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e & Now

Here & Now

[ 문단열의 축복의 발견 ] 축복의발견

문단열
2013년 10월 04일(금) 16:17
17 이스라엘이 다윗에게 기름을 부어 이스라엘 왕으로 삼았다 함을 블레셋 사람들이 듣고 블레셋 사람들이 다윗을 찾으러 다 올라오매 다윗이 듣고 요새로 나가니라 18 블레셋 사람들이 이미 이르러 르바임 골짜기에 가득한지라 19 다윗이 여호와께 여쭈어 이르되 내가 블레셋 사람에게로 올라가리이까 여호와께서 그들을 내 손에 넘기시겠나이까 하니 여호와께서 다윗에게 말씀하시되 올라가라 내가 반드시 블레셋 사람을 네 손에 넘기리라 하신지라(삼상 5:22~25)
 
사울의 창에 쫓겨 광야로 나아갔던 다윗, 이스라엘 국경내에선 가망이 없어서 적국으로 망명했던 다윗, 마침내 사울이 죽고 난 후 이스라엘 유다의 왕을로 추대 받았던 다윗, 그 다윗이 결국은 온 나라의 추대를 받아 이스라엘 전체의 왕으로 기름부음을 받습니다. 얼마나 긴 세월이었던가요. 고달픈 세월, 한 시도 쉴 틈이 없는 세월이 다 지나가고 그의 나이 서른 여섯에 꿈속에서 그리던 종착역에 도착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그 소식을 들은 블레셋이 군대를 집결시키고 국경으로 모여들었습니다. 다윗이 나라를 강력하게 통합하는 것을 감지한 그들이 그 싹을 잘라버리려 했던 것이지요. 그날이 오면, 그 곳에 이르면 평안히 쉴 수 있을 것이라고 다윗은 믿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는 왕관을 쓰자마자 다시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하는 전쟁터로 나가야 했습니다.
 
그 곳에 가면, 그리고 그 날이 오면 나는 행복하고 편안히 쉴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우리는 'There & Then'의 믿음이라고 부릅니다. 인생의 시선이 언제나 '저기, 그리고 그 때'에 머물러 있다는 말이지요. 이 말은 곧, '지금은 행복하지도 편안하지도 않다'는 것을 인정하는 말이 됩니다. 현재가 불안하기도 하고 불행하기도 한 것은 우리의 현재는 언제나 우리의 과거의 상처와 미래에 대한 불안에 닿아 있기 때문입니다. 방을 깨끗이 청소하지 않은 상태에서 우리는 가슴 한 구석의 죄책감을 떨칠 수 없으며 깨끗이 청소했다고 해도 언제 동생이 와서 그것을 다 어질러 놓을지 모른다는 불안에 편안히 쉬는 것이 불가능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There & Then'의 믿음을 논할 때 우리가 당도하게 될 그 이상적 시점조차도 앞뒤로 과거와 미래가 이어져 붙어 있을 거라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있다는 것이지요. 쉽게 말해서 'There & Then'은 가면을 쓴 'Here & Now'라는 겁니다.
 
나중엔 몰라도 '지금'은 편안하지도 행복하지도 않은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영원히 쉴 수가 없는 사람입니다. 왜냐하면 내가 꿈꾸던 그 곳에 가도 역시 바로 다음의 불안의 파도가 기다리다가 나에게 달려들기 때문입니다. 다윗이 기름부음을 받음으로 '고난의 대장정'은 끝나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늘 그런 것처럼, 그에게도 'There & Then'은 결코 없는 시간과 장소였습니다. 이웃나라가 달려들어 전쟁을 걸어 왔던 것입니다. 그에게는 '대통령 취임식'같은 날 조차도 'Here & Now'일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다윗은 'here & Now'를 천국으로 반전시키는 신앙의 소유자였습니다. 그 신앙을 우리는 무엇에서 확인 할 수 있을까요. 오늘 본문에서 우리는 그가 들판을 짐승떼처럼 가득 채운 적군을 눈앞에 두고서도 '여호와께 여쭈었다', 즉 하나님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는 것을 목격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그가 광야에서 양을 치면서 맹수들과 대적했을 때에도, 그리고 사울왕에게 쫓기며 하루하루 목숨을 이어갈 때에도 언제나 가지고 있던 진정한 쉼의 습관이었던 것입니다. 다윗에게 있어서 참 쉼은 '하나님 안'에 있었습니다. 힘이 남는다고, 시간을 낸다고, 돈이 생긴다고 혹은 내가 높아진다고 쉬어진다면 세상은 편안한 사람들로 가득해야 맞습니다. 하지만 정말 쉬고 있는 사람은 별로 없어 보입니다. 하나님 안에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나님 안에 있는 것이 무엇입니까. 매 순간의 일상을 하나님께 신뢰하는 마음으로 문의하는 믿음입니다. 그리고 응답받는 믿음입니다. 그것이 바로 'Here & Now'의 믿음입니다. 신기루 속이 아닌 '현재'속에서 쉴 수 있는 축복을 받으십시오.
 
문단열 / 성신여자대학교 교양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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