가 좀 그렇데요." "한 주밖에 안돼서 자세히 파악은 못했는데 그 애가 누군데요?"
 
철수는 영석이가 다니는 00중학교 일진멤버(전교 넘버5)였고 그 반의 짱이었다. 영석이 뿐만 아니라 중등부에 출석하며 그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철수에게 적잖은 피해를 한 두 번씩 경험했다. 예를 들자면 돈을 빌려줬는데 갚지 않았고, 같이(거의 끌려가다시피) 패스트푸드점에 가서 음식을 먹고 대신 돈을 내고, 교실에서 장난이 섞인 가벼운(?) 구타를 당하기도 했다. 청소, 급식당번을 대신 해 주는 것은 부지기수였다. 그렇게 좋지 않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철수가 교회를 왔으니 피해를 당하거나, 그 학교에 다니는 중등부 아이들의 심적 부담은 매우 컸을 것이다. 학교에서 보는 것만도 지긋지긋 한데 주일에 교회에서까지 그 얼굴을 보는 게 편할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영석이를 비롯한 그 중학교에 다니는 아이를 둔 학부모에게 철수를 잘 돌볼 것이며, 별일 없을 것이라고 연락을 드려 안심을 시켰다. 철수에 대한 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해 우선 학교 담임선생님을 만났다. 철수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교회와 학교가 서로 도울 수 있는 부분들은 협력하기로 했다. 철수는 어떻게 교회 왔을까? 철수는 교회 다니는 반 아이들이 수련회에 관한 이야기를 신나게 하는 것을 우연히 듣고 교회가 궁금해서 그냥 온 거였다. 아무도 다가서지 않는 철수에게 중등부 임원진들을 붙여주었다. 임원진들은 한 명씩 돌아가면서 축하편지를 5주 동안 성심껏 손글씨로 써서 우편으로 보내게 했다. 새친구반에 억지로 끌고 들어와서 4주 동안 교사 대신에 필자가 직접 일대일 새가족반교육을 했다. 기타 치는 것을 좋아한다고 해서 찬양팀 연습에 합류시켰다. '찬양'에 'ㅊ'도 모르는 아이가 연주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철수에게는 찬양이 그저 새로운 노래였을 뿐이다.
 
교회학교 선생님은 철수가 다니는 학원으로 가서 수업이 끝나면 늦은 시간 편의점에서 그를 심방하고 집으로 데려다 주기를 반복했다. 학교폭력에 대한 강의를 영상과 함께 보여주면서 몇 차례 설교를 했고, 수련회 때는 전문가를 불러 학교폭력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특강을 했다. 10월 철수의 생일이 있었을 때에는 선생님들과 함께 그의 소원이었던 패밀리레스토랑에서 생일파티를 해 주었다. 한부모 가정에서 돌봄 없이 자랐던 철수의 외로움이 학교폭력 가해의 위치에 서게 한 것이다. 몇 달 후 찬양예배를 드릴 때 철수는 기타리스트로 화려하게(?) 데뷔를 했다. 오랫동안 그를 지켜봤던 선생님과 나는 콧날이 시큰해졌다. 철수는 더 이상 일진이 아니라 그저 그런 '교회에 미친(?)' 학생이 되었다. 지금은 대학 때문에 교회를 옮겼지만 찬양을 사모하는 20대로 잘 자라고 있다.
 
학교폭력예방은 작은 관심으로부터 시작된다. 꽃이 아니라 뿌리를 볼 줄 알아야 한다. 꽃은 향기로 빛깔로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한 겨울을 이겨낸 뿌리로 아름다운 것이다. 꿈 꿀 여유조차 없는 팍팍한 시간 속에서 뿌리로 몸부림치는 아이들에게 지금, 내가 여기에 있다고 손 내밀어 보자. 서로 다른 계절에 자신들만의 화려한 꽃을 피울 것이다.

문재진 목사 / 마중물교육공동체ㆍ일영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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